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엄마를 만난듯...

꿈낭구 2014. 3. 21. 16:55

 

 

어저끄 올간만에 요양병원에 원예치료 수업 댕겨왔쓰요.

 

 

꽤 먼 거리지만 엄마를 만나러 가는듯

설레기꺼정 혀서 너무 서둘렀는지

한참 여유있게 도착을 해서 근처 호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혔쓰요.

부들의 꼿꼿헌 모습은 간데읎고

이렇게 호호백발 머리를 풀어헤친듯 사위어가고 있네여.

오늘 만나뵙게 될 어르신들 생각이 나서

마음 한구석이 찡해집니당.

 

 

이 한 쌍의 청춘들이 이 은밀헌 수풀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구먼요.

넘 이쁘다고 살금살금 다가가려는 동생을 말렸쓰요.

방해허지 말라고...

 

 

언뜻 보기에는 나무에 물이 오른 모습같구마는

이끼였쓰요.

맘씨 좋게 제 품을 내어준 나무를 올려다보니

저 높은 가지 위에는 새들꺼정 깃들고 있드랑게여.

 

 

납작 엎드려 별꽃허고 눈을 맞췄쓰요.

참 사랑스럽쥬?

 

 

이 꽃조까 자상허니 들여다 보셔라.

눈 코 입이 이렇게 선명헌 꽃 보셨능규?

우리를 보고 방긋 웃고 있드랑게여.

요것은 생긴것 허고는 증말 안 어울리는 참 거시기헌 이름을 가졌구먼요.

봄의 전령사라고 말헐 수 있지요.

가장 먼저 우리강산 어디든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이지만

이런 귀여운 웃음소리는 맘 착헌 사람들헌티만 들을 수 있거덩유.ㅋㅋㅋ

 

시간이 다 되어 어르신들과 함께 꽃씨를 심었지요.

평생 고단했던 삶을 내려놓으시고

이곳에서의 생활에 어느덧 적응을 허셨는지

마냥 어린아이 처럼 맑은 웃음으로 반가워허십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생명을 길러내는 흙도 만지고

한련화도 심고 해바라기도 심고

봉숭아랑 캐모마일도 심었지요.

평생 자식들을 위해 수고허신 쪼글쪼글 주름진 손 역시

생명을 길러낸 위대헌 손이 아닌가요?

 

 

만다라

 색칠허는 수업이 이어졌는데요...

 

 

이러한 미술활동을 통해 스스로 억제되거나 상실, 왜곡된 부분을 발견하고

상징성과 전체성을 통해 통합시킴으로써

각자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승화되는 치료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지요.

 

 

치매어르신들의 정서적인 안정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요

 

 

예전에 그림을 잘 그리셨던가봅니다.

색연필을 잡으신 손 부터 남다르세여.

 

 

오른쪽이 불편하셔서 왼손을 사용허시는 어르신께서도

아주 열심이시구여.

 

 

우리의 역할은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역할이지요.

 

 

봄이 성큼 다가온 바깥 소식을 먼저 꺼내놓은 영향이었는지

할머님께서는 온통 진달래와 개나리를 연상케하는

분홍과 노란색으로

지난봄을 추억하십니다.

 

 

정성스럽게 색칠을 하시는 어르신께서도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셨지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신듯 즐거워허십니다.

 

 

지난 여름 봉숭아꽃물이 남은 어여쁘신 손끝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이 색칠하기는 친숙하고 편안한 표현 방법이기도 하지요.

 

 

미술 자체가 정화기능도 있어서

손상되고 불안정한 감정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감각을 자극시키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하구요.

 

 

정성스럽게 색칠을 하시던 활동을 통해

모든 분들께서 스스로 작품을 완성시키셨어요.

언어표현을 못허시는 어르신께서도 이런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시고 아주 좋아허셨지요.

 꼬옥 안아드리고 손도 잡아드리고...

엄마를 만난듯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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