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기·품평후기

완두콩으로 찰밥을 쪘쓰요.

꿈낭구 2014. 6. 13. 16:17

 

 

완두콩 허믄 무신 생각보텀 나시능규?

지는 말여라...젤 먼저 퍼뜩 떠오르는것이 바로 찰밥이구먼유.

오날침 모처럼 완두콩을 넣고 찐 찰밥을 먹었당게여.

 

 

지난주 신호대기중에 길거리에서 파는 완두콩을 보고 군침을 삼켰었지요.

콩이란 콩은 뭐든 좋아허지만

특별히 완두콩은 그 자태가 하두 이쁘고 고와서

지가 웜청 사랑을 안 허요잉~!

완두콩 한 망 사갖고 가자고 혔등만

멋드러지게 차려입고서 워뜨케 그걸 들고 간단 말이냐고

울째바리 신랑께오서 단호히 거부의 눈길을 보내는것여라.

지가 들고간대두 맴이 편치 않을테고

그렇다고 쪼옥 빼입은 형편에 그 완두콩잘랭이를 거들어 줄 수 읎다공

낭중에 낭중에를 외치믄서 지 손을 잽싸게 잡어끌며

신호가 바뀌었다고...

집에 오는 동안 내내 지지구 재지구...찡찡찡찡...궁시렁 궁시렁~~

행여 그거 까 달랠까봐 그런거냐

아내가 월매나 좋아헌지 알믄서도 워쫌 그럴 수 있느냐...

암튼 뻔히 알믄서도 고시랑거렸더니

나중에 사오믄 자기가 몇 망이라도 다 까줄거래여.

 

어저끄 재래시장에 맘먹고  장을 보러 나서려는디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허더니만 우박을 동반헌 어마어마헌 폭우가 쏟아지능규.

에고...비가 그칠 기미가 안 보여서 포기허고 컴터앞에 앉었는디

워매낭...이게 어인 일이래여잉?

맛짱님께오서 완두콩을 보내주셨대잖우?

맛짱님 귀가 소머즈??

엊그저께 지가 찡찡댄 소리를 들으셨네뵤잉.ㅋㅋ

 

오후에 은행에 다녀오는길에 경비실에 택배가 있다고 부르셔서 보니

왠 박스가 비에 후즐근허니 젖어서...

아침부터 마침 택배가 배송된다고 연락을 받은터라

의심도 없이 주문했던 상품이 배송된줄만 알고

우산을 쓰고 이 상자를 가심여다 품고 돌아오믄서

참...이상타...비를 맞어서 이케 무거운가? 혔는디

 

 

오메~ 아니 벌써~!!

완두콩이 배송이 된것여라.

지는 의심도 없이 주문혔던 상품인줄 알고 개봉을 혔드니만...

 

 

완두콩 한 잘랭이가 들었으니 그렇게 무거웠등감만...ㅋㅋ

택배아자씨 갑작스런 폭우에 전화도 읎이 경비실에 맡겨두고 가셨던가 봅니다.

 

 

 

저녁을 먹고나서 설거지 허는 동안

자기가 헌 말은 있는지라 울신랑 혼자서 신문지를 깔어놓고서

열심히 콩을 까고 있더이다.

어휴...앓느니 뭐헌다공

남정네들은 그렇게도 눈대중이란게 읎을까여?

콩이 월맨디 이 쬐끄만 그릇을 갖다놓고...

콩이 이리저리 탈출혀서 여그도 콩, 져그도 콩...

 

 

해마다 완두콩 까는 일은 울딸랑구가 도맡어서 혔는디

요것을 봤음 반색을 허고 덤볐을낀디...

콩깍지 속에 쪼르르니 앉은 콩들을 봉게로 증말 이쁘고 사랑시럽구먼유.

 

 

둘이서 마주앉어서 완두콩 한 잘랭이를 다 깠쓰요.

요렇게 나누어서 담어 보관을 헐라구요.

 

 

엊저녁에 불려둔 찹쌀로 밥을 지으려구요.

바로 밥을 지어도 좋지만

울집은 찌는 찰밥을 더 좋아해서

이렇게 삼베보자기를 깔고 김 오른 찜기여다가 먼저 쌀을 넣고

냉동실에 있던 산밤도 함께 넣고 찌기 시작혔지요.

 

 

밥이 다 쪄질 무렵에 그릇에 쏟아

소금과 설탕 약간 넣은 물을 골고루 뿌려서 섞어준 다음

 

 

요즘 팥밥을 허느라 미리 한 번 삶어둔 팥도 넣고

완두콩을 넣어 고루 섞어준 다음

 

 

다시 한김 더 쪄서 요렇게 찰밥이 맛나게 쪄졌습니당.

이쁘게 찰밥을 찌는 요령은요~!

완두콩을 절반은 그냥 넣고

절반은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따로 삶아서

찬물에 헹구어 건져두었다가

밥이 거의 다 쪄질 무렵에 넣고 찌면

요렇게 쪼글거리지 않고 파랗고 귀여운 완두콩의 모습 그대로를 즐길 수 있답니다.

아이 학교 다닐적에 선생님 도시락을 준비허거나

병문안 갈 적에 찰밥을 쪄갖고 갈땐 요렇게 갓 따온 완두콩으로 밥을 지은것 처럼

요런 방법으로 찰밥을 찌곤 혔드랬쥬.

 

 

날마다 거무튀튀헌 거친 잡곡밥만 먹다가

요렇게 쫀득허니 알록달록헌 찰밥을 먹을랑게로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로 가다가

미끈허니 포장된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래나요? ㅎㅎ

밥이 걍 술술 잘도 넘어간대여.

워뜨케 냄쉬를 맡었능가 이웃집 아낙이 차 한 잔 마시고 싶다고 들어왔기에

즘심때 요 찰밥으로 한 그릇 맛나게 먹고 갔당게여.

아이공...이 완두콩 한 봉지 덜어준다는게 고만 깜빡혔구먼요.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랑허는 이웃들이 있어서 참 행복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