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돈 주고도 못사는 우리의 첫 작품

꿈낭구 2018. 6. 4. 22:46


히히...요 의자 워뜌?

요 며칠전 울 둘이서 맹근 돈 주고도 못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의자올시다.ㅋㅋ

동무네서 데크 뜯은것을 얻어왔씨유.

무얼 헐라고 싣고 왔는지 이때꺼정만 혀두 지가 몰렀구먼요.

뭔가 꿍꿍이가 있는것 같기도 헌디

하도 진지혀서 물어보지도 못허구 실실 주변을 맴돌믄서

수상쩍은 시선으로 살피기 시작혔지라.

아항...!

의자를 만들 모냥입니당.

투닥투닥 소리가 나서 내다보니께

어느새 요런 모냥새를 갖추고 있구만요.

스위스밀리터리꺼징 챙겨들고서뤼

사뭇 진지헌 모십으루다 ㅋㅋㅋ

우리 둘이서 앉아서 차 한 잔 놓을 자리도 있어얀다공

의자의 길이를 계산허믄서 요정도믄 적당허지 않긋냐며 톱질과 망치질을...

요란헌 소리가 나서 다시 내다보니

워매~!! 이렇게 몰두헌 모십은 츰여라.

한참을 뚝딱거리다 드릴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만

오잉??

요렇게 근사헌 의자를 뚝딱 맹글었씨유.

이제 워찌된 영문인지 그저 신기허기 짝이 읎어서

감탄을 혔구만요.

옴마낭~! 자기 진짜 겁나 멋져용.

워뜨케 이렇게 근사헌 의자를 맹글었다요잉?

그도 그럴것이 츰 시집와서 전구 하나 갈어끼우는디

고무장갑을 끼고 두꺼비집을 내리고

그야말로 이런 일에는 당췌 소질이 읎던 울집 남정네가

오날날 지를 이케 놀라게 허다니요...

어깨가 으쓱해져서뤼

까이꺼~! 이 정도쯤이야...

ㅎㅎ이러다 집도 짓긋다네여.

아주 흐믓헌 얼굴로 쓰다듬어감시롱

이 첫 작품에 앉아서 흠뻑 도취되야서

스스로 만든 작품을 감상허구 있구만요.

오월 하순의 강렬헌 햇살을 피해

그늘진 곳으로 의자를 옮겨놓구서

다시 뭔가 새로운 궁리를 허는 모십입니당.

아무래도 뭔가 더 해야헐 일이 있는 모냥입니당.

뜯어낸 자리의 홈이 신경이 쓰였던지

틈을 메꾸는 작업을 헝만유.

에잉...굳이 그렇게꺼정 안 혀두 되는딩...

다시 뭔가를 궁리허는가 싶더니

요란헌 망치 소리를 내믄서 마지막 마감작업을 시도혀얀단디

이거 완죤 대형사고가 났쓰요.

더 튼튼허게 손본다는게 고만 순식간에 의자가 분해가 되야서뤼...ㅋㅋㅋ

웃으믄 안 되는디

고만 배꼽을 잡고 뒹굴었쓰요.

황당헌 모습으로 하루 죙일 애쓴 보람도 읎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야뿐진 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모십여라.

다시 재도전을 허십니다그려.

웃음보를 터뜨린 것이 미안허기도 허고

차근차근 맞추어 가는 모습이 하도 진지해서

맛난 샌드위치를 만들어 힘을 불어넣어줄겸 새참을 준비허기로 혔쓰요.

샌드위치를 만들고 커피를 준비했는데

냄새를 맡고 나타난 고냥이가 칭얼대기 시작헙니당.ㅎㅎ

예전에 뽀미라는 치와와 강아지를 키웠었는디

우리가 무얼 먹는가 싶으믄 꼭 이렇게 허구서

칭얼대믄서 어리광을 피웠었거덩요.

모르는척 허믄 발로 유리창을 두드리기도 했었구요.

그때 생각이 났던지 소시지를 들고 일어납니다.ㅎㅎ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아주 밀당이 요란헙니당.

ㅎㅎㅎ 결국 이날 소시지는 고냥이것이 되얏당게여.

영리허고 귀엽고 정말이지 깜찍헌 우리 뽀미 생각이 나서

우리는 이 고냥이를 보믄서 한참을 옛시절을 추억했구만요.

데크목이 너무 단단해서 드릴로도 못 박기가 수월치 않은 모냥입니다.

일단 땀을 뻘뻘 흘려가믄서 온종일 씨름을 헌 끝에

요렇게 다시 짜맞추기에 성공을 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었지요.

다음날.

철물점에서 무언가를 사는듯...

그리고는 미진했던지 다시 의자를 세워놓고

요리죠리 궁리를 헙니다요.

보강작업이 필요허다요잉.

연이틀을 정말이지 심혈을 기울여서 이 사업에 몰두헌 모십이

워찌나 멋지던지

수시로 간식을 만들어서 대령을 허고

찬사를 늘어놓구...

정말이지 지를 위해서 이런 멋진 생각을 허다니...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나요?



이번에는 보수공사를 통해

아주 틀림읎는 튼튼헌 의자로 거듭났다네요.

나무 그늘 아래에 애써서 만든 의자를 옮겨다 놓았어요.

6월1일 다시 의자에 페인팅을 하기 시작했쓰요.

대문 페인팅을 허기위해서 사왔던 페인트가

겉부분 색깔만 보구서 가져왔던지

내용물과 딴판인 요런 코발트 색이었던가 봅니다.


이미 개봉한거라서

결국 이 의자에 칠허게 되얏지요.

이 나무 그늘 아래서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생각에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당.

이렇게 아주 화사한 의자로 거듭났어요.

수고한 남푠을 위해 매운탕을 끓여서

맛있는 점심을 이렇게...

소풍온듯이.

남푠이 만든 의자에 그림을 그려보구 싶어서

거실로 들고 들어와서 쓱쓱싹싹 그렸어요.

은근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붓이 신통찮어서 보다 섬세헌 작업에는 차질이 있구만요.

둘이서 한마음으로 꾸민 우리 둘만의 의자가 탄생했어요.ㅎㅎ

한쪽에만 그린게 좀 서운해서

다른쪽에도 그려줬지요.

좀더 화사헌 꽃으로 붓칠을 허다보닝게

점점 모습이 달라집니다.

히히...이젠 워뜌?

마르기를 지달렸다가 정원의 나무 아래로 옮겨두려구요.

돈 주고도 못사는 우리의 첫 작품이 이렇게 탄생혔쓰요.

세월이 더 흘러

이곳에 나란히 앉아 오늘을 추억하게 될 그날을 상상허는 재미도 쏠쏠헙니당.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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