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수가 익어가는 계절
시원스레 뻗어올라 하늘바라기하는 단수수를 올려다보며
군침을 삼켜요.ㅎㅎ
참고 또 참았다가
담주 제주도 여행갈때 가져가서
울언니랑 항꼬 나눠묵을라구요.
어린시절 추억허믄서 단물을 삼키며 웜청 잼나게 보낼테야요.
울 여름별궁 텃밭에 선물처럼 자리하고 자라는 수박한테
의자를 내어줬습니당.
내 좋아허는 시인의 시가 떠올라서요.
향기로운 말린 허브를 폭신허니 깔아주고
남푠과 함께 오래전 아주 오래 전에
신문에서 제가 스크랩해둔 글을 함께 나눴습니다.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 공부가 곧 의자 싸움이란 걸 깨닫지 못한 채로 학교,
열심히 다녔습니다.
오밤중까지 그렇게 의자와 한 몸이다가
거참 내 이러려고 의자인가,
회의에 빠진 나날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궁둥이를 대고 걸터앉을 수 있는 기능 정도의 의자가 궁금했다면
선생님께 묻지도 않았을 겁니다.
헛소리 집어치우고 공부나 해라.
쳇, 선생님도 몰랐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역시, 우리네 엄마는 달랐습니다.
김장 배추에 소금을 뿌리면서도 의자야,
대중목욕탕에 때 밀러 들어가서도 의자야,
시장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와 수다 떨 준비를 하면서도 의자야,
의자 바로 알기 수업을 시켜줬으니까요.
참 안 그러려고 하는데
매일매일 밉고 미운 사람들이
오락실 게임기 속 두더지처럼 뿅뿅 튀어나옵니다.
싫다 싫구나 싶을 때마다 나는 아뿔사, 하고 의자 생각을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의자라고 생각하는 이가 단 하나라도 있을까.
없다면 조용히 고요히 입 닫고 할 일이나 할 일입니다. **
<김민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