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변산의 마실길

꿈낭구 2010. 11. 1. 08:33

 

 

 주말 오후

너모나도 화창헌 날씨에 집에 있을 수 있나요?

주섬주섬 군입정거리들을 챙겨서리...

워디든 그저 발길 닿는대로 가보기로 합니다.

벌써 추수가 끝난 들녘은 어쩐지 스산해 뵙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가을 햇살에 눈부시게 춤을 추는 억새들의 군무가

여간 아름다운게 아니등만요.

새만금 방조제를 지나 끝없이 펼쳐진 서해의 아름다움에

잠시 창을 열고 찰커덕~!!

 

 

 밀물인가봐요.

엄청난 기세로 밀고 들어오는데

사람들은 소금을 들고 맛을 잡느라 여념이 없어요.

바람이 제법 차가운데도 구멍 앞에 쪼그리고 앉어서

아그덜맹키로 좋아헙니다.

 

 

밀려오는 바다밀물이 이렇게 수선스러운줄 처음 알았다니까요.

바다 내얌시도 함께 올려드릴랑게

크게 들이쉬면 되야요.ㅎㅎㅎ

 

 

오늘은 이곳에서 낙조를 감상허리라 마음을 먹고

느긋허니 바닷가를 걷고

청춘남녀마냥 팔짱을 끼고

분위기를 내봅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이 남자는

정말이지 제 인생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

둘이서 너무 많이 닮았다고 예전 데이트할적마다 오누이냐고 했더랬지요.

 

 

오신도신 야그험서 걷기 아조 그만인 마실길로 들어섰지요.

바닷가를 끼고 오밀조밀헌 풍경들을 감상허며

늦가을의 정취에 푸욱 빠져들어 봅니다.

우리만을 위한 길인듯 아무도 없어요.

모자가 날아갈까 단단히 단속을 해가며

군데군데 화사허니 핀 황국에 한눈을 팔아가며...

 

 

이것은 뭣이대여?

아하~~ 예전에 군인들의  해안초소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으요잉.

망망대해를 마주허고 서서 월매나 외로웠을꼬~~

두고온 사랑허는 이들을 그리며 그리움으로 외로움을 이겨냈을까요?

하지만 그저 낭만적인 감상에만 빠질 수가 없었겠지요.

분단의 현실앞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부릅뜨고 지켜냈을 우리의 젊은 아들들의

수고를 생각해봅니다.

 

 

이정표는 얼마나 반가운지요.

특히나 저같은 길치족속들에게는 없어서는 아니될...ㅋㅋㅋ

이 길을 걸으며 내남자와 초창기 데이트때

격포에서의 가을을 추억합니다.

그땐 버스를 타고 많은 연인들 틈에서

행여 놓칠세라 손을 맞잡고 걸었는데...

 

 

오늘의 하이라이트...

이 나무를 바라보며 님들은 무신 생각들을 허실까요?

저는 이렇게 서로 바라보며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단 생각을 해봤지요.

참 이상하네요.

이곳을 그렇게도 여러번 지났는데 왜 못보고 지나쳤을까요?

 

 

어느새 해가 온통 붉은 빛으로 주변을 물들이네요.

이 장엄한 광경 앞에서

수많은 이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숨을 죽입니다.

 

 

누구나 시인이 되는 순간입니다.

매일 이러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무덤덤할진 몰라도

우린 아주 오래오래 함께 해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둘이서 어깨를 맞대고 오래 앉아서

마음속에서 울려나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울아부지의 우리를 위한 넘치는 사랑에 감사 또 감사...

아부지요~

우리의 삶도 이토록 감동을 주는 삶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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