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발길 닿는대로

꿈낭구 2011. 5. 23. 10:38

토욜이 부부의 날이란디...

집에 울큰성네가 오는 바람에

우리 둘만의 오붓헌 부부의 날 행사를 지대루 못혔쟈녀유.

토욜엔 언니네와 비오는 섬진강변을 drive하고 왔는데 그래두 미진해서 못내 아쉬웠던 모냥입니다.

예배후에 점심과 저녁까지 식사를 해결하게 된 딸랑구 덕분에 가뿐한 마음으로

우리 둘만의 발길 닿는대로의 로맨틱헌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지요.

 

일단 달려봅니당...

우리의 추억이 담긴 내장사에서 백양사로 넘어가는 고갯길.

데이또 시절에 여길 참 많이 왔었지요.

 

 

맨 처음 왔을적엔 교회에서 청년부 단합대회로...

당시 새벽기차를 타고 왔었는데 갓 신입생인 저와 사진을 찍겠다고 ^^

그래두 동생친구의 형인 바로 지금의 울신랑이 젤루 푸르고 싱싱허고 허등마는

어쩌자고 군대까지 댕겨오신 졸업반 아자씨들께오서 한사코 저를 배려한답시고

근처에서 어슬렁~~ㅋㅋ

내장사에서 백양사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걸어서 넘기로 혔는디

언제 그렇게 산길을 걸어봤어야쥬.

넘어가며 먹는다고 단감을 한 바작이나 사들고

한참 가을이 무르익던 산길을 걷는디...

당시 울신랑 진도를 못맞추는 저에게로 접근을 혀서는

이야기를 허는디이~

'잉? 이 아자씨 상당히 멋진 아자씨네~~' 속으로 후한 점수를 줬드랬죠.ㅋㅋ

 

 

 

단감 조마니를 들고 뒤쳐져서 이런저런 잼난 야그들을 들음서 걷는디

어찌나 재밌던지 힘든종도 모르고...게다가 애기주먹만헌 단감을 꺼내 먹음서...

몇시간의 강행군을 허는디도 다리 아픈줄도 몰랐당게라.ㅋㅋ

그땐 이 아자씨가 내남자가 되리라곤 꿈에도 몰랐지라.

 

 

이렇게 아스라헌 고개마루를 한나절도 넘게 걸어서 넘었다니

참 그러고봉게 감개무량허요잉.

암튼, 그리하야 백양사에 도착혔을적에 우리의 감보따리는 형편없이 쪼그라들었지뭐유.

69개를 둘이서 먹어치웠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워찌혀얄지...ㅋㅋㅋ

 

그러니깐 그날 이후로 적극 제 주변을 맴돌며

저를 귀여워해주던 선배님들의 시선을 알게 모르게 차단을 시키는데도

저는 눈치를 못챌만큼 지능적(?)이였단 말씸여라.

 

 

그 후로 참 이곳을 많이 왔었지요.

어느해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타고온 택시문을 열 수 없을 정도여서

그대로 되돌아간적도 있었구요.

저를 위해 언제나 어느곳을 가든  막차는 안타고

꼭 막차 앞의 차시간을 알아두어 그걸 이용하곤 했던 배려를 해주던 사람.

눈이 내린 내장사에서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던 시절의 사진이

지금 우리집 거실 전면에 걸려 있지요.

모두들 이 사진을 보면 러브스토리 영화를 떠올리더라구요.ㅎㅎㅎ

예전에 목사님께서 이 사진을 보시고는 어디서 찍었느냐구...

사모님과 꼭 저기 가셔서 똑같이 하고 찍고 싶다공...ㅋㅋㅋ

 

 

그렇게 7년이란 세월을 예쁘게 연애하다 결혼에 이르러서

지금껏 변함없이 한결같은 사랑을...ing.

 

 

결혼하기까지 한 눈 한 번 못팔아보고 결혼을 했지만

크게 억울하지도 않은걸 보면 역쉬~

제겐 과분한 남자를 우리주님께서 주셨음에 감사한 마음이지요.

 

 

오늘 아침 뒷덜미에 흰머리가 하나 삐죽~ 보여

덤벼들어 뽑아주다보니...

저를 처음 부르던 호칭 '아이야~!' 에서부터 네 번이나 바뀐 호칭을 떠올리며

슬며시 웃음이 났구먼요.

 

 

기왕 생각난김에 예전에 주고받았던 밀봉된 love letter box를 열어봐야겠어요.

결혼 몇주년 때인가 한 번 열어본 후 다시 깊숙한곳에 보관중인데

울딸랑구가 자라서 이쁜 사랑을 시작할 즈음에나

개봉을 헐 작정이었는디...

 

 

예전에 조카가 결혼하기전  아가씨와 데이트를 할즈음에

슬그머니 조카에게 조언을 허는디...

그제서야 알았다니깐요.

저를 만나러 오기전에 늘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미리 준비를 했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행복한 여행입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온 우리의 지나온 세월들이 딸아이에게 어떤 그림으로 남겨지게 될지요...

 

 

어느덧 내장사에서 백양사를 지나

담양까지 달렸네요.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산 모퉁이를 돌아가는 좁은 길로 접어들었어요.

눈부시게 예쁘고 사랑스런 꽃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잠시 차에서 내려 이곳을 걸었어요.

우리 딸랑구는 과연 어떤 남자를 요담에 데려올까...하는 이야기를 하면서...ㅎㅎㅎ

아빠같은 남자를 만나기를 원하더라구요.

그렇담 이 남자는 증말 성공한 남자 아닌게뵤?ㅋㅋㅋ

조만간 이걸 빌미루다가 한 턱 내라고 졸라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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