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키

꿈낭구 2019. 12. 21. 23:00

동생네가 가족끼리 스키장에 갔다는 소식을

울 Kim's Family 단톡방을 통해서 알고 있었는디

늦은 밤 이런 사진이 올라온것을 보고

아니 이게 워찌된 영문인지 가심이 고만 덜컥 혔지뭐유.

패트롤에 실려 내려가는 모습에

울올케가 사고가 난거 아닌가혀서 말이죠.

모두들 깜짝 놀라서 저마다 사진을 확대해서

상황파악에 힘쓰고 있던차에

동생의 답글이 왔씨유.

골드 슬로프에서 못내려와서 이거 타고 내려왔대여.

골드 야간 마지막 손님으로 패트롤이 끌고 내려왔다쟈뉴...ㅋㅋㅋ

실력도 안 되는디 우짤라고 그 슬로프에 올라갔느냐며

다친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지요.

골드 파라다이스로 내려오려고 했는데

늦어서 막아놓는 바람에 울올케 한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읎었당만유.ㅋㅋㅋ


스키로 말헐것 같으믄 울 패밀리들헌티는 웜청 사연이 많지라.

동생의 이야기에 그제서야 놀란 가심을 쓸어내림서

아쿠야~! 지가 예전에 초보 스노우보더가 뒤에서 덮쳐서

공중부양해서 앞으로 꼬구라져서 패트롤에 실려간 생각이 났쓰요.

뭔가 뜨거운 것이 얼굴로 흘러내리던 짧은 기억...

의식을 잃고 의무실로 실려갔던 모양이여라.

다행히 그리 오래되지 않아 의식을 되찾아서

의무실에서 신원파악허느라 이름이며 주소를 묻던...

그리고는 방송으로 동행한 보호자를 찾았구요.

당시 울가족들은 해마다 시즌이면 단체로 스키장을 다녔드랬쥬.

하지만 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줄 모른다고

스키에 푹 빠진 우리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한 번이라도 더 타긋다고 정신이 읎었던 시절이었지요.

스키시즌만 되믄 스키장이란 스키장은 다 섭렵허고 다니던 패밀리였쥬.


온 가족이 한 줄로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오던 그 짜릿한 즐거움을

무엇에 비길것여라.

그 시절에는 새벽에 출발해서 온종일 타고도 마냥 아쉽기만 했던 때였는데

제게는 늘상 아직 어린 딸랑구가 있어서

우리 부부는 교대로 타야했다는...

겁이 없던 다섯 살 딸랑구는 리프트에서도 신이 나서 발을 동당거리고

외삼촌과 사촌오빠들의 도움으로 슬로프를 신나게 내려오곤 했었지요.

하지만 교대로 타야하는 우리는 맨날 감질나서

다른 가족들 보다 더 더욱 빠져들었던것 같아요.

 

사고가 났던 그날엔 제가 오전에 타고

남푠이 아이와 함께 놀아주다가

오후에 남푠이  타기로 했었는데

방송을 듣고 놀라서 의무실로 달려온 가족들 틈바구니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울딸랑구를 내 옆에 델다놓구서

제 리프트권을 빼서 쏜살로 사라져서 끝나고 나서야 나타났을 정도로

스키라믄 이성을 잃던 남푠의 전과가 있어

두고두고 스키 얘기만 나오믄 알아서 납작모드...ㅋㅋ

야간스키 타러가서는 울딸랑구 제게 맡겨놓구서

한 번씩 교대로 타자더니 끝나는 시간이 되어서야 나타나기 일쑤였지요.


울언니도 레인보우 파라다이스에서 팔 부러져서 징징울고

패트롤 올때꺼징 회개기도 험서 내려와 식구들 기분 잡치게 헌 1인이었노라는 고백과 함께

대명에서는 얼굴이 깨져서 야수같이 퉁퉁 부어

머리 CT꺼징 찍은 화려했던 과거사까지...

왜 그리 전투적으로 탔는지 몰긋다며

ㅎㅎㅎ 올케 깜짝사진 덕분에 온가족이 잼났던 추억보따리를 풀었구만요.


그 시절 울엄만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찰밥을 찌고

뜨거운 황태국 보온병에 담아주시며

바리바리 맛난 간식을 싸주셨는뎅...

지가 허리가 아팠을때 맨 먼저

이제 그 좋아하는 스키를 못타서 어떡허느냐 안타까워하셨드랬쥬.


이제는 더 이상 꿈도 못 꿀 처지가 되얏네여.

지난 추억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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