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수목원나들이

꿈낭구 2011. 4. 17. 13:51

화창한 봄날

모두들 들로 산으로 나갔는지 주차장이 터엉~비었어요.

우리도 상춘객이 되어 그들의 대열에 끼어보기로 합니다.

아직 4월 중순인데 차 안의 온도는 여름 같아요.

파노라마 썬루프를 활짝 열어재끼고(?) ㅎㅎㅎ

우리를 늘 감동시키는 어느분이 보내주신 CD를 켜서 풍악을 울리고

한라봉에 짭짤이토마토에 사과즙에 맛있는 아탕까지...

아탕이 뭐냐구요?ㅋㅋㅋ 사탕이요...우린 아탕이라고 불러요.

예전에 내남자랑 데이또를 허던 시절부터 결혼을 한 후 한참때까지

우리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집사전이 필요하다고 했더랬어요.

맨 위와 맨 아래 아들을 사이에 두고

고만고만헌 딸들이 주루룩~넷이나 되는데다

것도 부족해 이모들 둘까지 우리집에서 학교를 다녔기땜에

저 어릴적 우리집엔 날마다 깔깔웃음이 떠나지 않았거든요.

저녁을 먹고나면 상을 물려놓고 일단 음악회(?)가 벌어졌지요.

앉은뱅이 책상이 무대가 되어

그당시 울아빤 저를 꾀꼬리라고 부르셨답니다.흐흠...

밤마다 얼마나 언니들 이모들이랑 재미나게 놀았던지

언니들이 음악시간에 새로 배워온 노래를

저는 이미 초딩때 죄다 소화를 해냈으니까요.

음악을 좋아하는 이모들 덕분에 팝송도 뜻도 모르며 흥얼거렸구요.

아마 저의 긍정모드는 이런 어릴적의 환경이 한 몫을 하지않았나 싶어요.

암튼 그래서인지 우리집만의 특별한 언어들이 많아서

한동안 울신랑은 어리벙벙~ㅋㅋ 하지만 이제는 소통에 문제가 전혀 없지요.

 

어쩌다가 얘기가 여까장??ㅎㅎㅎ

아탕땜시...암튼 아탕을 입에 넣고 요리조리 굴리면서

달콤한 노래를 따라부르며 운전하는 내남자의 기쁨조를 자청하며

드라이브를 하는데 와우~꽃들이 잔치를 벌여 떠들썩해요.

 

 

위봉산성까지 올랐어요.

저만치 위봉사가 있는데 우리의 목적지까지 가려면 서둘러야해요.

오래전 데이트시절엔 포장도 안된 자갈길을 오뉴월 땡볕에 걸어서 왔었는데

오늘은 차를타고 쉬잉~~

중간에 도자기공방에서 잠시 한눈을 팔고

오래전 우리의 별장도 못들리고 내리 달렸죠.

ㅎㅎㅎ 왠 별장이 여기저기 그렇게 많냐구요?

속도 모르구 사람들은 우리를 부르주아로 안다니깐요.

그냥 우리맘에 드는곳이 있음 우린 걍~우리 별장을 삼아버리거든요.

그래서 방방곡곡 도처에 우리별장이 있답니다.

심지어는  깊은 숲속에 아무도 모를것 같은 숨겨진 너럭바위가 있는데

거기도 우리별장...

하늘보고 벌러덩~누워 노래도 부르고 멋진 시도 읊고 차를 마시기에

딱좋은 우리별장이라니까요.ㅋㅋㅋ

어디 그뿐인줄 아세요?

마파도 촬영지인 백수해안도로변에도 우리 별장이 있어요.

중량초과하면 안되는 작은 쪽마루가 달린 초가가 바로 우리별장이니

암두 넘보지 말아주세요.ㅋㅋㅋ

거기 쪽마루에 걸터앉아서 감나무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면

얼마나 황홀한지요...

 

 

이제는 눈치가 구단인 울신랑 달리다가도 제가 감탄사를 연발하면

자동으로 멈춰요. 얼렁 카라메루에 담으라고...

 

 

증말 귀엽고 이뻐서 한참이나 야들헌티 맴을 빼앗기고

쪼그려앉았구먼요.

