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시댁의 가족 기념일로 큰형님 댁에서 모두 모이기로 했거든요.
아침부터 천둥과 번개와 엄청난 바람으로
먼 길을 다녀오려니 은근 걱정이 되었지요.
어제 울신랑은 밭고랑을 만드느라 무리를 했던지
안그래도 감기기운이 있던차에 열이 오르며 기침까지...
서둘러서 출발한 덕분에 그래도 제일 먼저 도착을 해서
큰형님께 이쁨을 한 몸에 받았구먼요.
살아서 쩍쩍 달라붙는 쭈꾸미에 꽁무니를 빼고
잽싸게 깨소금 만드는 비교적 손쉬운 일거리를 부등켜 안었지라.
퇴직을 하시고 변산반도 깊은 산 속에 자그마헌 집을 지으셔서
두 분이서 전원생활을 즐기시는 큰형님댁엔 신기한 것들이 무쟈게 많어요잉.
오리도 있고. 닭도 있고...
작년에는 밭두렁의 쑥을 낫으로 순식간에 한 가마니를 둘러매고 왔었다구요.
바닷가 마을이라서인지 바람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겁을 주네요.
푸짐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바람에 날아갈까봐 중무장을 허고 작은 동서랑 두릅을 따러 언덕을 넘고
요런 아슬아슬헌 다리를 건너 두릅이 심어진 곳으로 전진을 혔드랬죠.
씩씩헌 우리 막내동서는 용케도 따야할 것을 잘 알아서 뚝뚝 따는디...
가시가 송송헌 두릅나무 앞에서 큰형님의 학습내용을 상기허느라 시간만 자꾸 갑니다.
ㅎㅎ 작년에 지가 아무거나 따는 바람에 올해 두릅 수확에 다소 지장이 있었다니
움트는거 하나씩 남겨둬얀단디 뒨정뒨정 허다봉게로 동서는 날쌘돌이 맹키로
벌써 저만치 가며 선수같이 수확을 허니 손 안에 가득혀설라무니
'형님~! 비닐봉지 얼렁 갖구와요'
ㅎㅎㅎ 동서 앞에서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요.
'아이~좀 천천히 허자'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나서얀다니
그중에 젤루 이쁜 울큰형님 빨간장화꺼정 얻어신고 씩씩허니 나서기는 혔는디
이케 무성헌 풀땜시 짐승(?)이 출몰허믄 워쩌나 허고 다리가 부들부들~~
'쬐매 천천히 가믄 안되긋냐? 뒤쫓아가기도 바쁘고만...'
하야...지는 비닐봉지만 들고 동서를 뒤쫓아다니기 바뻤답니다.
앞산의 고사리 뜯는건 아예 포기를 혔구먼요.
도저히 용기가 안나서...
이걸 따야혀 말어야혀...
이런 가시나무에서 이케 맛난 두릅이 매달린게 신기허기도 허고
그러다 고만 종아리를 가시에 긁혀서 훈장을 얻어갖고 왔씨요잉.
발 아래 새로 움이 돋아 자라는 두릅나무를 못본 남지기...
피가 나서 찡찡대며 돌아온 저를 보고 울큰형님 못참고 톱을 챙겨들고 따라오라십네다.
밭두렁 논두렁을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정다웁게...
순식간에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득~~
모두모두 사이좋게 나누고
친정엄마 맹키로 바리바리 싸주시는 큰형님의 넉넉한 마음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지가 워치케 자랑질을 안 허게 생겼능가 보실라우?
직접 담그신 고추장에 들기름에 조선간장까지
그리고 노란거는 너무너무 맛난거라고 밝힐 수 없단디
매실엑기스 같기도 허고...암튼 귀헌거라닝게 챙겨야쥬.
암두 주지말고 울신랑만 주라고...ㅎㅎㅎ
하마트면 시누이헌티 빼앗길뻔~~
취나물에 두릅에다 텃밭의 상추는 또 어찌나 탐스러운지 상추 한 잎이
지 얼굴보다 더 클라고...
이거 쌈 싸먹으려면 서로 눈 흘겨가며 먹게되지 않을까...
부추도 야들야들~~허니 얼마나 연한지요.
이 달걀이요?
야덜헌티서 나온 신선한 놈덜이랑게요.
따끈따끈~~ 하도 신기해서 형님의 야무진 손녀를 앞세워 닭장 앞으로 갔더니만
닭장 옆에는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은 어미개가 잔뜩 경계를 허니
또 다리가 발발~~
쬐끄만 녀석이 '자길 사랑해주는 사람은 안물어요. 가까이 오셔서 저 귀여운 새끼들 좀 보세요'
ㅎㅎㅎ체면이 있지...겉으로는 의연허게...'으르렁~으르렁~'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더이다.
와우~ 요 장닭 좀 보세요. 뭔가 다른 포스가 파악~ 퓡기는디...
바로 요기서 생산한 달걀이랑게요.
오늘 집집마다 두 알씩 가져가란디 제 보따리에는 네 알이나 들어있더라니깐요.
이 흐므진 것들조까 봐주시라우요.
형님의 사랑이 그대로 묻어나는 요놈들 땜시 오늘 웜청 행복해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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