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20년 4월 중순의 놀이터에서

꿈낭구 2020. 4. 16. 18:49


단풍나무가 불과 사흘 만에 잎이 이렇게 무성해졌다.

가을에 단풍이 아주 고와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아기단풍이다.

대문을 사이에 두고 둘이서 마주보고 자라는 사철단풍은

발그레한 어린 잎이 뾰족뾰족 나오고 있는 중이다.

단풍나무 나이로는 얘가 더 많아서

밑둥이 제법 굵어서 듬직하다.

요즘 노란민들레를 없애고

토종인 흰민들레만 남겨두려고

지난번에 한나절을 민들레 캐내느라 무지 힘들었었다.

민들레 뿌리는 어쩌면 그렇게도 길은지

뿌리까지 온전히 캐내기는 불가능할것 같다.

그래도 노란민들레는 뿌리가 끊겼어도 일단 뽑아서 말려 태우기로 했다.

민들레 홀씨가 날려서 온 집안에 흙이 있는곳이라면

모두 다 민들레밭이 되는것은

시간문제일것 같아서다.

무서운 생명력임을 익히 알기에 노란민들레 퇴치에 온 힘을 쏟았었다.

흰민들레는 씻어서 이렇게 채반에 널어서 말리다가

거실 창가에 두고 왔었는데

오늘 가보니 세상에나...

있는 힘껏 그 여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홀씨를 만들어낸거다.

그 와중에 꽃까지 핀것도 있다.

씻어서 채반에 널 때만 해도 꽃송이는 보이지도 않았었는데...

한나절이나 햇볕에서 말리다가 덜 말라서

거실에 채반을 들여놓고 왔더니만...

자두나무 아래 딸기꽃이 한창 피었다.

올해도 정말정말 맛있는 딸기를 먹을 수 있으려나?

오늘도 흰민들레를 캐서 씻어서 말리고

아로니아 아래에서 눌러앉은 개망초를

남푠의 손을 빌려서 오늘 캐내는데 성공했다.

데쳐서 묵나물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말리는 중이다.

지난 월요일에 말리던 흰민들레도 바싹 말려두고

새싹보리를 먹기 위해서 텃밭 한 켠에 세 줄 심었던 보리도

잘라서 씻은 다음 이렇게 채반에 널었다.

식품건조기에 말리지 않아도

4월의 햇볕에 아주 잘 마를것 같다.

흰민들레도 보리도 모두 말려서 분말로 만들어야겠다.

가끔씩 뒤적여주는데

마르면서 자꾸 밑으로 빠진다.

더 고운 채반이 필요할것 같다.

이렇게 햇볕에 내어널고

행여 냥이들이 건드릴까봐 지켜보며

가끔씩 뒤적여줬다.

오늘 우리의 점심은 초간단 샌드위치.

식빵 기름에 살짝 구워서

달걀 프라이 하나씩 올리고

그 위에 치즈 올려서 갓 구운 식빵을 덮어준...

바나나와 오렌지와

아침에 먹고 남은 두부와 브로콜리랑 피클도 챙겨왔는데

빵과 커피 한 잔 마시니 배가 불러서

둘이서 뜨락을 내려다보며 해바리기로 앉아있노라니

어린 새들이 비행훈련을 하는지

아이고...어찌나 소란스럽던지.

남푠은 활짝 핀 수선화를 보며 달걀프라이꽃이란다.ㅋㅋ

상사화를 모조리 옮겨 심었는데도

여전히 이렇게 무성하게 올라오고 있다.

원래 이 자리 주인은 자기라고 고집을 피우는가보다.

핫립세이지와 체리세이지도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울형님 댁에서 작년 봄에 얻어다 심은 백도화가

순백의 눈부신 꽃을 피웠다.

아무래도 옮겨심어서 몸살을 하는지

작년 보다 꽃송이가 작고 적다.

그 곁에는 돌아가신 아주버님께서 가져다 심어주신 겹동백이 있다.

나중에도 해마다 봄이면 이 꽃들을 보면서 울형님을 생각하겠지.

무스카리가 냥이들 등쌀에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폭신한 야생화가 냥이들의 놀이터인듯...

산수유가 꽃이 지면서 새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엽송과 꽃사과 사이에서 점점 비좁지 않을까

옮겨심기에는 이미 너무 크게 자랐다.

산수유 뒷쪽 담장 곁의 공조팝나무도 산수유와 햇볕경쟁이 치열할듯 싶어 난감하다.

모란이 꽃망울을 열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십 년이 훨씬 넘은 이 모란은 5월의 주인공이다.

옆 뜰에는 눈부신 싸리꽃과 남천과

흐드러지게 피었던 옆집의 살구나무가 부지런히 새잎을 내밀며

저마다 분주하다.

꽃향기가 뜰에 가득하니 꽃그늘에 의자를 두고

향기에 취해본다.

자엽자두라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빨강나무로 부른다.

어쩌면 이렇게도 수많은 꽃송이를 피워낼 수 있을까?

봄 한 철 우리를 참 행복하게 해주는 나무다.

뒷뜰 장미원에 야생화를 작년에 사다 심었더니

이렇게 푸른 카펫을 깔아놨네.

바닥에 납작 엎디어 피어난 작고 푸른 꽃송이들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 곁에는 순백의 눈부시게 어여쁜 이메리스가 한창이다.

올 봄에 새로 사다 심은 청하국이라는 꽃.

산당화 꽃그늘에서도 열심히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몇 년이 지나면 이 청하국도 빡빡해지겠지?

월동 가능한 야생화 위주로 좀더 다양한 꽃들을 사다가 심어야겠다.

화분 분갈이용 흙을 고르는 중이다.

부엽토와 마사토와 상토를 섞어서

화분이 터질듯 자란 화초들의 숨통을 틔워줄거란다.

그런데 냥2가 줄곧 놀아달라고 머리로 떠받고 있다.ㅋㅋ

눈이 부신 봄날 오후

아무데나 의자 놓고 앉아 쉬려해도

자꾸만 잔디밭의 잡초가 눈에 들어오고

사방으로 세를 과시하는 민트도 말려줘얀디

눈꺼풀이 무겁다.

몸도 나른한게 춘곤증인가?

마가목이 저 여깄다며 자기 좀 봐달란듯

싱싱한 잎을 펼치며 부른다.

마가목을 위해서는 뒷쪽의 느티나무를 잘라내얄텐데...

지난번에 사다 심은 황금회화나무가

이렇게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다.

정말이지 참 귀한 나무다.

이쁘게 잘 가꾸어 멋진 정원수로 만들어야징...

울시골집에는 나무마다 하나하나 감동의 진동표가 다 있다.

이 나무를 볼때마다 코로나19로 참 어렵고 힘들었던 20년의 봄을 떠올리게 될테지?

섬진강변으로 쌍계사 벚꽃길을 차창을 통해 눈으로만 즐기며

돌아오던 길에 하동 산림조합에 찾아가서 이 나무를 사왔었다.

냥2와 냥3이는 배가 양쪽으로 빵빵한데도

이렇게 까까타령이다.

귀여운 것들...

넘나 맛있는지 가릉거리면서 냠냠 맛있게도 먹는다.

신선한 물도 받아두고

맘마도 몽땅 먹였으니

오늘은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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