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방귀

꿈낭구 2011. 8. 29. 14:46

방귀

                                  - 최서림 -

 

내 몸 안에서 하늘과 땅이

드디어 서로 통하는 소리

꽉 막힌 구멍이 시원하게 뚫리는 소리

생명의 폭죽이 터지는 소리, 소리

 

 

 

*가죽피리가 아니라 가죽대포다.

몰래 군중 사이로 고개 내미는 첩자가 아니라

씩씩하게 행진곡풍으로 질러가는 일개 대대다.

천지가 통했으니 내 몸이 한 옥타브 전체를 감당하는 율려요,

그렇게 생명이 운기조식하였으니 몸의 안팎이 상생이다.

화생방 훈련 하듯 황급히 코를 막는 이여,

그대 앞의 사람이 황소와 경쟁하던 허풍선이 개구리처럼

'방그랗게' 부풀어 터져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가 바늘 앞의 풍선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걸 어쩌란 말인가.

당신의 살짝 찌푸린 눈살 덕택에 그가 살아났으니,

이 정도면 향기 방에 돌아올 귀 자가 아닌가.       <권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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