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여행을 다녀왔더니...

꿈낭구 2018. 6. 28. 17:59


6월29일

여행을 다녀왔더니 젤루 궁금헌것이

바로 식물들이드랑게여.

시골집 정원에 작년겨울 너무 추워서 얼어죽은줄 알았던

핫립세이지가 요렇게 화사헌 꽃을 피워놓구

주인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뭐야요.

꽃양귀비도 스위트바질도 아주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에 비허믄 울집 베란다의 화분들은 목이 말라서 시름시름...

이렇게 함지박마다 죄다 꺼내다가

물을 가득 담아서 화분을 아예 담가두고 갔었거덩요.

한여름은 아니래두 더위가 한창일 즈음이라서

걱정이 되야서 말이죠.

그런디...완전 물 한 방울도 읎이 보송보송 말라있는 함지박을 보구서

넘나 미안해서 오자마자 옷도 못 갈아입고

화분들 마른목을 축여줘야만 혔당게여.

그릇이란 그릇을 죄다 총동원혀서

무거운 화분들을 들어 요렇게 두느라고 월매나 심들었나 몰루.

여행때마다 지가 줄곧 써먹던 수법이었는디

이번에는 날이 무척 더웠던가 봅니다.

갈증이 난 화초들 몇몇은 이미 생을 마감하였고

간신히 목숨줄 붙들고 애타게 쥔을 지달린 화초들 땜시

월매나 안타깝던지요.

역시...화초들은 땅에서 자라얀당게여.

베란다의 화초들과는 다르게

가뭄에도 이렇게 토실토실 사과가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나무가

신통방통헙니다.

싸리나무 아주 어리디 어린것을 꽃집에서 얻어다 심어놓은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자라서

정말정말 이쁜 연초록 옷을 입고 있더이다.

요것은 라즈베리 같은딩...

작년봄에 사다 심구서 이름표를 안 달어줘서

긴가민가헌디  우리는 야를 라즈베리라고 부르기로 혔구만요.

요것은 미니사과.

앙증맞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요.

처음 열린 열매들을 따줘야 헌다고 들은것도 같은디

아깝기도 허고

보는것이 즐거워서 못따고 기냥 이케 두고 보기로 혔답니다.

백묘국이 키가 훌쩍 자라서 어느새 이렇게 샛노란 이쁜 꽃을 피우고

벌 나비를 부르고 있구만요.

방풍나물도 열심히 꽃씨를 마련헐라고 꽃대를 피워올렸구요.

저런저런... 토마토 가지가 바람에 꺾였는지 요렇게...

에구구..,아까운거...

나비는 백합으로 백묘국으로

부지런히 꿀을 먹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백합에서 노오란 꽃가루가 이렇게 그들먹헌게

얼마전에 손님이 다녀간 모냥입니다.

알록달록 어여쁜 부전나비는

이꽃 저꽃으로 어지간히 바쁘게 날아다닙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백합향기에 취해 

초여름 오후 몽롱해집니다.

백합은 치자꽃과 함께 늘상 장마기간에 꽃을 피워서

아쉽고 늘상 조마조마 했었는디

올여름엔 실컷 누리게 되얏습니다.

한껏 치장을 한 꽃들의 축제 속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따가운 햇살에 검게 그을리는것도 아랑곳허지 않고

오후 내내 뜨락에 머물러 있었구만요.

허브의 계절이란듯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요.

남푠과 저의 합작품인

화사헌 의자에 앉아서 꽃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즐거움이라니요.

6월29일

하루가 다르게 알이 굵어지고 있는 사과입니당.

아무래도 이른 사과인 아오리 품종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아직은 이 그림의 떡을 보믄서

입속에 고이는 시디신 침으로 달래봅니다.

늦게 뿌린 씨앗으로 올해 꽃을 못보겠구나 했었는데

이렇게 열심히 우리를 기쁘게 하려고 자라준 모습이

너무나 고맙고 대견하단 생각이 드네요.

살짝 바람만 스쳐지나가도

매력 만땅인 바질의 향기라니요...

이 구역은 제가 젤루 좋아허는 구역입니당.

바질페스토도 만들고 토마토샐러드도 만들어 먹을란디

너무 사랑스러워서 차마 잎을 따지 못허구서 눈으로 즐기기만 허고 있구만요.

