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별미밥

그야말로 옆구리 터진 김밥

꿈낭구 2020. 5. 9. 11:00


 예사롭지 않은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는 주말 아침

맘 놓고 늦잠이나 잘까 했더니

부녀지간에 여느때와 같이

기상해서 두시럭 떠는 소리에 일어났쓰요.

김밥을 말았구먼요.

이게 얼마만의 김밥인지...

달걀 3개 부치고 ABC쥬스 만들고 남은 당근도 썰어서 볶고

어제 햄버거 만들때 쓰고 남은 스팸도 떨어서 지지고

떡볶이 노래를 불러서 해주려고 사다놓았던

유통기한 임박헌 어묵도 양념해서 김밥용으로 만들었어요.

결석으로 한바탕 소동을 벌였던 남푠의 건강을 생각해서

시금치나물 대신 취나물을 볶아서 준비했어요.

직접 담갔던 울집 무우장아찌를 김밥에 넣음 진짜 맛있는디

다 먹고 없어서 단무지를 넣었네요.

이렇게 여섯 개의 김밥을 말았구먼요.

까사니 커팅보드 위에 나란히 나란히 줄맞춰 놓으니

이렇게 보기에는 제법 그럴싸 허지라잉?

시상천지 오늘 김밥 말음서 넘나 짜증이 났당게여.

구운김밥김을 샀었는데

그게 구운거라서 그런지 김 10장이 모두 한결같이 이렇게 잘려져있었어요.

아마도 구운김이라서 배송중이나 마트 진열중이나

아니면 소비자들의 손을 통해서

봉지 속의 김 전체가 이렇게 갈라졌던 모양입니다.

하필 위치가 어찌해도 피할 수 없는지라

울딸랑구 낫또 먹느라 잘라놓은 생김을 가져다가

땔빵을 해보기도 하고

다시 둘러 감싸서 말아보기도 했는데

해결이 안 되는거야요.

그러니 김밥 한 개에서 양쪽 꽁다리 빼믄

온전한 것이 몇 개나 되긋써라.

내심 오늘 울시골집 공사중이니

2층의 수납장 공사를 어제 마쳤다기에

겸사겸사 다녀오려고 넉넉허니 만다고 헌것이...

그야말로 옆구리 터진 김밥이 바로 이런 형상이로고...

혼자서 왕짜증이 나서 툴툴거리는 소리를 듣고

어쩔 수 없으니 이 김밥은 우리가 먹고

김밥가게에서 그냥 사갖고 다녀오자네여.

맛은 아주 끝내주게 맛있는딩...

김밥김 꺼내달라고 부탁했을때

혹시 자기가 꺼내다가 그렇게 되었나 싶었는지

ㅋㅋ나 오늘처럼 김밥 싸는거 힘들기는 첨이라고

구시렁댔더니

재미난 추억의 김밥얘기를 꺼내더이다.

우리네 초딩시절 소풍갈때 나무로 만들어진 도시락에 김밥을 써서

신문지로 둘둘 말아 가방에 넣어 등에 짊어지고

두 줄로 서서 걸어갔었잖우?

그런데 앞에 가는 친구는 방앗간집 아들인데

그 당시 꽤 부유했던지 김밥 속재료가 아주 고급졌대여.

그래서 옆친구는 수선스럽게 바람을 잡으며

등 뒤의 김밥 몰래 꺼내는거 눈치 못채게 하고

그 맛난 김밥을 꺼내먹고 바꿔치기 혔다는...

한바탕 웃었구만요.

부상병 김밥은 결국 내차지...

한바탕 웃어가믄서 집어먹다 보니까

김밥 한 팩 정도는 들고 갈 수 있긋구만요.

과일이랑 곁들여서 그냥저냥 새참으로 준비해갖고 갈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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