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여름궁전이 부럽지 않은 울시골집 꽃놀이

꿈낭구 2018. 5. 17. 05:19


2018년 5월 16일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 5월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향긋한 장미꽃이 나를 반긴다.

장미원에 심겨진 꽃들도 어서 자기들도 봐달라공...

이 화려하고 우아헌 자태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사랑스런 장미 앞에서

어린시절 고향집을 떠올린다.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열고 들어서면

장미꽃 향기가 먼저 반기곤 했드랬다.

그래서 그런지

장미꽃 향기속엔 내 유년의 시절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엄마의 냄새이기도 하다.

엄마가 심어주신 장미꽃이 이렇게 어여삐 피었는데

그리운 엄마 모습을 꽃 속에서 만난다.

눈을 감고 가만히 향긋한 내음을 깊게 들이키면서

엄마냄새를 느낀다.

장미와 샤스타데이지가 사이좋게 피었다.

겨루지 않고

저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엄마가 가꾸시던 고향집 화단에는 온갖 어여쁜 장미꽃이 가득했었다.

보고싶은 엄마를 만난듯

나는 어제 내내 이 꽃들과 눈을 맞추고

향기를 맡으며

가까이서

은밀히 대화를 나눴다.

남편이 대문에 페인팅을 하는 동안

내내 나는 꽃놀이에 심취돼서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거실에 앉아서도 내다 보이는 위치에 자리잡은 이 장미는

작년 봄 화개장터에서 데려온 홍매와 너무 가까워졌다.

생각보다 홍매가 빨리 자란탓이다.

내년에는 홍매를 아무래도 옮겨심어얄듯...

이번주 비소식이 있어서

흐드러지게 핀 작약을 묶어주었다.

아무래도 비를 맞으면

만개한 꽃들이 제 무게를 감당못하고 쓰러지거나 꺾이고 말것 같아서...

나에게도 이런 꽃봉오리 시절이 있었는뎅...

참말 사랑스럽고 어여쁘다.

어떻게 이런 화려한 옷을 만들어 주셨을까

울아부지 솜씨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방긋방긋 웃는 어린 아기처럼

내 마음을 한없이 기쁘게 만들어 주는 이쁜 꽃들이다.

꽃들은 꽃들대로

곤충들은 곤충들대로

모두가 참 열심히도 살아내고 있구나.

다투지 않고 햇빛을 나눠 먹으면서

참으로 사이좋게도 살아가고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자주빛 예쁜 꽃을 피웠던 할미꽃이

백발이 성성해서

내년 봄을 준비하고 있다.

할미꽃은 꽃도 예쁘지만

봄을 갈무리하는 이 모습도 참 멋지다.

이렇게 화사하게 꽃을 피운걸

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얗게 찔레꽃도 담장 곁에서 피었다.

이 찔레꽃 곁에서 시 한 편을 읊조렸다.

우아하게 피었던 모란꽃이 지고

이제 다음생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꽃잎같은 꽃받침이 너무나 섬세하고 이쁘다.

백합꽃이 열심히 향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같다.

올해엔 장마때 개화해서 날 안타깝게 하지 말아다오.

아주 작고 귀여운 백정나무꽃이 자기도 봐달란다.

잎도 이쁘지만 작은 꽃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 꽃들 때문에 날마다 오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기에...

지난주부터 나무들 다듬느라 바쁜 남편을 위해

새참이라도 만들어야겠다.

오엽송과 향나무에 이어

오늘은 호랑가시나무를 이쁘게 다듬을 계획이란다.

며칠전 새로 사다 심은 찔레가 이렇게 앙증맞은 꽃을 피웠다.

덩굴을 뻗으며 담장위로 자라는 찔레와는 달리

납작 누워서 땅바닥을 기며 자라는 특이한 찔레란다.

3년 정도 자라면 아주 멋진 모습일거라며

꽃집 아저씨 강추하신 꽃인데 우리집에 오자마자 이렇게 잘 자라고 있다.

눈을 맞추기 위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참을 이야기하며 놀았다.

돌틈에서도 바위곁에서도 아주 잘 자란다니

조만간 이 아이에게도 기댈 의자를 마련해줘야겠다.

조팝나무가 눈부시게 피었더니

바람 한줄기에도 작은 꽃잎들이 우수수 흩날리는 모습이

눈이 내리는것 처럼 장관이다.

그 틈에 철쭉꽃에 세들어 사는 거미들도 집단장을 하고 있네.ㅎㅎ

야생화인 메발톱 토종이다.

야생으로 자라는 꽃의 씨앗을 파종해서

이렇게 꽃을 피운거라 온실속에서 자란 꽃과는 역쉬 포스가 다르다.

너무나 가냘프디 가냘픈 줄기에서

어쩌면 이렇게 야무진 꽃이 꺾이지 않고 매달려 있는지 신기방기... 

얼마전 사다 심은 라벤다도 꽃을 피웠다.

