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엄마를 만나고 오는듯...

꿈낭구 2014. 5. 27. 14:14

 

 

이번주 원예치료 수업차 요양병원에 다녀왔지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저는 이곳을 찾을때마다 꼭  엄마를 만나뵈러 가는듯

항상 가슴이 설레곤 합니다.

 

감나무 밑에 감꽃이 수북허니 떨어져있네여.

이번에는 어르신들 뫼시고 그 감꽃을 이용해서

목걸이와 팔찌를 만들었지요.

돌아와서 정리를 허는 과정에 이 사진을 보고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신 어르신의 손을 뵈니

그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어요.

울엄마 생각이 나서...

 

 

어르신들께서 저희를 기다리시듯

저희 또한 어르신 뵈러 가는 길이 좀 멀긴해도

늘상 가슴이 설레 항상 시간보다 일찍 도착허게 된당게여.

너무 빨리 도착허는 날이면 요양병원 근처에 아주 아름다운 공원이 있어서

잠시 이곳에서 쉬어가기도 합니다.

오늘따라 J는 알프스소녀 하이디 맹키로 이쁘게 차려입고 나섰구먼요.

하두 이쁘고 귀여워서 여기 꽃밭에 세워두고 사진 한 장 찰칵 혔쓰요.

 

 

샤스타데이지랍니다.

마가렛허고 비슷헌 꽃이지요?

새하얀 꽃들이 무리지어 일제히 해바라기를 허고 있는 모습이 넘 이쁘고 사랑스러워요.

 

 

작년 요맘때 이곳에 반해서

일부러 일찍 서둘러 출발해 이렇게 버찌도 따먹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눈다는...ㅎㅎ

 

 

얼씨구~ 아주 둘이서 달콤헌 버찌를 따먹느라 정신읎네여.

개구쟁이 아그덜 맹키로...

 

 

울주말농장의 버찌는 체리처럼 크고 실허고 맛도 좋은디

요것은 새들이나 쪼아먹음 적당허게 생긴 쪼끄만 버찌구마는

겁나 맛나다믄서 둘이서 가지를 붙들고 야단났쓰요.ㅋㅋ

 

 

따믄서 입에 넣어감시롱 엄청 손놀림이 바쁘네여.ㅎㅎ

손이며 입이며 버찌물이 들어 우짤라공...

 

 

 

 

이 두 동생들의 모습이 하두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몰래 사진을 찍었더니만

사진만 찍지말고 성도 얼렁 따먹어보라고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랑게여.

 

 

수련도 이렇게 이쁘게도 피었더라구요.

 

 

이 멋진 공원을 몽땅 들어다 울동네다가 옮겨놓고 싶다공...

 

 

창포도 무리지어 피어 우리끼리만 보기가 넘 아까울 정도였당게여.

저 노오란 빛깔의 수련이 젤루 이쁘다고

아고고...J는 물에 빠짐 워쩔려구 자꼬만 다가간대여.

그렇게 한참을 놀다 화들짝 놀라 서둘러 요양병원으로 향혔습니다.

 

 

감꽃에서 싱그러운 풋풋헌 냄새와 살짝 단내가 풍겨납니다.

어르신들께선 연신 이 감꽃을 입에 넣으시네여.

 

 

목걸이와 팔찌를 만드시느라 열중허신 모습이 너무나 좋아보이셨어요.

어린시절을 회상허시믄서

기억의 한자락들을 꺼내보이십니다.

 

 

어느 할머니께서는 굳이 가느다란 바늘에 실을 꿰어보시긋다고

내내 보이지 않는 눈으로 헛손질을 허시는가허면

바늘귀가 좁아서 굵은 실 꿰기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것 만큼이나 에롭구마는

저도 실패혀서 젊은 총각 사회복지사 선생님 손에 들려져

아무리 애를 써도 절대로 성공헐 수 읎구마는

아니된댜세여.

꼭 그 바늘로만 만드시겠답니다.ㅎㅎ

그런가허면

어느분께서는 살짜기 다가오셔서 나중에 바늘 하나만 달라고 조르십니다.

위험해서 안 된다고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막무가내로...

아마도 이 목걸이를 만드시면서 바늘을 손에 잡으시고는

옛날 바느질하시던 생각이 나셨던가봅니다.

암튼,,,너무너무 섭섭해하시던 그 눈빛이 얼마나 안타깝던지요.

 

 

이렇게 공들여 만드셔서 앞에 계신 어르신께 걸어드리기도 하시고

아이처럼 목에 팔에 걸고 좋아허시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벌써 자랑허시러 병실로 향허신 어르신들도 계십니당.ㅎㅎ

모두들 맘에 들어허시니 한 주일동안 애지중지허시믄서

잘 간직허실것 같네여.

 

할머니께서 이렇게 어여쁜 포즈를 취허시고

사진을 찍어 보여달라십니다.

이 주름진 손을 뵈니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울엄마도 짧게 깎으신 단정한 손톱에 항상 이렇게 이쁜 메니큐어를 바르시고

양손에 아빠께서 선물하신 반지를 끼고 계셨지요. 

저는 답답해서 집에 있을적엔 시계도 반지도 목걸이도 못허는지라

늘상 반지나 목걸이를 즐겨허시는 엄마께 답답허시잖느냐고 묻곤 했었거든요.

 울딸랑구가 화장대 곁에 서서

지가 눈화장허는 모습을 흥미로운듯 지켜보믄서

답답허지 않느냐고 묻는것 처럼 말입니다.

 

목걸이도 길고 짧은걸 두 개씩이나 하신다고

손가락마다 주렁주렁 반지를 다 끼지 그러냐시며

울아빠께선 그런 엄마를 짓궂게 놀리시곤 하셨드랬쥬.

훗날에 눈이 어두워지시고 건강이 나빠지셨을때

손톱을 다듬어드리던 생각도 나고

아...오늘따라 정말 엄마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그곳에서 수업 마치고 한 분 한 분 안아드리고 돌아오는 길엔

엄마를 만나고 오는듯 제 마음은 늘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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