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축령산 편백나무숲

꿈낭구 2011. 6. 11. 21:38

주말을 이용해 지난번부터 벼르던 전라남도 장성에 있는 축령산 편백나무숲에 가서 충전을 하기로 했답니다.

 

차창 밖으로 하얀꽃들이 장관입니다.

도대체 그 꽃의 정체가 궁금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용?

가까이 다가가보니 감자꽃이 한창입니다.

루이16세가 흉년으로 인한  대기근때 농학자 파르망테의 감자 구국론에 힘입어서

스스로 양복 단추에 감자꽃을 꽂고 다니는가 하면

왕비의 머리에도 감자꽃을 꽂게 하여 감자먹기를 적극적으로 장려했었다지요?

감자꽃이 가까이 보니 소박하고 아름다운 꽃이네요.

요즘 감자가 내몸을 살린다는 책의 영향도 있겠지만서도... 

우리도 몸에 좋은 감자먹기를 장려하는 뜻으루다가

머리에 꽂고 다닐까여? ㅎㅎㅎ

 

누렇게 익은 보리밭을 퍽 오랜만에 만났어요.

밀은 키가 더 크지않을까 싶은디...보리인지 밀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저는 보리쪽으로 기웁니다.ㅎㅎㅎ

어린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런 보리밭을 지나야했는데

바람이 불어 일렁이기라도 하면 얼마나 무서웠던지요...

 

 

구비구비 험준한 산을 넘어 드댜 장성 편백나무숲에 도착을 했어요.

울창한 숲을 바라만 보아도 눈이 맑아지고 가슴이 확~ 트입니다.

여러갈래의 길이 있는데 우리는 모암마을에서 들어오는 길을 택했답니다.

 

 

이 숲은 춘원 임종국 선생께서

헐벗은 우리 산야를 푸르게 가꾸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596ha의 임야에 253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며

피땀 어린 노고와 열정으로 이루어 낸 우리나라 제일의 편백,삼나무 숲이랍니다.

 

 

극심한 가뭄때는 온 가족이 물지게를 지고 가파른 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나무에 물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에 감동받은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해 함께 물을 주어 가뭄에도 나무들을 살려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어요.

이 숲은 빈곤과 고난의 시대를 극복한 한 선구자의 승리의 숲으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랑스러운 숲이라는군요.

 

 

오르는 길이 이렇게 흙길인것이 마음에 듭니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길 한 편에 톱밥을 깔아두었더라구요.

맨발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폭신한 그 길을 맨발로 걸으며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발산해내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키기만 해도

건강해질것 같아요.

 

 

실제로 이 숲은 건강의숲길도 있어서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신다고 해요.

주말이라 그런지 오늘은 유치원 아이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이들이 숲에 가득한데

평일에 오면 훨씬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겠지요?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고서 산책 정도로 생각하고

물도 조금밖에 준비를 못했고 저는 등산화 대신 트레킹화를 신고 왔는데

숲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614m 축령산 정상까지 올랐어요.

꼬박 네 시간의 등산을 한 셈인데 지름길로 하산을 하느라 급경사라서

신발때문에 자꾸만 미끄러져서 좀 힘들었어요.

사람들은 도시락들을 준비해서 이곳 정상에서 모두들 맛있는 점심을 즐기는데

우린 커피 한 잔에 어제 집에서 제가 구운 머핀 두 개씩 먹은거 말고는

군것질거리도 없이 산에 무작정 올랐다가 매실액 한 병을 둘이서 아껴가며 마시느라

어찌나 아쉽던지요...

그러게 항상 길을 뜨려면 직접 챙겨야 한다니까요.

큰소리 빵빵치며 다 챙겼다더니만...

 

 

내려오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올려다 보았지요.

온갖 사투리들이 다 들려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이곳이 이렇게나 많이 알려졌나봐요.

정자의 위층 아래층에 사람들로 가득해서 사진만 한 장 찍고 내려왔거덩요.

 

 

골무꽃인데 여러해살이풀이랍니다.

전체에 털이 많고 잎은 심장 모양으로 마주나기로 나지요.

꽃은 이렇게 어여쁜 보랏빛으로 한쪽으로 치우쳐서 두 줄로 피는게 퍽 재미나요.

내려오는길에 함초롬히 핀 야생화들이 피로를 가시게 합니다.

이 꽃이 지천으로 피었더라구요.

이걸 골무처럼 끼고 꽃을 수놓아볼까여? ㅎㅎ

 

 

서어나무랍니다.

생태계가 가장 안정적인 숲에서 자라는 나무라고 하던가요?

 

 

천남성이 잎을 양산처럼 둘러쓰고 수줍게 자태를 드러냅니다.

참 묘한 생김새지요?

 

 

이런 색의 꽃은 처음 보았어요.

하두 기묘하게 생겨서리...

 

야생화를 주로 찍으시는 아저씨께서 천남성이 이런 색도 다 있다시면서

사진기에 담기에 여념이 없으시더라구요.

저는 아래로 한참을 내려오니 군락지처럼 응달진 숲그늘에 어찌나 옹기종기 많이 모여 피었던지...

요넘도 찍어주고 저넘두 찍어주느라 엎디어서

앞태도 보자, 뒤태도 보자...그러다봉게로 바지가 볼품없게 돼뿐졌쓰요.ㅋㅋㅋ

 

 

뱀딸기의 현란한 빛이 시선을 빼앗네요.

정말 배암이 요걸 먹을까여??

행여 나타날까봐 사진만 부리나케 찍고 내려왔어요. 으달달~~

 

 

엉겅퀴는 수수한 차림 그대로 길가에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죄다 엿듣고 있어요.

장식처럼 붙어있는 벌레도 넘 귀엽지요?ㅎㅎㅎ

양다리를 걸치고 있네여...ㅋㅋ

 

 

벽오동나무가 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네요.

여름에 노란색 꽃이 암수 한 그루로 피거든요.

시원스레 쭈욱 뻗은 나무가 기품있어 보여요.

 

 

오늘의 주인공 편백나무지요.

Forest therapy의 주인공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나무지요.

아토피환자들이나 암환자들까지도 이 숲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 나무 때문이라지요.

이곳에 와보니 치유의 숲이라고 안내되어 있더라구요.

하늘숲 길, 건강숲 길, 산소숲 길, 숲내음숲 길.

이렇게 여러 코스로 나뉘어져 있는데 곳곳에 쉼터도 마련되어 있고

특별히 이 편백숲에는 커다란 평상까지 마련돼 있어서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돼있더라구요.

숲치유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서 개인별, 그룹별 맞춤형 숲치유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다리에 힘이 풀린 저를 위해 이곳에서 기다리면

저~ 아래 임시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시원하게 해서 갖고 온다고...

극구 사양을 하는데도

울신랑 증말 센스 하난 끝내줘요잉~!

이 숲그늘에 저를 남겨두고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주차장을 향해 총총히 사라집니다.

잘려나간 나무둥지에 철푸덕~ 앉아서 가슴 가득하게 피톤치드를 들이킵니다.

 

 

가족단위로 참 많이들 오셨네요.

하루쯤 이곳에서 책 읽으며 푸욱 쉬고 싶어요.

우리집 가까운 산에도 이런 편백나무숲이 있지만 이렇게 빽빽한 숲은 처음이었거든요.

다리는 힘들다고 아우성이지만 오늘 마음껏 들이킨 이 맑은 숲속의 산소는 돈주고도 못사는거 아닌게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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