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다산초당

꿈낭구 2011. 8. 20. 01:05

 

 

강진으로 향하는 동안

날이 살짝 흐리지만 그런대로 둘만의 오붓헌 나들이가

마냥 즐거운지 울신랑 연신...벙글벙글~!!

충청도를 거쳐 강원도꺼정 내륙으로만 안 가본 곳에 가보리라 맘먹었단디

일기예보에 중부지방 비가 내린다기에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거덩요.

 

 

언제부터 한 번 가 보리라...맘먹었던지라

크게 망설일것 없이 강진으로 달렸지요.

생각보다 호젓한 마을입니다.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은 숲길 그대로인게 마음에 듭니다.

우거진 숲이라서 조금 어둑한게

다산초당을 찾아 오르며 타임머신에 올라탄 느낌이랄까요?

 

 

뿌리의 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입니다.

잠시 이곳에 머물며 유배지로 향하던 그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이 힘들지 않았을까요?

 

 

천천히 음미하며 고즈넉한 좁은 산길을 오릅니다.

 

 

 

 

 

마주 내려오는 일행들에게 길을 잠시 내주어야 할 만큼

조붓한 오솔길입니다.

땀으로 흥건한 모습인걸 보니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은걸까여?

 

 

지난번 많은 비에도 용케 이렇게 남아있네요.

오르던 이들마다 하나씩 보태었을테지요?

 

 

하늘이 안 보일만큼이나 나무들이 빽빽합니다.

서늘한 바람에도 등줄기에 살짝 땀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졸졸거리며 흘러 내리는 물줄기에 땀을 식히려는데

앗!! 산모기가 귓가에서 엥엥거리며 위협을 합니당.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니 드댜 다산초당이 보입니다.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 지붕으로

생각했던 것보다는 공간이 넓습니다.

유배객으로 이곳에서 지내던 그 시절에는 조그만 초당이었던것을

다산유적보존회가 이렇게 크게 지었다고 합니다.

우거진 숲 때문인지 사진 몇 장 찍는 동안에 모기한테 헌혈을...흑흑흑...

 

 

널리 알려진 이 현판의 글씨는

천하명필 추사 김정희의 글씨.

 

 

 

 

 

뜰 앞의 넓적한 바위는 '다조'라고

차를 그곳에서 달였다고 합니다.

 

 

연못이 비때문인지 흐립니다.

초당 연못의 석축이 무색할만큼 졸졸거리며 흘러 내리는 물줄기가 보이네여.

 

 

차를 마시다가 녹차 한 방울 한 방울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찻잎을 하나하나 따는

어린 행자들이나 가엾은 백성들의 슬픈 땀 한 방울 한 방울이라는 초의의 말을 들으며

이후 정약용은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내려오는 길에 자생하는 차나무들에서

손수 차를 따서 덖어 말리곤 했었다고 합니다.

계단밭을 만들어 채소를 갈고 벌레 먹지 않은 것들을 뽑아 마을 노인들의 집에 나누어주고

벌레 먹은 것은 자기가 먹곤 했었다는 글이 생각났습니다.

 

 

 

아침 햇살에 일어나니

맑은 하늘에 구름이 둥실거리고

낮잠에서 깨어나니

향맑은 시냇물에 흰 달이 어른거린다고 노래했다지요?

 

 

다산동암.

 

 

 

 

 

 

 

현판의 글씨는 다산의 글씨를 집자하여 만든 것으로

정약용의 글씨에서는 해맑은 느낌이 마치 천고의 무공해 글씨체 같다기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지요.

 

 

보정산방.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추사의 중년시절의 명작이라고 합니다.

정약용보다 24세 연하였던 그가 '정약용을 보배롭게 모시는 산방'이라는 현판을 썼답니다.

 

 

다산은 이곳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그리고 썼다는데...

 

 '매화와 새'

 

파르르 새가 날아 내 뜰 매화에 앉네

향기 사뭇 진하여 홀연히 찾아왔네

이제 여기 머물며 너의 집을 삼으렴

만발한 꽃인지라 그 열매도 많단다.

 

 그의 외로움이 묻어납니다.

날으는 새도 잡아두고 싶을만큼 외로웠던걸까요?

 

 

 

백련사 가는 길목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산모기가 줄기차게 우리를 노리고 따라옵니다.

인적이 드믄 이곳에서 여러날 굶주렸나봐요.ㅎㅎㅎ

 

 

이곳에서 차를 땄을까여?

울창한 숲그늘 아래 야생차가 가득합니다.

 

 

다음번에 오면 깃대봉까지 가 봐야겠어요.

 

 

한참을 오르고 나니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길입니다.

이 오솔길로 정약용은

유배시절 인간적으로 사상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던

백련사 혜장스님을 만나러 다녔답니다.

가시울타리에 갇힌 위리안치(圍離安置)는 아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겠지요.

이 오솔길의 산책이

그나마 그의 유배생활에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요?

 

 

 

만덕산 저편의 백련사를 향해 우리도 한걸음씩 내려갑니다.

 

 

눈 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

빼곡하게 들어서있는 동백나무들이 봄이면 탐스럽게 피겠지요?

 

 

멀리 바라다 보이는 구강포의 아름다운 경치도

어쩐지 슬퍼보입니다.

저 건너 바다를 바라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혹...흑산도의 약전을 그리워했을까여?

 

 

울울창창하던 숲속 오솔길을 벗어나자마자

이렇게 하늘이 나타나니 그늘이 그리워집니다.

졸졸거리는 도랑물에 손을 담그는것으로 달래고

다시 걸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백련사.

만덕산 한쪽 기슭에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네여.

 

 

높은 축대가 누구 말마따나 우짠지 도도해 보입니당.

살짝 거부감이 들어요.

이곳을 한참이나 돌아 오르니...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아주 그만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강진만을 내려다 보며 이 나무 그늘아래에서 땀을 식힙니다.

 

 

어디선가 판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옵니다.

아...여기가 남도로구나...

아까 이곳으로 오던중에 만난 지긋하신 남자분의 제자일까여?

'하~ 오늘은 공부가 잘 안되긋는디이...' 하시던 말씀이

무신 뜻인지 이제서야 눈치를 챘습니다.

저쪽편 높다란 정자에서 소리공부를 하는 제자를 두고 하셨던가 봅니다.

습허고 무더운 날씨에 아마도 소리공부가 힘들까 염려해서...

 

 

천일각에서 구강포를 내려다보는것도 정말 멋집니다.

정약용 유배시절에는 없었다는 정자인데

아까는 여기에 사람들이 머물러서 그냥 지나쳤었거든요.

백련사 다녀오는 길에 잠시 머뭅니다.

 

 

 

 

다산초당 한켠에 새겨진 글씨.

하마트면 놓칠뻔 했습니당.

이렇게 중요한 유적을...

모르는 제가 보기에도 이 글씨는 정말 담백합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참을 머물렀답니다.

내려오니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바닷가를 향해 천천히 달려가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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