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2020년 코로나19에 저당잡힌 봄

꿈낭구 2020. 4. 11. 09:53


부모님께서 노후에 사실 집으로

아주 오래전에 이곳에 집을 짓고

이런 저런 꽃과 나무들을 심으셨는데

이 나무도 부모님께서 사다 심으신 나무였다.

우리는 이름을 몰라 그냥 빨강나무라 불렀었다.

잎도 줄기도 이렇게 붉은 빛이었기에...

담장 옆의 라일락과 자리다툼을 하느라

우리가 이 터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꽤 오랜 세월 못본 사이에 기형으로 자랐을 뿐더러

굵은 아래쪽 가지는 구멍까지 나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해마다 봄이면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나무를 옮겨심기에는 이미 너무 밑둥이 굵어져서

우리에게는 역부족인지라

살살 곁의 라일락을 달래가믄서

함께 어우렁 더우렁 살아보도록 부탁했지요.

리일락은 자기도 피해자라고

하늘 높이 발꿈치를 들고 목을 길게 빼고 자라고 있어요.

둘이서 얼기설기 그렁저렁 협상혀가믄서 사는 모냥여라.

애시당초 집을 그렇게 오래 남의 손에 맡긴

우리의 잘못이 컸던거지요.

봄까치풀을 닮은듯

야생화가 장미원 전체로 뻗어나갈듯 기세등등하네요.

푸른 빛깔의 꽃들과 붉은 빛 도는 잎줄기가 제법 화려합니다.

종지꽃은 이미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모과나무와 호랑가시나무와 공조팝나무 아래로

카페트를 깔아놓은듯 꽃단장을 해놓기 시작했어요.

울집 수선화는 여러 종류입니다.

몇 해 전 거제도 공곶이에서 사다가 심은것이

처음으로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웠네요.

작은 꽃망울들이 여기저기에서 올라오고 있어요.

얘는 나팔처럼 길게 뻗어나온 부문에 비해

줄기가 너무 가냘퍼서

바람이 불때마다 아슬아슬해요.

그런데도 꺾여지지 않고 이렇게 꿋꿋하네요.

이 아이들은 노란빛과 주황색 빛깔이 섞여있어서

참 현란한 수선화지요.

원래부터 이런 품종인지

아니면 근처의 수선화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건지는

확실치 않아서 암튼 오묘헌 꽃을 즐기는 중입니다.

가장 오래된 수선화로 겹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선화는 홑꽃을 좋아하는데

이 겹꽃은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늘상 이렇게 허리를 꾸부정허니

꽃이 땅을 향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 땅에 누운 꽃 두 송이를 꺾어다가

주방 창가에 두었습니다.

자목련은 하늘을 향해 무럭무럭 해마다 치솟고 있어요.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잘라내도 역부족입니다.

얘도 나이로 치믄 상당한 세월을 살아낸 고목이지요.

백목련과 짝을 이루어 앞 뜨락에 심겨져 자라던 것인데

세 들어 살던 사람이 그 멋진 백목련을 잘라내서

해마다 보던 눈부신 백목련의 우아한 자태를 즐길 수 없게 되었어요.

생각할수록 속이 상하지만

있는 자목련이나 이쁘게 잘 가꾸어봐야긋지요.

꽃송이들이 모두 한 곳을 향하고 핀 모습이

남극의 귀여운 펭귄이 한 곳을 바라보고 서있는 모습 같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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