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상사화

꿈낭구 2019. 8. 6. 12:43


이른봄 무더기로 올라와 기세등등허던 상사화의 푸른잎이

근처의 할미꽃과 노루귀의 영역꺼징 침범을 하기에

삽으로 몽땅 떠서 단체로 뒷뜰 감나무 아래로 이사를 시켜놓았더니

이렇게 구석진 곳에서 아무도 봐주지 않는 가운데

꽃대를 올렸던가 봅니다.

여기저기 이렇게 화사한 꽃잎이 영업개시혔네여.

그토록 무성했던 잎이 흔적도 없이 사그라든 다음에야

꽃대가 올라오니

만나지 못해 평생 그리움으로 애달픈 꽃이 아닌가 싶어요.

여기서도 불쑥

저기서도 불쑥

이렇게 길다랗고 매끄러운 비늘줄기가 솟아나서

초록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맘껏 드러내고 있구만요.

애달픈 상사화의 계절입니다.

무성했던 잎이 흔적없이 사라진 자리에서

시원스레 뻗어올라오는 모습도 신기하지만

이렇게 꽃문을 열기 전의 앙다문 모습이

귀엽기도 합니다.

상사화의 빛깔은

정말이지 매혹적인 핑크입니다.

아스파라가스에 잠시 머물다 간 매미의 흔적들이 여럿입니다.

애벌레가 길고 긴 땅속 세상에서

비로소 어둠을 뚫고 빛으로 나와

눈부신 비상을 위해 탈피를 했으니

지금쯤은 짝을 만나지 않았을까요?

밤이나 새벽녘에 매미의 우화하는 모습을 관찰해보고 싶네요.

우화하고 겨우 열흘 남짓 만에 생을 마감하는 매미들에게는

짝을 찾기 위해 맹렬히 소리를 내는데

요즘 도시에서는 숙면을 방해한다 하여 눈치꾸러기가 되곤 하지만

지구별 친구들을 성가셔라 하지 말자구요.

우리 인간들만의 세상이 아니니...

매미의 세계에서는 목소리 큰 놈이 최고인가봐요.ㅎㅎ

감이 뜨거운 여름햇살에 씨알이 점점 굵어지고 있네요.

많은 이들이 꽃무릇을 상사화로 부르는데

실은 붉고 꽃모양도 야시야시헌 추석무렵쯤 피는 꽃은

바로 꽃무릇이지요.

상사화는 여름에 피고

꽃무릇은 가을에 피는데

상사화의 꽃을 만날 수 있는 여름별궁에서의 하루가 애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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