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냥이들의 사냥놀이

꿈낭구 2019. 10. 8. 22:30


어느새 가을이 깊어 단감이 익어가는 중이다.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더니

못 와 본 사이에

텃밭의 채소들이 이렇게 수난을 겪고 있어 미안하다.

미니사과 역시 손길이 미치지 못해

벌레먹은게 반 이상이고

케일도 배추흰나비 애벌레들의 집단 거주지가 된듯...

항암배추 모종을 사다심은것도

벌레들의 습격에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심지도 않은 치커리는

씨앗이 떨어져서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중인데

쪽파는 시름시름 누렇게 시들어가고 있다.

아스파라가스는 제맘대로 키가 자라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고

쥔의 눈밖에 난것 같다.

팥은 그럭저럭 풀과 해충들과 씨름을 하며

열심히 꼬투리 속에서 여물어가고 있는 중이다.

제 때에 솎아주지 못한 무우는 잎만 무성해서

김장용 무우로 쓸 수 있으려나 싶다.

아주까리라 부르곤 했던 피마자는

여름내 단수수와 씨름하다가

이제서야 맘껏 해바라기를 하느라

있는대로 키발을 딛고 선듯...

잎을 한 줌 따서 말렸다 묵나물로 먹어봐야지.

대추는 보암직하게 익어가고 있지만

속에 벌레먹은게 많아

마음놓고 먹을 수가 없을 지경이고.

냥이들의 놀이터가 된 땅콩구역...

냥일이는 요즘 털에 윤기가 흐르고

한동안 생사의 기로에 섰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정해졌다.

우리가 없는 사이에도 먹이활동을 했었나보다.

감나무에 앉아있던 새들을 노리고

쏜살로 잽싸게 감나무에 올랐지만

냥3이의 민첩함도 비상하는 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보다.

날개 달린 새들이 날 잡어잡수~! 하고 있을리 만무허건만

살금살금 노리며 가지를 넘나들며 헛심만 쓰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땅콩을 수확해야 하나 하고 뽑아보니

아직은 좀 덜 여문듯...

지난봄 실한 땅콩으로 모종을 만들어서 심었는데

그래도 땅콩 한 알에서 이 정도 열렸으면 이것만도 어딘가 말이다.

얼씨구~~

날아가는 새를 잡아먹긋다고

냥2와 냥3이가 단감나무에서 맹활약하며

사냥놀이에 여념이 없다.

왜 그렇게 감이 떨어졌나 했더니만

바로 요넘들의 소행이렷다.

캣타워가 되어버린 감나무의 가지는 껍질이 다 벗겨졌다.

이쪽 저쪽으로 가지를 날아다니질 않나

거꾸로 매달리는 재주를 부리며 아주 놀이터가 되얏다.

냥1이롸 냥3이의 묘기대행진.

늬들 그러다가 떨어지면 우짤라고...

냥이 세 마리가 단감나무에서 맹활약을 하니

매달린 감이 시달리게도 생겼다.

그렇게 사냥놀이에 심취한 냥이들을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우습고 재미나다.

경쟁이라도 하는 냥

누가 더 날쌘돌이가 되나 지켜보는것도 흥미롭다.

허허...참~!

감나무 높다란 꼭대기꺼징 겁대가리도 읎이 올라간 냥3이는

날아가는 새를 노리며

이쪽 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몸을 날리며

사냥놀이에 흠뻑 취해있다.

셋 중에서 가장 야생성이 있는 냥3이의 묘기는

이후로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제 그만 내려오지 못할까~!

이렇게 떨어뜨린 감들을 어쩔것이냐 물어봐도

시치미 뚝 떼구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거니 말거니 아직도 놓친게 억울하고 아쉬운지

좀체로 이 사냥놀이를 멈출 기세가 아니다.

가장 눈치도 빠르고 행동도 민첩한 냥3이도

날고 뛰어봤자 별 소득이 없었던지

이제서야 포기하고 내려오는 중이다.

냥1이의 전성기엔 혼자서 사랑을 독차지 하다가

새끼 둘을 키우며 많이 늙은것 같다.

게다가 올 봄에는 새로 낳은 새끼까지 잃고

새끼를 노린 적에게 대항하다 상처까지 입어서

올여름 비틀비틀 걸음도 못걸었는데

불쌍한 마음으로 남푠이 열심히 거둔 보람이 있었다.

이곳 또한 얘네들의 캣타워인 셈.

이곳에서 털을 고르고 낮잠을 자고

런웨이 삼아 워킹도 하고...ㅎㅎ

냥2는 요즘 묘춘기 인지 홀로 지내는 일이 많다.

목발 짚은 내 모습에 냥2가 제일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무서운듯 잔뜩 경계를 하며

불러도 다가오지 않고 나무밑으로 몸을 숨기곤 한다.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거실을 들여다보는 냥이들 때문에

심심치가 않다.


남푠이 집안에서만 있는게 딱했던지

목발에 비닐로 신발을 신겨줬다.

ㅎㅎ디딜때마다 바시락거리는 소리가 나니

냥2는 더욱 꽁꽁 숨어서 탐색을 한다.

냥이들이 꼬리를 치켜 세우는것은

호기심이 생겼을때라고 했던가?

ㅎㅎ둘이서 뭔가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듯...

냥이들의 하는냥을 지켜보는것 만으로도 재미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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