여기가 어딘지 사뭇 궁금하다는듯

그 작은게 어쩜 이리도 튼실헌 꽃을 피운다지?

솜털 보송보송한 모습도 사랑스럽고

너무나 예쁜 보라색 헤어스타일도 멋진데다

황금빛 보석을 주렁주렁 매달고 한껏 치장하고

벌 나비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어디서 따라왔는지 이름모를 꽃을 피운 야는 과연 누구일까?

와따미~!!

꽃문을 살짝 열고 바깥세상이 궁금한듯...

암튼 우리집에 와주어서 반갑구나.

우리 함께 잘 지내보자꾸나.

조만간 네 이름을 알아내서 불러줄게.

내가 은밀히 좋아하는 이 꽃을 아는 사람~!!

이 빛깔이 넘나 멋지지 않느냐구.

봉오리도 사랑스럽지만

꽃술의 자태도 예술이 아닌가 말여.

놀라지 마시라.

바로 이것은 아욱꽃.

된장넣고 끓인 아욱국만 즐기는게 아니라

한없이 작고 앙증스런 이 꽃까지 즐길 수 있어서 마냥 좋다.

난 어찌보믄 국 보다는 꽃을 즐기기 위해 심는지도 모른다.ㅎㅎ

고추도 이렇게 꽃을 피웠다.

우리집 텃밭으로 이사와서 그동안 힘겨웠을텐데

이렇게 이쁜 꽃을 피웠으니 내 너의 수고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오잉??

대파꽃이 분화를 허는걸까?

높이 솟아오른 꽃송이들은 어찌된 영문일까?

아무래도 좀더 자세히 알어봐야 쓰긋다.

바깥쪽에서 곤충들을 불러모으기 불리해서 이렇게 까치발을 들고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묘기를 부리는걸까?

고수가 하얗게 꽃을 피웠다.

흡사 흰나비가 모여앉은듯 사랑스런 모습이다.

울딸랑구 좋아허는 향신채니까 텃밭 한켠 자리를 넉넉허니 내어주마.

쑥갓이 맘이 급했는지

씨를 뿌린지 얼마되지 않았구만

벌써 이렇게 꽃을 피웠다.


보통은 노란꽃이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얘들은 꽃색깔이 다르넹?

곤충을 불러들이기에 더 유리하도록 멋진 옷을 입었나보다.

하늘이 높다하고 위로 위로 마음껏 자라고 있는 요것은?

그 가냘프디 가냘픈 줄기끝에 주렁주렁 길다란 종 모양의 꽃을 매달고 있다.

보는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이렇게 많은 꽃을 피우면 얼마나 좋을까?

역쉬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더 이쁜겨.

내 너와 눈맞추기 위해 땅에 무릎을 꿇었다는거 알지?

아스파라가스를 작년에 처음 사다가 심었는데

초기에 거세미나방 애벌레의 소행으로 시름시름...

그렇게 애를 태우기에

주로 야심헌 시간에 어린 싹이나 뿌리를 갉아먹는 그 녀석이

땅속에서 응큼허게 낮잠자는 시간에 생포를 혀서

가까스로 살려낸지라 더욱 더 애착이 가는...

이른봄 감사의 인사로 땅 위로 봉긋봉긋 그 여리디 여린 순을 올려주어

맛난 고급진 요리로 보답을 해줬으니

우리 퉁헌거다잉?

흰민들레가 한생을 마감하기 위한 몸부림을 하는 모습 또한

아스파라가스 집에서 더부살이 허느라 너도 애 많이 썼긋다.

아스파라가스 집에서 더부살이 허느라 너도 애 많이 썼긋다.

이름모를 수상쩍은 나무.

올봄에 남편이 델꼬 온 아이다.

잎이 마치 꽃을 피운듯 알록달록

반그늘 구석진 자리에 심기워서도 이렇게 잔가지가 많은걸보니

까다롭지 않고 원만한 성격을 가진게로구나.

그래 우리 암튼 잘해보자.

언제부턴가 고냥이 세 마리가 무시로 우리집을 드나들고 있다.

난 고냥이를 좀 무서워해서 눈을 잘 맞추지 않는지라

내 곁에 와서 아양을 떠는 고냥이는

이전부터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얼룩고냥이 딱 한 마리 뿐이다.

한참 이쁘게 자라던 밀밭을 망친 녀석이

 현장에서 남푠의 안테나에 딱 걸린 모냥이다.

이 사과는 내가 따먹을테다.

내꺼라고 이름표를 달아놓을까?

잘은 모르지만 세개씩이나 달린 사과를 하나만 남겨두고 솎아주었다.

나에게서 선택받은 너어~~

탐스럽게 잘 자라줘얀다잉?

그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어스름.

텃밭에서 상추와 쑥갓이랑 쌈채소들을 뜯어다가

맛난 저녁을 먹었다.

요즘에는 저녁까지 먹고 돌아가는 날이 많아졌다.

유럽의 여름궁전이 부럽잖은 울 시골집의 꽃놀이에 빠진 덕분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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