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여름별궁 나들이

꿈낭구 2019. 10. 8. 16:23


아침 7시에 남푠이 병원에 가서 접수를 하고 왔는데도

10시 다 되어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미리 접수를 했던 보람이 있어서

지난주 처럼 세 시간의 긴 기다림을 견디지 않아 다행이었다.

오늘로 수술한지 딱 한 달이 되었는데

여전히 환부에선 수시로 미열이 나고

잠결에 뒤척이기라도 할때면 아파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아직은 목발을 써야는데

왜 그냥 왔느냐셨다.

문 앞에 세워두고 진료실에 들어갔었는걸...

오늘부터는 가벼운 실내사이클을 30분 정도 하라고 하신다.

주사를 맞고 약 한 보따리를 안고 바깥바람 쏘인김에

시골집에 따라가보기로 했다.

비가 주구장창 내린 날씨 때문인지 잔디는 떠꺼머리 총각 맹키로 자랐고

집은 정글수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며 바라본 가을들녘은

이미 황금물결이다.

가을이 어느새 이렇게 깊어졌구나.

이게 왠일??

요 며칠 기온이 떨어져서 서늘하다 했더니

때아닌 동백꽃이 이렇게 몰래 숨어서 피었다.

가을인데 얘는 봄인줄 착각한 모양이다.

살뜰히 보살폈더니 뒤늦게 이렇게 꽃으로 화답을 해줘 얼마나 고맙던지...

우리가 이곳에 살적에 큰아주버님께서 가져다 심어주셨던 동백이다.

아주버님은 이미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남푠은 이 꽃을 보면서 아주버님을 뵌듯 무척이나 반갑고 놀라워했다.

세들어 살던 이들이 겨울철에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제대로 자랐으면 아름드리 나무로 자랐을텐데

동해를 입어서 죽은 밑동에서 겨우 새로운 싹이 돋아나 애지중지

왕겨도 덮어주고 지난 겨울에는 비닐옷도 입혀주며

살뜰히 보살폈더니 뒤늦게 이렇게 꽃으로 화답을 해줘 얼마나 고맙던지...

정원 손질하던중 병꽃나무 전지하다가 새둥지를 발견했다고.

담장 가까이에 있어서 수시로 냥이들이 넘나들었을텐데

이 집주인 어미새는 얼마나 가슴졸인 순간들이 많았을까...

부화를 해서 지금쯤 성조가 되어

내년봄 새로운 짝을 만나 다시 둥지를 지으러 돌아오지 않으려나?

해질녘에 피는 분꽃.

내가 좋아한다고 남푠이 씨앗을 구해다가 심었드랬다.

그런데...병원생활 하다보니 이미 꽃은 피었다 지고

이렇게 까만 씨앗으로 가을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올해는 어여쁜 분꽃을 보기 어렵겠구나.

야무지게 영글어가는 분꽃씨앗을 애지중지 모아두어야지.

로즈마리와 치자나무도 훌쩍 자랐다.

역시 베란다 화분에서 보다는

바람과 햇빛이 있는 자연속에서 자라는게 행복한거겠지.

단감도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다.

목발짚은 내 모습이 무서운지 한사코 나무아래로 숨던 냥이.

지난봄 낯선 사람에게 졸지에 잡혀가서

새끼도 잃고 중성화수술까지 받게된 충격 때문인지

내가 모자만 쓰고 나타나도 꽁꽁 숨어버렸었다.

마음의 상처가 깊었던지 자주 놀라고 소심해져서 안타깝다.

냥이 몰래 숨어서 찍었다.

가장 애교많고 잘 따르던 아인데...

우리가 못와본 사이에

김장용 채소들이 벌레들의 밥상이 되었던지

망사가 되었다.

요 괘씸헌것들 같으니라구...해도 너무한거 아녀?

적어도 3:2 정도로는 나눠 먹어야지...

케일도 시스루가 되어가는 중이다.

쪼그리고 앉을 수 없으니 눈총을 빠방~!!

남푠의 손에 걸리기만 해봐라 느그덜!!

항암배추는 비교적 양호한가?

요것갖구서 김장이 가능할까??

매일 조석으로 벌레를 잡아주며 공들였던 작년 가을 항암배추와는

쨉도 안 되야.에구구...

쌉싸레해서 그다지 즐기지 않는 치커리만 내세상이다 허구서

의기양양허게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쪽파는 종자가 부실했던건지 비실비실 불쌍헐 지경이다.

아스파라가스는 수확기를 놓쳐서 아쉽다.

우듬지를  잘라줬어얀디...

그 와중에 빨간고추 하나가 자신의 존재감을 몹시 드러내고 있다.

동무네서 얻어다 심었던 백일홍모종이

여름 내내 십원짜리 동전보다 더 작게 꽃을 피우더니

오랜만에 와보니 신수가 훠~언 해졌네.

이게 왠일??

졸지에 정글이 되어버린 우리 텃밭.

그래도 피고지고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바질꽃 그 이쁜 층층이 레이스 치마를 못보고 지나갔구나.


체리세이지가 어느새 바질밭꺼징 침범을 했다.

지지 않으려고 목을 빼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바질이 애처롭다.

내년에는 구역을 확실하게 나누어 줘야긋다.

체리세이지가 핫립세이지 보다 더 강한가보다.

바질구역으로 무단침입한 체리세이지를 망연자실 바라만 보는듯한

가엾은 바질들아...

핫립세이지도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보긋다고...

얘들은 이렇게 어우렁 더우렁 함께 지내는걸 원하는지도 몰라.


작년 보다 몇 배나 세를 불린 세이지밭.

그래 열심히 꽃을 피우려므나.

다음번에 오면 꽃차를 만들어서 즐겨보리라.

재작년에 정말 앙증맞게 피었던 국화가

작년 엄동설한에 냉해를 입어 얼어죽은줄 알았더니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고맙고 신기헌거~!!

신통방통헌 꽃들아.

이 미니화분을 선물했던 벗에게 자랑해야징.

까마중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먹때깔.

우리 어릴적에 참 무던히 따먹었던 추억의 먹거리다.

까맣게 익은 작은 열매를 따서 한입에 털어넣으면

약간 알싸~한듯 하면서도 독특한 향과 함께

개운함이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는 먹때깔이다.

화단 속에서 몰래 자라는걸 발견하고도

내가 좋아하는 먹때깔이라서 못본척 눈 감아줬단다.

ㅎㅎㅎ이 맛을 요즘 아그덜은 알 턱이 읎징. 냐암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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