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식품

고추장아찌

꿈낭구 2016. 9. 28. 16:07


비가 살짝 내리네요.

이 비가 오고나믄 가을이 성큼 더 다가오긋쥬?

올해는 많이 가물어서 울주말농장 먹거리들이 신통찮어 발걸음이 뜸혔지요.

작년엔 우리 고추로 고추장아찌를 푸짐허니 담갔는디

올해엔 이도저도 다 틀린 모냥여서 시큰둥허고 있던 참였구만

울형님네서 요새 보기 드믄 실허고 이쁘게 생긴 고추를 가져와서

고추장아찌를 담갔씀당.

비가 오고 난 뒤로 열린 고추라서 탐스럽고 늘씬날씬 참말 보암직도 허드랑게여.ㅎㅎ

모처럼 일찍 퇴근헌 남푠이 데이또 신청을 허는디

아주버님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는 울큰형님 생각이 나서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 대신 변산반도쪽으로 향했구먼요

기별도 읎이 깜짝이벤뜨루다가

우린 가끔씩 형님댁을 방문허는디

울형님 매운내 가득헌 거실에서 고추 꼭따리를 홀로 따고 기시드랑게여.

고추장아찌 담그기 딱 좋은 고추라시며 몽땅 가져가라시는디

이제는 식구도 달랑 둘이라서 조금만 갖고 왔어요.

씻어서 물기를 빼뒀다가 꼭지를 조금 남기고 잘라내고

포크를 이용혀서 콕콕... 고추에 구멍을 내서  

차곡차곡 이렇게 눌러 담었어요.

곰배령에서 줏어갖고 온 납작돌멩이를 열탕소독을 혀서  말려뒀는디

지난번 다른 장아찌 냄새가 아직도 살짝 남은듯혀서

비닐봉지에 요렇게 넣어서 누름돌로 쓰려구요.

간장 식초 설탕 물을 동량으로 허믄 되는디

지난번 마늘장아찌 담글때 식초에 마늘을 담갔던 것을 재활용헐라구요.

더러는 액젓을 넣기도 허고 소주를 넣기도 허고

설탕 대신 매실청을 이용허기도 헌단디

이번에는 장아찌국물을 울집 입맛에 맞춰서 간을 했어요.

담고 보니 조금 여유가 있어서 얻어온 빨간고추도 몇 개 넣어봤네여.

끓이지 않고 바로 이렇게 부었어요.

3~4일 후에 장아찌 국물만 따로 끓여서 식혀 붓을라구요.

떠오르지 않도록 작은 종지로 한 번 더 눌러주고

뚜껑을 덮었더니 안성맞춤이구만요.

얼마 지나믄 울형님 생각험시롱 맛나게 고추장아찌를 먹게될테쥬?

그날...깜짝 반기시믄서 아껴두셨던 단수수를 꺼내놓으셔서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몰라용.ㅎㅎ

울형님 모시고 나가서 맛난거 사드리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는디

우웽??

무신일이래여???

울형님댁 앞에 사람들이 여럿 서성이고 계시능규.

집에 뭔일이 났능가허고 깜짝 놀랐는디

차에서 내리는 우리를 보시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믄서


"아니~ 워째서 당췌 휴대폰 전화도 안 받고 집 전화도 안 받고

뭔일이다냐...걱정이 되야서 쫓아왔등만

불러도 대답이 읎고  저물어서 컴컴허구만 불도 안 켜고

겁이 덜컥 나서 봉게로 문도 안 잠긴것이

혼자 있는디 혹시 워떡허다가 자빠진것은 아닌가

무신 일이 생긴줄 아시고 겁이 덜컥 나서

혼자서는 무서워서 도저히 들어가 확인을 헐 수 있어야제.

그랴서 이케 이웃이럴 불러갖고 온 참였당게."


젊은 댁과 건장헌 아자씨 한 분을 뫼시고 마악 들어서시던 참에

우리가 당도헌것 아녔긋써라잉?

시상으나... 고만 가심이 뭉클허고 어찌나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던지요...

문 닫어걸고 이웃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도시의 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정말 훈훈헌 광경을 목격혔지뭐야요.

너무나 고맙고 감사혀서 가심이 증말 찡혔구만요.

이 고추장아찌를 먹을때마다 그 훈훈헌 시골 어르신들의 따뜻헌 사랑에 매번 감동이 일렁일것 같으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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