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백련을 만나러

꿈낭구 2011. 8. 3. 12:27

 

 

언제부터 하소백련을 보러 가자고 노래를 부르던 울신랑.

아직 부실헌 몸을 이끌고 미안한 마음에

말없이 따라 나섰지요.

처음 가는 길이라서 사뭇 흥분된 울신랑은

지는 해가 아쉬운지 운전에 몰두한듯

목적지를 향하여 신나게 달립니다.

 

 

해가 뉘엿뉘엿 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시기적으로 조금 늦은감이 없지 않은데...

그래도 함초롬히 눈부신 꽃을 피워낸 이 연꽃들을 보러

훠이훠이 달려 온 보람이 있긴 있습니다.

 

 

7월 초부터 이곳에서 백련축제가 열렸다는데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뒤늦게야 오게 되어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요.

오늘도 눈치만 살피던 남편이

열심히 검색중이던 노트북을 슬쩍 넘겨다 보니

이곳 하소백련을 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야~ 그냥 머리만 질끈 묶고 그대로 따라 나섰더니

어느새 카메라꺼정 챙겼지 뭡니까?ㅎㅎㅎ

 

 

어느새 꽃이 진 자리에 이렇게 연밥이 생기기 시작했네요.

그런가 하면 뒤늦게야 올라온 꽃봉오리도 있고...

연꽃이라면야 우리 마을의 공원에도 제법 넓은 연못에 핀 연꽃도 있는데

굳이 이곳에 오고 싶어 하는가...했더니만

여기 넓디넓은 연못에는 죄~ 이렇게 청초한 백련입니다.

 

 

새우가 알을 벤 형상이라해서 하소라는 이름이라는데

저만치 산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연못으로 오르며 소박한 울타리를 만났습니다.

사립문조차 이렇듯 정겨운 이 집에는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살고 계실까여?

 

 

 

 

 

백련 앞에서

                                                      최만산

 

하얀 햇살이 묻어 있는

쟁반 같은 너의 얼굴에서

나는

나의 옛 신부를 만난다

날이면 날마다

하늘을 우러르며

하늘을 보듬으며

하늘을 닮는 당신

그리고 마침내는

긴 긴 기다림의 끝에서

하늘의 꽃을

피우는 당신

 

 

한 발자욱만 서둘러 왔더라면

이곳에 담긴 저녁노을도 함께 담을 수 있었는데...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12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어디에서 왔을꼬...

저 혼자 피워낸 분홍빛 연꽃이 외롭게 서있네여.

 

 

** 맑게 개인날 아침 6시쯤에서 꽃이 문을 열고

저녁 5시 무렵이면 문을 닫는다.

연꽃은 나흘동안 피는데

이틀째 피어날때의 향기가 절정이라고...

이틀째 피어난 꽃에 주로 벌들이 모여든다.

 

 

연꽃차는 이틀째 핀 연꽃이 오므라들때

한두 잔 마실정도의 차를 봉지에 싸서

노란 꽃술에 넣어둔다.

이때 너무 많이 넣으면 그 무게를 못이겨

꽃대가 꺾인다.

 

 

하룻밤이 지난 다음날 아침

꽃이 문을 열기를 기다려

차 봉지를 꺼내어 차를 우려 마시면

연꽃차만이 지닌 황홀한 향취와 마주치게 된다.

 

 

이때 보통 차 처럼 끓는 물을 식혀서 우리는 것 보다는

차디찬 물로 차를 우리면

연못가에서 듣던

바로 그 향기를 음미할 수 있다.

 

 

이틀째 개화한 꽃을 따서 그 안에 차를 한 웅큼 넣고

비닐로 싸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그때 그때 꺼내쓰면 된다.

1년을 두고 단 한 번 피어난 꽃이 너무 애처롭기는 하다.

차의 진정한 운치는 담박하고 검소한데 있다.

그릇이 지나치게 호사스러우면

차의 운치를 잃는다.

차의 원숙한 경지는

번거로운 형식이나 값비싼 그릇으로 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

 

오래전 책을 보다 메모해둔 내용이 생각나서 들춰보았다우.

 

 한켠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어린시절에 요런 연꽃을 어디서 만났었더라? 


 

 

 

시골의 저녁이 더 일찍 찾아오는걸까요?

어느새 날이 저물기 시작합니다.

늘어선 장 항아리에서

장이 익어가는 냄새와 함께

마을의 개들이 컹컹 짖어대는 소리에

아련한 어린시절의 여름밤이 생각났습니다.

 

나도 어서 딸랑구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상추쌈에 풋고추와 된장으로 저녁을 차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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