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울시골집 텃밭만들기

꿈낭구 2018. 4. 12. 23:00


울시골집 화단 여기저기에 귀여운 제비꽃들이 화사하게 피었다.

상자텃밭을 만드느라 낑낑~!

남푠은 나의 이 대대적인 사업(?)에 여엉~ 비협조적이다.

기냥기냥 밭고랑 만들고 씨를 뿌렸는디

자기 영역에 침범혔다 여기는 눈치다.

힝~!!

내 혼자서는 못헐줄알공?

두고보셔라. 내 근사허니 멋드러진 상자텃밭을 맹글고야 말터이니...

동무네서 얻어갖고 온 데크 뜯은 나무를 이용해서

하루죙일 부산떨믄서 있는힘 읎는힘 다 혀감시롱...

이케 우선은 모냥만 잡어놓구서리

옥상에 올라가서 전체 모습을 내려다보니께

흐므지고 뿌듯허다.ㅎㅎ

울딸랑구 좋아허는 고수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렇게 뾰족허니 올라와 자라고 있다.

작년봄 딸랑구를 생각허믄서 모종을 사다 심었었는디

기특허기도 허지.

남푠이 씨앗을 파종허고

새들헌티 도둑맞는다고 한냉사를 씌웠드랬는디

싹이 돋았나 살펴보다가

요넘을 만났다.

따뜻헌 봄햇살에 나른해서 졸음이 왔나

말을 걸어봐도 세상모르고 이러구 있다.

흙빛으로 위장을 허고 꼼짝않는 요넘을 방해할까봐

살금살금 관찰을 했다.

그나저냐 얘 이름은 뭐지?

땅속에서 갓 나와서 요런 모습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작년에 심었던 아스파라거스에서

요렇게 통통허니 새순이 올라왔다.

오마낭~!! 시상으나... 이 귀헌것을...

오잉? 여그도 올라왔넹?

굵어지기 지달렸다가 멋드러진 요리를 만들어 묵어야징.

요리보고 죠리봐도 넘넘 훌륭헌 솜씨 아니냐고

남푠 옆구리 찔러가믄서 찬사를 요구허니께

마지못해 건성건성 대답을 허긴 허는디

아직도 나의 이 원대헌 꿈을 부질읎는 소꿉놀이쯤으로 여기는 모냥이다.

이렇게 구역을 만들어서 허브도 심고

이쁜 꽃도 함께 심어서 멋드러지게 맹글끼니께

그때가서 두고 보드라구요.

무엇을 어디에 심을까

혼자서 부푼꿈을 안고

봄볕에 그을리믄 님도 못알어본단디

그까잇 햇볕 따위쯤이야 아랑곳헐것 읎네.

지난해 봄 우리밀 영농조합 견학을 갔다가

귀헌 우리밀 종자를 한 줌 얻어다

늦가을에 매실나무 근처에 조금 뿌렸는데

와우~!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열심히 자라고 있다.

어릴적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올때면

키 보다 훌쩍 자란 밀밭옆을 지날때믄

짓궂은 머슴아들이 밀밭속에 문디가 숨어있다 잡어간다고

겁을 주곤 했더랬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어린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손바닥만헌 밀밭이다.ㅎㅎ 

히야신스가 역쉬 땅에서 자라는게 실허고 향기도 더 진하다.

키를 낮춰 꽃들에 눈을 맞추고

향기를 맡아보고 이쁜 꽃송이 하나하나와 속닥속닥 이야기도 나눈다.

하늘을 바라보고 화사허게 핀 자목련

담장 곁으로 나란히 심었던 백목련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예뻤을까 생각허니 속이 상한다.

세를 살던 사람이 해도 너무했다.

정원의 반 이상 나무들들 죽이거나 잘라서 없앤것을 생각허믄

이제 다시는 남에게 집을 내줄 생각이 없다.

뒷뜰의 온갖 과일나무들도 거의 사라지고 없어서

작년 봄에 골고루 새로 사다가 심었었다.

곁가지에서 아래로 뿌리를 내려 이렇게 곱디고운 꽃을 피워낸 목련이 넘나 사랑스럽다.

연한 핑크빛으로 화사하게 꽃을 피워 벌나비를 부르는 모습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울엄마께서 심어주신 잎이 붉은 나무라서

우린 이 나무를 빨강나무라고 이름붙여줬드랬다.

곁에 있는 라일락과 겨루기에 밀렸던지

나무가 햇빛을 찾아 옆으로 누워 자랐다.

전혀 손봐주지 않은 탓에 이렇게 나무들이

온갖 역경을 딛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이제부터라도 아낌없이 보살피고 사랑해줘야겠다.

뒷뜰의 배나무에서도 이렇게 눈부신 배꽃이 만발했다.

근처에 향나무가 많은탓에 과일나무로서는 제 구실을 못하지만

봄이믄 이토록 화사헌 꽃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니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이 어여쁜 꽃들과 한나절을 놀아도 마냥 좋기만 하니...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루페를 들고

좀더 가까이 느껴보고 싶어졌다.


드댜~기다리던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꽃가루를 듬뿍 묻혀 이꽃 저꽃으로 중매를 다니는...

예전 침실로 쓰던 방 창가에 심어 향기를 즐겼던 순백의 라일락도

옆집 담장 가까이 엄청나게 자란 살구나무 때문에 햇빛을 많이 받지못해

기진맥진했었는데

작년에 공을 들였더니 이렇게 이쁜 꽃을 피워

우리의 정성에 보답을 해주고 있다.

라일락의 꽃술은 어디 숨겨둔걸까?

공부를 더 열심히 해봐야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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