시와 함께하는 공간

집장구

꿈낭구 2013. 12. 2. 09:36

 

 

 

 

집장구

                  - 손택수 -

 

일년에 한 번은 집이

장구소리를 냈다

뜯어낸 문에

풀비로 쓱싹쓱싹

새 창호지를 바른 날이었다

한 입 가득 머금은 물을

푸- 푸- 골고루 뿌려준 뒤

그늘에서 말리면

빳빳하게 당겨지던 창호문

너덜너덜 해어진 안팎의 경계가

탱탱해져서,

수저 부딪는 소리도

새 소리 닭 울음소리도 한결 울림이 좋았다

 

대나무 그림자가 장구채처럼 문에 어리던 날이었다

그런 날이면 코 고는 소리에도 정든 가락이 실려 있었다

 

 

 

* 손택수 시인은 부산 촌놈이다.

그가 시집의 약력도 읽지 않느냐고 핀잔을 줄지는 모르지만,

그는 거기서 몸을 키웠다.

평생을 시장통 지게꾼으로 살아오신 그의 아버지의 뼛가루가

거기 아무렇지도 않은 나무 아래 있다.

그는 담양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그의 마음은 거기 촌놈이다.

이 시가 그 증거다.

나는 이 남도가락으로 마음의 결을 키운 사람들이 좋다.

땅! 덩기덕 쿵 딱! 덩기더기 덩기더기 덩더러러러러 쿵 따!

장구라고는 채도 잡을 줄 모르지만,

그 신명만으 내 가슴에 산다.

담양에서는 '(육)모정'도 '시정(詩停)'이라고 한다고

그는 짐짓 목소리를 높인다.

백번 인정한다.

담양은 그런 곳이고, 나는 저 가락의 신명을 아는 사람들이 좋다.

아하, 장구 소리를 내는 저것에는 잘 마른 들국화가 있고,

아이 손바닥만 한 쪽유리가 있다.

지금 내 할머니가 인기척을 따라

눈바람 치는 바깥을 쪽유리로 내다보고 있다.

내 할머니가 저 가락을 알았다.

그의 할머니가 그렇듯이.   <장철문·시인>

 

점점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에

오늘 아침 이 집장구 소리를 추억해봅니다.

일본집에서 자란 저에게는

늦가을 한옥의 문을 뜯어 창호지를 새로 바르는 일이 생소하지만

겨울방학때 놀러간 동무네집 문 손잡이 부근에

아기 손바닥 같던 빠알간 단풍잎이며 국화꽃잎이 참 이쁘고 신기했지요.

어린시절 이모를 따라 설레는 마음으로 외가에 가서는

막상 해질녘이 되면 집생각 엄마생각이 나서

마루끝에 걸터앉아 눈물 그렁그렁허다 발을 내두르며 울고야 말았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어린시절 외할머니의 벽장속 맛난 먹거리로

 어둠이 내린후에야 아랫목에 발을 녹이다 겨우겨우 잠이 들 즈음에

겨울바람에 부르르르 떨던 문풍지 소리가 왜 그리도 무섭던지요...ㅋㅋ

다시 들어보고 싶은 그리운 소리 집장구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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