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그늘 학습

꿈낭구 2011. 8. 13. 22:17

 

 

어느새 밤송이가 이렇게 굵어졌네여.

뾰족뾰족헌 가시를 내어밀고

모처럼 반짝~나온 햇님과 눈싸움을 하고 있쓰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 감나무는

담 너머로 길게 길게 손을 뻗고 두 귀를 쫑긋하고

엿듣고 있네여.

조심하셔라...

이 감나무 바람 부는 날이면 근지러워 죄다 떠벌일지도 몰러요.

 

 

오늘이 말복이라지요?

유난스레 비가 많았던 이 계절임에도

이렇게 토실~헌 밤송이가 여물어가는데

내 삶은 과연 얼마나 여물었나 돌아보게 합니다.

 

 

주구장창 내리던 비로

계곡의 물살이 거세어 졌어요.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만 보아도 서늘해집니다.

 

이곳 매직벤치에 앉아서

며칠 전 만난 시를 떠올립니다.

 

그늘 학습

                                  - 함민복 -

 

 

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고

옆산에서 꾀꼬리가 운다

새소리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이리 부딪히니

나무 그늘에 좀더 앉아 있어야겠다

 

 

 

*잘 자란 느티나무 한 그루에는 500만 장의 잎이 달린다.

벌레에게 양분을 나눠주고 구멍난 잎, 덜 자란 앙증맞은 이파리, 통통하게 물 오른 잎사귀.

제가끔 서로 다른 잎이 겹겹이 쌓이고 엉키며 그늘을 지어낸다.

살아 움직이는 그늘이다.

농담과 심천이 있는 흰 그늘이다.

가장 밝은 어둠에서 가장 어두운 밝음까지,

빛의 흐름이 춤춘다.

부는 바람 따라 500만 장의 잎이 살랑이며 짙은 그늘을 지었다가 이내 흩어지며

옅은 그림자를 짓는다.

다른 모든 생명을 품어 안는 생명체의 너그러움이 싱그럽다.

가늣하게 스치는 산들바람 따라 새 소리 스며든다.

하루 노동에 지친 사람도 들어선다.

나무 그늘은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의 쉼터다.

언제나 부딪히는 사람의 마음도 잦아드는 안식처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에

새들의 노래도 우리 두 사람의 대화도 죄다 떠내려갑니다.

 

 

요 아래 제법 길다란 폭포가 있어서

보고 가고픈디...

미끄러운데 위험하다고 한사코 팔을 잡아 끕니다요.

이 넘치는 호기심을 할 수 없이 꼬깃꼬깃 접어 넣고...

능선쪽을 향하여 오르는데

자꼬만 뒤를 돌아다 보며 입을 삐죽삐죽...

 

 

이 모습으로 만족을 허라는디...

요건 폭포가 아니라 비단결 같구마는...

 

 

도심의 분수에서 시원시레 솟구치던 물줄기 맹키로

우와~~ 증말 션~헙니당.

 

 

비에 젖은 편백나무 숲이

수채화처럼 아름답군요.

어느새 우리네 마음도 푸르고 청청하게 물이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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