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오늘 만난 풍경

꿈낭구 2011. 5. 24. 19:25

 

 

 

아카시아꽃이 만발한 숲속은 달콤한 향기요정들의 수다로 떠들썩 합니다.

이 꽃을 만날때마다 어린시절 나른한 즐거움이 떠오르지요.

옛날엔 이 꽃을 먹기도 했더랬는데...

달큰한 맛과 향에 긴 장대를 이용해 이 꽃을 따려고

키 작은 우리는 몸이 뒤로 휠정도로 용을 쓰곤 했었지요.

어디 그 뿐인가요?

언니들이랑 이 아카시아 줄기에 쪼로록 달린 잎을 훑어낸다음

그걸 이용해 머리 파마도 했다니까요.

서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머리에 주렁주렁 매달고는

잊어버리고 놀다 풀어보면 곱슬곱슬 머리에 웨이브가 만들어지곤 했다구요.ㅎㅎ

 

언니들이랑 동무들이랑

그걸 이용해서 쌍꺼풀눈도 만들었구요.ㅋㅋ

적당한 크기로 잘라 아래 둥근부분은 입에 물고

잘라진 부분을 눈꺼풀에 끼우고 한참을 놀다보면

어느새 쌍꺼풀이 만들어지곤 했어요.

우리집 딸중에 유일하게 쌍꺼풀이 없던 언니의 큰 즐거움이었다우.

생긴 쌍꺼풀이 오래 못가는게 흠이지만...

이처럼 자연 속에서 모든게 우리들의 놀잇감이 되었으니까요.

 

 

오늘 산에서 만난 이 꽃을 보니

언니들 생각도 나고 친구들도 그리워집니다.

아~!

어디선가 뻐꾸기가 날아왔어요.

작년에 왔던 그넘일까여?

 

 

화사한 복사꽃 자리에서 이렇게 귀엽게 생긴 복숭아가 달렸네요.

ㅎㅎㅎ 옛날 여학교 시절에 사카린에 담근 풋복숭아를

학교앞 구멍가게에서 사먹다 들켜서

교무실앞에 무릎꿇고 손들고 벌 섰던 생각도 나구요.

왜 풋복숭아는 그리도 맛있는지요...

울딸랑구를 가졌을때 우리집 옆뜨락에 이른 복숭아에서

요넘보다 서너배는 되게 탐스런 풋복숭아가 어찌나 먹고싶던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울신랑한테 들켜 미수에 그치고 말아

입맛만 다셔야 했던 생각도 났어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군침도는 복슝이여~~

햇빛과 바람 많이많이 묵고 언넝 커다오.ㅎㅎㅎ

 

 

흡사 나비 두 마리가 사뿐히 날아와 앉은 자태지요?

어쩜 이리도 어여쁜 모습인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이 시골의 정겨운 고샅길이며 돌담은

늘 제 발길을 붙들곤 합니다.

오늘은 이른 아침의 햇살로 한층 더 눈부신 담쟁이 덩쿨이 넘 이뿌요잉.

 

 

지난 이른봄에 그토록 우리를 사로잡던 매화대신

이처럼 올망졸망 탐스런 매실이 열렸어요.

입 안에 침이 고입니당. 아잉~시여~~!!

어릴적엔 요것두 따먹었당게로...

 

 

시시때때로 어김없이 피워내고 맺게하시는

울아부지의 솜씨에 절로 찬양이...

 

 

 

옴매나...이거 고사리쟈녀?

ㅎㅎㅎ 비온뒤라 이렇게 굵고 보암직허니 올라왔네요.

두리번 두리번... 아니~ 죠기도 있다앙~!!

한 주먹쯤은 거뜬히 딸 수 있었는디...점심때 출장가얀다고 어서 서둘러얀다고...

아이고~아쉬워라...20여개 땄나요?

 

 

때죽나무의 이 어여쁜 꽃은 바람이 불면

조롱조롱 흔들리는게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향기 또한 일품이랍니다.

어린잎에는 별 모양의 털이 나고 긴 꽃자루 끝에 흰 꽃이 매달린게 달콤헌 향기까지 선물하니

숨을 크게 들이쉬며 이곳에서 또 한참을 머물다가...

 

 

여기까지 오르는데 50여분.

이름하야... 에덴.

ㅎㅎ 순전히 제가 지은 이름이지요.

처음 이곳에 올랐을적에 어찌나 환상적이던지

고만 제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가 바로 '에덴'이었거든요.

그 후로 자연시럽게 우리 가족 뿐만아니라

제 주변의 지인들꺼정 이곳을 에덴이라 이름하지요.ㅎㅎㅎ

 

 

이곳에서 십여분 더 오르면 깔딱재가 나오는데

오늘의 목적지가 바로 거긴데 슬슬 꾀가나서 다리 아프다고 찡찡~

울신랑 등떠밀어 올려보내고 그동안 이곳 에덴에서 기다리며

맨손체조도 하고 새들과 다람쥐와 놀고...

새들의 지저귐만으로도 얼마나 잼난 놀이를 할 수 있는데요.

이쪽 산에서 목청 높여 지저귀니 저쪽 산에서 곧바로 화답을 하는데

그거 무신소린지 전 다 알아들어요.

짝을 찾는중이라서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거라구요.

'난 멋진 노란깃털을 가졌다우'

그러니까 저쪽에서 '어머나...정말이세요?'

'나는 맛있는 버찌가 어디에 많은지 안다우, 이 산에 많은데 놀러올래요?'

그러니까 저쪽에서 '나 버찌 좋아해요.' ㅎㅎㅎ

 

 

새들과 잼나게 놀다가 이번에는 또 새로운 놀이.

ㅎㅎㅎ 맨손체조를 하다가 거꾸로 본 세상이 참 재미났어요.

장난꾸러기 아이들처럼 ...키득키득...

 

 

계곡길로 내려오면 아침 눈부신 햇살에 샤워를 하는 숲속 풍경이 이렇게 멋집니다.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곳.

이 현란한 봄숲의 향연을 어이한다요...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물줄기에

새들의 노래소리도 고만 묻히고 맙니다.

여름날 언젠가는 요 아래로 내려가서 물을 맞어부와??

에궁~ 멍들지 않을까요?

하지만 재밌을것 같지요잉? 등이랑 어깨 결리신 분들 워때유?

 

 

내가 젤루 좋아하는 이곳.

어느새 빛깔이 더 푸르러서 초록에 물들것 같네요.

이곳에 잠시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잊지못해 이곳을 찾게돼요.

 

내려오는 길에 손수 가꾸신 채소들을 파는 할머니께서

단돈 천 원에 이렇게나 많이 넣어주십니다.

세상에나... 요즘 천 원어치 달란말 감히 못허는디 말여라.

얼마나 눈을 부릅뜨고 야단을 하시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골고루 봉지안에 푸짐히 넣어주시며 천원이라니요.

점심때 쌈 싸먹으라고...

양념도 하라고 굳이 파까지 한 줌 집어주셨어요.

딸같고 며느리같은 생각이 들어서 주는거라시며...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행복해져서

오늘 점심 정말 맛있는 쌈을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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