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필' -이상국-
리필이라니?
커피가 아니라 생이라고?
리필된 봄 한 잔을 감격하며 마시고
하루를 다시 휴지처럼 풀어쓰고 나면 다시 가득 채워지는 생이라고?
아름다워라. 생이여!
그렇다.
첫 새벽 가득 채워진 리필된 생의 잔을 들고
우리는 다시 새봄을 맞이하는 것 아니던가.
아침을 맞는 거 아니던가.
<신달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