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진달래

꿈낭구 2011. 4. 15. 22:50

이곳을 지날적마다 이 나무들 둘이서는 맨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것 같아

귀를 기울이고 싶어집니다.

이 나무들 때문에 차를 이근처에 두고 여기서부터 걸어서 산에 가는날이 많아요.

아래 개울에 비친 하늘을 구경하며 졸졸거리는 물소리에 발을 맞추며 걷는 즐거움을

또 자랑하고 싶어서 근질근질~~ㅎㅎㅎ

 

 

저 너머로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난 마실길이 있는데

오늘은 진달래를 만나러 다른 숲길을 찾기로 했어요.

이름하야 Surprise.

순전히 제가 지은 이름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길 중 하나예요.

이곳은 오르락 내리락하며 걷기때문에

너무 힘들지도 않으면서 등줄기에 땀도 살짝 나는

제게 딱 맞는 코스라서 이 길을 가장 많이 걷는답니다.

 

오후부터 시작된 황사로 인해 시야가 좀 흐린게 흠이지만

초록이 뚝뚝 떨어져 내릴듯한 새 잎들이 얼마나 예쁘던지...

이때쯤이면 매일매일 산의 빛깔이 달라집니다.

신록으로 우거질때까지 줄기차게 이곳을 찾곤 하는데

해질녘 산새들의 지저귐도 한결 운치를 더하네요.

가끔씩 딱따구리와 노느라 한참씩 한눈을 팔기도 해요.

 

 

소나무를 위해서였는지 지난 가을 간벌을 해서

예전의 조붓한 오솔길의 모습을 많이 잃어 너무나 아쉬워요.

게다가 제 키를 훌쩍 넘는 진달래꽃이 오솔길 양쪽으로

무리지어 피어 봄이면 진달래 꽃길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는데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볼 수 없게 된게 정말 속상하고 안타까워요.

진달래 꽃길에 파묻혀 걷는 호사를 이제 다시는 할 수 없게 돼버려서요.

 

 

잠시 이 꽃그늘에서 숨을 고르며 쉬어가기로 합니다.

어제 울신랑 저 아래에서 혼자 쑥 뜯는 제가 걱정돼서 쏜살로 오르내렸다더니만

오늘은 여엉 발이 무거운지 자꾸자꾸 뒤쳐져서 호흡을 맞춰주려구요.

적막한 숲 저만치서 커다란 꿩 한 마리가 갑자기 날아가는 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우리 인기척에 고놈이 놀란걸까요?

공연히 미안해집니다.

 

 

방사능 걱정에 올봄에는 진달래 화전도 못해먹는건 아닐지...

해마다 요맘때면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먹는 낭만도 꽤 큰 즐거움이었는데 말입니다.

올해는 어쩐지 좀 찜찜하지요?

 

 

꿀처럼 달콤한 향기가 나는 싸리꽃이 만발했어요.

이꽃들을 만나려고 가시덤불까지 헤쳐가며 찾았는데

눈이 시릴만큼 부시게 하얀 이 꽃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이 너무나 좋아요.

요맘때가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아닐까요?

날마다 신록의 성찬을 가까이 하고싶어 오후시간을 비워두기로 작정했어요.

오늘은 이곳으로 내일은 저곳으로...

코스를 선택하는 재미도 크답니다.

가까이에 이런 산이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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