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식품

장 담그기

꿈낭구 2017. 2. 14. 23:30


지난 토요일 진안 고원길을 걸어보자기에 집을 나섰다가

마침 진안 장날이라기에 장터귀경허고 가자고 잠시 곁길로 샜거덩요.

대보름 앞두고 산골이니 장마당이 클것이라 기대하고 갔었는디

생각보다 한산허드라구요.

할머니께서 직접 농사하신 콩으로 만드신 메주란디

세 덩이를 양파망에 넣어갖구 나오셔서 싸게 줄팅게 사라시능규.

안 그래도 장담그기를 계획허고 있던차에 얼씨구 잘되얏다허구서리

할머니 말씀을 믿고 7만원에 청국장 한 뎅이를 얹어서 사왔어요.

메주 세 뎅이가 5.8kg 입니다.

ㅎㅎ장터귀경허다가 이 귀여운 팔려나온 강아지들을 만났는디

아직은 넘 어려서 철모르고 호기심 왕성혀서 뚤레뚤레~~ ㅎㅎ

얼씨구~~ 함께 놀아달래여.

ㅎㅎ암튼 야떨이 좋은 쥔을 만나서 뿔뿔이 흩어졌을틴디

외로운 산골 할매 할아부지들께 사랑을 듬뿍 받음서

좋은 말동무가 되야줌 좋긋단 생각을 혔쓰요.

엄마 떨어져서 그날 저녁 월매나 낑낑대고 울으까 생각헝게

마음 한편이 찡허드라구여.

이렇게 요상스럽게 생긴것도 보았는디

송근봉이라네요.

소나무뿌리란디 아마 술을 담그나보더라구여.

ㅎㅎ그날 우린 장터귀경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고원길을 걸었는디

근래 보기 드물게 맑고 청명헌 하늘이었어요.

한켠에 차를 세워두고 고원길을 걷기 시작해서

눈길 쌓인 굽이굽이 산길을 걸어 서서히 걷노라니

저만치 마이산이 그림처럼 보입니당.

오후 늦게꺼정 걷고 돌아오다가 온천욕꺼정 허고 차에 올라탔는디

ㅋㅋ차에서 메주와 청국장냄쉬가 진동허는거 아니긋써라?

박스속에 넣어서 행여 냄새밸까봐 엎어두기꺼징 혔는디

트렁크 속에서 하루죙일 있었으니 퀴퀴허고 꼼삭꼼삭헌 냄쉬가...

이거 보통사태가 아니구먼요.

아파트에서 이 메주를 장담글때꺼정 놓아뒀다가는 난감헌 상황이 생길것 같아서

늦은 시간에 울시골집으로 메주 떨궈놓으러 가믄서

동무네집에 있는 우리 간장, 된장, 막장 항아리들꺼정 싣고 가기로 혔쓰요.

간장이 넘 맛있어서 씨간장으로 쓰자고 아껴뒀던 간장단지를 열어봉게로

글쎄...소금이 되야서 밑바닥에 달라붙어 있능규.

지난 여름 어지간히 뜨거웠던 날씨에 고만 쫄아뿐졌드랑게여.

가는 길에 새로 담글 간장 항아리를 하나 사서 싣고

시골집 거실에다가 메주를 소쿠리에 담어서

햇볕 들어오는 창쪽에다 요렇게 벌려놓고 왔었거덩요.

2월15일이 장담그는 날이란디

미리 메주를 씻어서 말려얀다고 하루 전날 오후쯤에 다시 시골집에 갔드랬쥬.

수도가 얼어서 터질까봐 아예 계랑기에서 잠그고 싸매놓고 뒤집어 씌워놓기꺼정 해서

남푠 시간좀 내달래서 고무장갑이랑 숯이랑 고추꺼정 챙겨갖고 함께 갔었는디

넓은 공간이라서 그런지 거실에 냄새가 별로 안 나 다행이었쥬.

새로 사다놓은 항아리를 씻어서 소독을 하는 동안에

저는 소금을 미리 녹여둘려구요.

소금포대도 미리 가져다 놓았기에 일사천리루다가...ㅎㅎ

브러쉬로 메주를 꼼꼼허게 씻어서 오후나절이라서

뒷뜰 햇살 좋고 바람 살랑살랑 부는곳에다가 요렇게 말렸어요.

어차피 온거 그냥 장을 담그고 가믄 좋긋단 생각이 들어서

일을 벌였는디 소금의 농도를 측정헐 오백 원짜리 동전만 챙겨오구

정작 달걀을 깜빡 잊어뿐진규.

이웃집엔 사람 기척도 읎는디 이거 어떡허나...

결국 차를 타고 달걀을 사러 시내쪽으로 갔다오기로 했지요.

ㅎㅎ다행히도 옆마을에 로컬푸드가 생겼드랑게여.

그랴서 달걀 작은 팩으로 하나 사들고 돌아와서

달걀을 씻어서 소금물에 풀어 오백 원짜리 크기만큼 떠오르기를 점검혀얀디

이게...둥둥 떠서 돌아댕기니 사이즈를 재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드랑게여.

고운 채에다가 소금물을 걸러서

다시 염도를 측정해보았어요.

이쯤이믄 되지 않을랑가 허고 살짝 맛을 보니 엄청 짜요.

소독헌 항아리를 깨끗이 닦아내고

아직 뜨끈뜨끈헌 항아리를 들고 들어와서

메주를 집어넣고 참숯과 통고추 3개를 넣고

에효~!

항아리 놓을 자리를 물색허구서 소금물을 부었어얀디

덜컥 소금물을 부어뿐져서

낑낑대고 옥상까지 이 항아리를 들어 옮기느라 애를 먹었당게여.

그러다보니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

항아리를 대봉투를 잘라서 덮고 고무줄로 꽁꽁 동여매고

뚜껑을 덮고나니

에고고...이렇게 깜깜혀졌쓰요.

원래 다음날이 장담그는 날인디

글고보믄 우리가 이렇게 몇 시간 앞당겨 담근셈 아녀?

맛나게 햇살 좋은 시골집 옥상에서 잘 익으라고

항아리를 쓰다듬어주고 돌아왔쓰요.

맛있어얄틴디...

물을 넘 많이 부은것은 아닐지??

혼자 담근 장이라서 은근 걱정이 되기도 헙니다만

이번이 글두 두 번째 장담그기 사업이니 성공작이 되긋죠?

와~~!!

얼마 남지않은 울집 기맥히게 맛난 제 첫작품 된장을 닥닥 긁어서 통에 담아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어둘라고요.

막장이 넘 짜고 되직해져서

보리도 삶고 멸치육수도 만들어 갖고가서 것두 다시 손질허고 봉게로 양이 늘어났네여. 

작은 항아리에서 비운 된장 항아리에 옮겨담고

그러다보니 깜깜해졌쓰요.

돌아오는 길에 넘 피곤해서 낑낑...

대사를 치뤘는디 어케 집에 가서 밥을 또 짓게헐 수 있긋냠서

맛난 중국집서 저녁을 사준다기에 못이긴척...ㅋㅋㅋ

큰 일을 끝내고 돌아와서 그날 밤 끙끙 앓아 누웠당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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