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아내의 잠

꿈낭구 2011. 10. 1. 12:18

 

 

아내의 잠

                               - 마종기 -

 

한밤에 문득 잠 깨어

옆에 누운 이십 년 동안의 아내

작게 우는 잠꼬대를 듣는다.

간간이 신음 소리도 들린다.

불을 켜지 않은 세상이 더 잘 보인다.

 

멀리서 들으면 우리들 사는 소리가

결국 모두 신음 소리인지도 모르지.

어차피 혼자일 수밖에 없는 것,

그것 알게 된 것이 무슨 대수랴만,

잠속에서 작게 우는 법을 배우는

아내여,

마침내 깊어지는 당신의 내력이여.

 

*밤중에 문득 깨어 아내의 잠꼬대를 듣는다.

슬픈 꿈이라도 꾸는가.

잠의 이편에 남편을 놓아두고 저편에서 외롭게 운다.

산등성이 마을의 불빛처럼 제 울음에 흔들리며 깜빡 깜빡 운다.

작게 몸을 웅크려 물음표 모양으로 운다.

당신은 어디 있었나. 남편은 어쩌면 남의 편이어서,

유행가 말마따나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어둔 것이어서,

당신의 말은 등 뒤의 소식이었다.

내가 안을 때 당신은 돌아누웠고,

내가 외면했을 때 당신은 내면을 열었다.

동상이몽의 잠이었다.

그런데 아내여,

우리는 그렇게 해서 한곳을 보았다.

잠 속에서도 같은 방향이었다.

좌판 위의 새우들처럼,

우리는 아이들까지 함께 나란하지 않으냐.

(추신) 시인이 이 시를 쓴 후 또 20년이 흘렀다.

그러니 당신의 내력은 또 얼마나 깊어졌을 것인가.       <권혁웅·시인>

 

오늘은 남편의 옛직장 동료의 아이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너무나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꼬박 2년을 병마와 싸우던 아이여서

자식을 둔 어미의 입장에서 그저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한창 푸르고 싱싱할 열아홉의 나이에...

결혼식에 가얀다고 화려한 넥타이를 매고 집을 나섰던 남편이

다시 되돌아와 검은 넥타이를 챙겨들고 나섰습니다.

 

오늘 새벽기도 마치고 돌아오며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준비없이 죽음을 맞는다는건 얼마나 당혹스러운 일일까 하고 말입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지만

사는날 동안 정말 충실하게 보람있게 살아야겠지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이 있기에

슬픔 가운데서도 큰 위로가 되지만

그래도 자식을 보내야하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요...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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