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끄 부랴부랴 깨죽가루를 장만혔씨유.
입맛 읎을적에 요걸루다 입맛도 잡고
어중간헐적에 한 끼 식사로 요기 헐 수 있는 깨죽이 생각나서
부리나케 흑임자깨를 구헐라고 봉게로
동무가 작년에 농사헌 유기농 흑임자깨가 있응게로
항꼬 혀서 둘이 나누자네여.
출근허는 길에 깨를 건네받기로 혀서
약속장소꺼정 갔등만
흑임자깨를 얌잔시럽게 씻어서 말려둔 것과 땅콩꺼정 들고 왔드랑게여.
땅콩이 조금 부족헌듯 싶어서
울집 유기농 피땅콩을 까서 볶기꺼정 워찌케나 바쁘던지요...
하두 앞으로 뒤로 서대고 댕겼등만
딸랑구가 도와주긋다고 땅콩을 볶아준대서 맡겼등만
열심히 저어줘얀디 이렇게 태워먹었네여.
검은 땅콩은 태운게 아니구여
이런 품종이 있당만유.
볶은 땅콩을 벗기믄서 동무네서 가져온 시커먼스 땅콩이
썩은 땅콩인줄 알고 내뿐질랬등만
껍질을 벗기니 뽀샤샤~헌 속살이 나오드랑게여.
이런 땅콩은 츰여라.ㅎㅎ
군데군데 태워먹은 부분을 칼로 죄다 잘라내려니
시간이 웜청 걸렸구먼요.
이제 부재료로 들어갈 땅콩을 챙겼으니
함께 넣을 쌀을 구해와야 씨긋는디
집 가까운 대형마트에는 씻어나온 쌀이 읎대여.
그저께 장 봐갖구 왔던 다른 마트에선
캠핑용으로 나왔는지 소포장으로 씻어나온 쌀이 분명 있었거덩요.
다시 차를 타고 그곳꺼정 댕겨와얄랑가
아님 걍 가까운 곳에서 무농약 유기농쌀을 사서 혀얄랑가
동무헌티 기별을 혔등만
순전히 지 맘대루 허란것여라.
에잉~! 가뜩이나 바쁜디...
어저끄 햅쌀 10kg짜리를 산 쌀이 있는디
유기농쌀이 아니라서
걍 유기농쌀을 샀어요.
것두 5kg짜리 밖에 읎어서 그걸 사들고
울 딸랑구 댕기던 초등학교 근처 방앗간으로 낑낑거림서 갔지요.
에효~!
그란디 깨가 너무 적어서 못 볶아준다고
집에 갖고가서 볶아갖구 오래여.
3kg 이상이 돼야지 볶을 수 있당만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깨를 볶기 시작혔는디
집에서 볶기에는 양이 넘 많어서
젤루 큰 그릇여다 볶는디두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몰러요.
흑임자깨는 참깨허곤 달라서
얼만큼 볶아야 볶아졌는지 잘 알 수가 있어야쥬.
수시로 먹어보믄서 불 가까이서서 요것을 볶는디
왜 그렇게 덥던지 구슬땀을 웜청 흘렸다우.
볶은 깨를 요렇게 신문지를 두툼허니 깔고서
펼쳐서 식혀가믄서...
울집에는 덕분에 꼬신내가 등천을 허고
깨 볶음서 나오는 연기로 어흐...
이 와중에도 왠 전화는 그렇게도 오는쥐~~
유기농쌀이 좋을지 햅쌀이 좋을지 판단이 안 되야서
두 가지를 요렇게 덜어서 방앗간에 갖고 가볼라구여.ㅎㅎ
씻은 쌀이 아니라서 채로 쳐서 마른행주로 닦으려고
만딴히 준비를 혀서 서둘러 방앗간으로 갔더니만
고춧가루 빻으러 온 사람들, 들기름 짜느라 북적북적...
에고고...기계 돌아가는 소리들로 정신이 하나도 읎더이다.
지켜서서 깨죽가루를 만드는 과정을 봤당게여.
그란디...땅콩이 너무 많이 들어갔나 깨죽가루 색깔이 쪼까 시리시리헙니당.
클났네영. 울것만 같음사 걱정 읎는디
동무네랑 나눔 허얀디 비쥬얼이 이케 되야서 걱정이 태산여서
후다닥~ 죽을 쑤어보기로 혔쓰요.
꼬신내가 어마어마헙네당.
깨죽가루여다가 물만 붓고 살살 저어주믄
서서히 농도가 나기 시작허는디
저어 봐감시롱 물을 추가혀서 농도를 맞추고
소금과 약간의 설탕만 넣음 끝이랍니다.
맛은 아조아조 훌륭헙니당.ㅎㅎ
저녁때 동무도 지 야그를 듣고 죽을 쑤었는디
진짜진짜 맛은 끝내준다고 기별이 왔쓰요.
ㅋㅋ그제서야 가심을 쓸어내렸구먼요.
동무네 아들도 유학중 잠시 왔다가 얼마후에 떠나게 되야서
요것을 챙겨보낼거라고 서둘렀지라잉.
아침부터 동동거림서 요것을 만드느라고 수고헌 모습을 봐서 그런지
요것은 차마 안 갖고 간단 소리가 읎네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