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병원생활

꿈낭구 2019. 9. 21. 15:35


8월 마지막 한 주일을 제주도에 머물면서

올레길을 걷자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드랬죠.

불행하게도 내내 어마어마헌 비가 내려서

우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대신 비 사이로 드라이브 허믄서

워찌되얏든 제주도란 섬을 좌로 돌고 우로 돌믄서

한 바꾸를 돌긴 돌았습죠.

그러다가 우리에게 온전히 주어진 딱 하루

그야말로 쾌청한 하늘 쨍헌 날씨에

원읎이 걸어보자고 나섰던 길이 이렇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쓰요.

돌아와서 곧바로 병원에 가긴 혔지만 하필 주말이라서

적절헌 치료 대신 주사와 약으로 넘 안일헌 대처를 했던게

수술꺼징 이어질줄이야...

주사와 약 기운으로 며칠을 대수롭지않게 지낸것이

일을 더 크게 만들었네요.

수술후 부작용으로 고생했던 예전 경험이 끔찍해서

무통주사 대신 수술후 진통제만으로 견뎌내기로 했었는데

마취에서 깨어나 통증과 씨름하는것 보다

혈관이 안 나와서 주사바늘과 씨름하는게 더 고통스러웠네요.

실력있는 간호사들이 돌아가며 수고를 했지만

결국 혈관통으로 퉁퉁 부어오른 팔도 그렇고

주사바늘이 팔꿈치에 있다보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드라구요.

살기위해 먹는 병원에서의 밥.

한 술이라도 더 먹게 하려고 애를 쓰는 남푠한테 미안해서

억지로 일어나 앉았지요.

ㅎㅎ남푠이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제가 좋아하는 단수수를 여름별궁에서 잘라서

한 입 먹기 좋게 조각내서 누워서도 먹을 수 있게

이렇게 가져왔어요.

이 와중에도 달디단 단수수는 여전히 맛이 있어서뤼

혼자서 야곰야곰...

햇반 하나 데워서

둘이서 마주앉아 겸상으루다...

더 먹으라 그만 먹긋다 식사때마다 신경전 아닌 신경전...

수술후 사흘만에 휠체어를 졸업하고

목발을 조심스럽게 짚고 걸음마 연습을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네여.

아픈쪽 발은 부어서 신발에 잘 들어가지도 않아서

더 더욱 불안정한것 같았쥬.

3인실 병동에서 추석이 끼어서 그런지

많이들 퇴원을 했는지 집에 다니러 갔는지

병실은 나 혼자만의 독무대라서

그나마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불켜고 책도 보구

휴대폰으로 음악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항생제 때문에 의무적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다소 성가신 문제가 있긴 허지만

글두 건너편 병실의 떠들썩헌 수다도 없고

아이들 뛰어다니며 울고 소란떠는거 없어서

조용한 병원생활에 익숙해져 갑네당.

밤낮이 바뀌어 밤새 게임하는 소리로 신경쓰이게 하던 여대생도 퇴원하고

코골이로 반주를 넣던 아짐니도 퇴원을 해서

병실은 1인실이 되어

추석명절을 나름 병실이지만 편안하게 보냈네요.

그렇게 두 주일을 꿋꿋허니 젼뎌내고

퇴원을 이틀 앞둔 시점.

더는 견딜 수 없어서 실밥을 풀어주십사 떼를 써서

월욜에 풀기로 했던 것을 주말에 풀고 퇴원을 하기로 했어요.

에구구...새로 들어온 열아홉살 큰애기와

남친의 어이없는 행동에 도저히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요즘 세태가 그렇다곤 허지만

사람이 있건 없건

간호사들이 들어오건 말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좁은 환자침상에서 벌이는 애정행각에

안 그래도 신경이 곤두서는데 못말리긋드랑게여.

초저녁부터 사라졌다가

새벽에야 들어와 얼씨구나 비어있는 침상을 차지한

그 남친과 둘이서 한시도 쉬지않고 곯아대는 코골이에

며칠을 잠을 못자 병이나게 생겨서 퇴원시켜 달라고 했었지요.

에효~!!

그래도 밤새 게임하던 여대생은 양반이었구먼요.

워킹맘인듯한 아이엄마는 수술후 간호를 못하게 되니 안타까워서

간병인을 쓰겠다고 하니 극구 말리던 이유가 따로 있었던것을요...

간호사들이 들어오려나 민망해서 못들어오더이다.

병실을 바꿔주겠다며 병원측에서 먼저 제의를 했지만

집으로 돌아와서 편한 잠을 자는게 원일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지라 드댜 앞당겨 퇴원을 하게 되얏거덩요.

몸은 아직 무겁고 힘들지만

마음은 날아갈듯 솜사탕같으요.ㅎㅎ

실밥 풀기를 지달리며 혹여 아직 덜 아물었다고

퇴원 못한댈까봐 가심이 콩닥거렸지만

기필코 여기서 탈출허고야 말긋다는 일념으루다

벼르고 있었더니 남푠이 더 신이 났네여.

ㅋㅋㅋ퇴원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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