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우습다
- 최승자 -
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걸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는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포르르"와 "흐르르" 사이 터진 거품이 있다.
덜그럭거리는 틀니가 있다.
"포르르"가 가지에 앉는 산새라면
"흐르르"는 기침과 기침 사이에서 끓는 가래
새는 날아갔고 거품은 터졌는데 또 다른 기침이 쏟아져서 틀니가 빠졌다.
시인은 늘 사십대였다.
그러나 신문은 이분을 56세라 적고는 그것마저 버렸다.
우습다고 말하는 동안, 겨우 연 하나 바꿨을 뿐인데,
또 한 해가 흘렀다.
올해가 2011년이니 시인은 육십.
그러나 이분의 시는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사십대다.
생각해보면 첫 시집이 나온 30년 전에도 그랬다.
서른에도 마흔이었고 육십에도 마흔이었다.
그리고 늘 아팠다.
나는 이분보다 열다섯 살 아래다.
그래서 이분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늘 스물다섯이 된다. <권혁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