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추억의 마당

꿈낭구 2019. 8. 19. 22:00


백일홍이 댑싸리와 자리를 다투더니

언제부터 꽃대를 올려 화사헌 꽃을 피웠네요.

거기 사마귀 한 마리가 고공비행중이구요.

이 백일홍이 요즘 인기가 많아졌어요.

우리 어릴적엔 집집마다 여름이면 화사하게 색색으로 꽃을 피우던

정겨운 꽃인데...

언제부턴가 사라져서 추억속의 꽃으로 여겼더니

이제는 마을마다 꽃가꾸기를 하면서 백일홍이 무리지어 길가에 핀것을 볼 수 있어요.

얘도 사마귀 같은데 속이 다 들여다 보일 정도로 투명한 옷을 입었네여.

사마귀의 시스루패션? ㅎㅎ

꽃술을 공손히 받들고 있는 꽃잎들이

입을 모아 노래하고 있는것 같아요.

감나무와 사과나무를 휘감고 자란 오이를 말려주느라

여념이 읎는 남푠을 쫄랑쫄랑 따라다니면서

먹이를 조르는 냥이 세 마리들과 정다운 대화에 푹 빠졌습니다.

까까를 먹고 싶으냐공...

다리를 휘감고 머리로 들이받고

꼬리로 툭툭 치면서 온갖 아양을 다 떨고 있는 냥이들한테

흠뻑 빠졌구만요.

단수수 두 대를 잘라서 먹기좋게 전지가위로 잘라주며

실컷 먹으라면서도 껍질 벗기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염려스러운지

이렇게 야무지게 벗겨서 손에 들려주네요.

단수수 겉 표면에 하얗게 분이 난게 엄청 달것 같지요?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으니

또 잘라다 줄테니까 맘놓구 실컷 먹으래여.

글두...항꼬 묵어야 더 맛난디...

옆에 나란히 앉아서 윗대와 아랫대를 번갈아가믄서 먹는데

우와~! 옛날에는 중간부분이 맛있었던것 같은데

이랫대에 수분함량이 높아서 단물이 엄청 많아요.

어디에서 이런 맛난 주전부리를 할 수 있긋써라.

달고 시원한 단수수를 먹으면서 어린시절 이야기꽃을 피웠어요.

나른한 오후

방충망 사이로 팔자 늘어진 냥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네여.

상사화를 다 옮겨심었다 했더니만

아직도 남아 있었던가 봅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사화가 꽃다발 처럼 화사합니다.

시원스럽게 뻗어올라온 모습이 단정하고 좋아요.

질때에도 깔끔하겠죠?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 빛깔인지요...


맨드라미 꽃무더기 속에서 먹이활동을 위해

집을 짓고 손님을 기다리는 거미와 놀다가

뽑아도 뽑아도 끈질기게 올라오는 풀과의 한 판 씨름을 벌이는 중입니다.

누가 이기나 보자~!

집 지을때 부모님께서 심으셨던 배나무를 잘랐어요.

그동안 꽃이라도 보면서 즐기자고 두었는데

향나무들이 많은 이곳에서 배나무는 엄청난 시련을 겪는지라

아깝고 안타깝지만 잘라내는것으로 결단을 내렸어요.

배는 주렁주렁 열렸지만

수확기까지 멀쩡한 배는 하나도 없을뿐더러

잎은 보기에도 굼실거리는 형상이라서...

반경 4km이내에 향나무가 있으면 배나무하곤 상극이라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막상 밑둥까지 자를 용기가 안 나서 중간쯤에서 잘라놓고 보니

이렇게 미안한 형상이네요.

미안하다 미안하다

나무를 쓰다듬으며 속마음을 나눴습니다.

내년봄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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