이렇게 예쁘게 단장을 하고 아침부터 목을 빼고 저를 기다렸다는데

안와봤음 얼마나 섭섭했을까요...

 

양지꽃의 샛노란 꽃잎을 보니

어릴적  지천으로 핀 고향집 언덕이 생각나요.

소꿉친구들은 모두다 어디서 무얼하는지...

양지바른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서 이 꽃을 따다 밥상을 차리곤 했는데...

늘 두 줄기 누렁코를 매달고 지냈던 종례.

약꼽쟁이 꼽슬머리 싸낙배기 옥현이.

달덩이같이 둥그런 얼굴이 빨개져 절대로 거짓말을 못허는  현애.

키가 장대같던 커다란 눈을 가진 점순이.

동갑내기 동무들보다 한 해 일찍 학교에 들어간 저는

도정공장 창고 앞에 동무들을 앉혀놓고

학교놀이를 했더랬죠.ㅎㅎㅎ

함께 놀던 바로 위의 언니가 학교에 간뒤로 날마다 따라가겠다고 울며 보채서

만여섯살에 학교에 가게됐거든요.

것두 생일이 겨울이니 학교다니는 동안 내내

골찌번호를 못면했지요.ㅎㅎㅎ

저는 말만 크게 해도 울었다지요.

그당시 저의 무기는 눈물이었나봐요.

중학시절에도 사람들이 책가방 속에 엄마젖병 들었느냐고 놀렸으니까요.후후...

 

이 꽃이 너무 예뻐서 전에 살던 전원주택 정원에 심은 나무 밑둥에 따라온 요녀석이

어찌나 생명력이 강하던지 쥔행세를 하려들었어요. 그 엄청난 번식력에 고만 손을 들었던 추억의 꽃을 만났네요.

오늘 수목원에서 만난 작고 귀여운 꽃들을 담자하면 끝도 없어요.

이런 꽃들과 눈을 맞추지 않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으니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그림자놀이를 하며 킬킬대구요.

누구것인지 모르게 키를 맞추자고...

뚱보처럼 날씬이처럼 이렇게 저렇게 폼을 잡아가며

얼마나 잼나던지요.

한낮의 햇볕은 이미 초여름을 넘어선것 같아요.

봄볕에 그을리믄 님도 못알어본다닝게

겉옷을 벗어서 사이좋게 머리위에 둘러쓰고...

 

 

헉~저기가 바로 오늘 우리가 올라야할 제1전망대라구요.

제2, 제3 전망대는 정복을 했었는데 죠~기만 정복을 못했거든요.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으닝게 찬찬히 놀아가며 오르기로 합니다.

이곳은 죄다들 세트루만 와야는지 모두들 부부끼리만 보여요.

심지어 다람쥐까지도...

 

 

산중이라 그럴까요?

때늦은 산수유꽃이 한창이네요.

이런 그림같은 풍경들을 옆구리에 끼고서리

갈참나무, 졸참나무,굴참나무,붉나무,때죽나무...

우리도 나무 출석부를 들고 도장을 꽝꽝 찍어가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정상에 이르렀어요.

히야~~오늘 우리는 결국 정복하고야 말았지요.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데 증말 높이 올라왔나봐요.

울막내이모 같음 산멀미난다고 야단법썩이실텐데...

공기의 맛이 달라요.

와~~이 달디단 공기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나눠드리고 싶어요.

 

 

우리만 알게 깃발을 꽂았어요.

정자 이곳저곳에 청춘들의 사랑의 증표들이 씌어있는데

우린 그런거 별루더라구요.

우리식으로 낭만적인 방법으루다가...ㅎㅎㅎ

 

 

내려와서 우리가 올랐던 전망대를 바라보니

우와~! 가심이 뿌우듯 혀짐서나 오늘밤 정말 단잠을 자겠구나 싶더라구요.

 

 

 

내려와서 식물원 안의 어여쁜 꽃들과 실컷 놀았어요.

근데 저는 유창한 말로 애교를 떠는 이런 꽃도 예쁘지만

소박하면서 조금은 부끄럼타는 길가의 꽃들이 더 좋아요. 

너무 차려입은듯 꾸민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그런게 더 정감이 가더라구요.

아항~~넘 즐거운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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