잎당귀가 훤칠허니 자라 꽃을 피운 치커리 등쌀에 치어

햇볕을 못받았음에도 이렇게 향기를 발산허믄서 잘 견뎌낸게 고마워서

꽃이 시들어가는 치커리를 뽑아줬어요.

우와~!! 내 세상이다... 허믄서 좋아허는 모습입니다.

벌써 익어가고 있는걸까요?


흑토마토가 아주 야무지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여행 다녀왔더니 줄기가 지맘대루 뻗어서

늦게나마 순지르기를 해줘얄것 같네요.

아스파라거스는 시원스럽게 키가 훌쩍 자라고 풍성해져서

보는것만으로도 시원스럽네요.

장마를 잘 견딜 수 있게 지주대를 세워줘야긋네요.

우리 방울이들도 맛나게 익어가고 있어요.

포도송이 맹키로 주렁주렁 열리는데

ㅎㅎ익는대로 따먹다보니...

세상에나...이럴수가...

양배추의 수난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읎네요.

팔랑거림서 날아댕기는 노랑나비의 소행입니다.

잎을 침대삼아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애벌레들이

그짓말 쪼까 보태믄 지 손꾸락만 헙니당.

망사가 되야뿐진 양배추 살리기 프로젝트루다

뙤약볕을 무릅쓰고 쭈그리고 앉아서

단잠자는 벌레들을 잡아내느라 눈을 부릅떴더니

어질어질 헙디다요.

목화도 어느새 꽃을 피울 준비를 시작혔구만요.

보믄 볼수록 신기방기헌 목화라서

사랑허지 않을 수 읎어라.

바질도 꽃을 피우기 시작헙니다.

하이얀 드레스가 여간 이쁜게 아닙니다.

뒤늦게 사다 심은 양배추에 한냉사를 씌워주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생명을 내어주어얄 판이니

답답혀도 참고 젼뎌내긋지라잉?

땅속의 달팽이와 땅 위의 애벌레들의 공습에

여린 생명들이 목숨을 부지허기란 여간 심든게 아니긋지요?

식물들도 참 세상살이가 고단허구만요.

당근이 니나노~~ 아주 살판 났습니다.

8월에 수확헐것이라 여기고 있었는디

솎아주지 않아서이기도 허긋지만

당근의 아우성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직 밑이 좀 덜 들어서 한동안 더 두었다가 수확을 헐란디

하나 뽑아서 먹어봤더니

달디달고 물이 많아 사각거리는게 여간 맛난게 아닙니당.

목심아깝지만 대여섯 깨 뽑아갖구 왔구만요.

지난해 늦가을에 울형님께서 심어보라고 주신 양파 모종이

이렇게 소박헌 소출을 내주었습니당.ㅎㅎ

애기 주먹만헌 양파가 있는가 허믄

어느것은 어른 주먹보다 더 큼지막혀서

첫 양파농사에 우리는 기고만장헙니다.

작고 볼품읎는 양파지만 우리에게는 넘나도 소중헌

넘나도 뿌듯헌 양파들입니다.

햇볕에 야무지게 말려서 맛난 반찬을 만들어 묵을랍니다.

작년에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던 단수수 모가지를

통통 영근 넘으로 골라서 바깥 창고에 매달아 두었더니

쥐들이 까먹었나 빈 깡탱이만 남아서

뒷뜰 한구석에 던져두고 혹시나 허고 흙을 덮어뒀더니

용케 몇 알 남았던 씨앗들이 발아혀서 이렇게 열심히 자라고 있구만요.

올해는 단도리를 아주 철저허니 잘 혀서

내년엔 단수수를 실컷 먹어볼랍니다.

배나무는 꽃을 보는것만으로도 족허단 생각으로 놔뒀는디

주렁주렁 배가 열려서 몸집을 키워가고 있어요.

향나무가 배나무와 가까이 있음 안 되는디

어느것을 선택하기란 정말 딱헌 노릇 아닝게뵤?

그랴서 이른봄날 눈부신 이화를 즐기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허니께

기냥 두고 자라게 했더니

용을 쓰고 이렇게 우리에게 답장을 보내주능만요.

요즘에는 이런 재미로 산에 가는것 보다

울시골집에 머무는 시간들이 더 행복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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