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풍뎅이 관찰기록물

꿈낭구 2020. 6. 25. 19:23

그저께 울여름별궁 공사를 일주일 쉬는 틈을 타서

떠꺼머리 총각 같은 잔디도 깎고

잡초도 제거하려고 갔었는데

햇볕이 어찌나 뜨거운지 옆마당 그늘이 드리워진곳을 물색하여

어디서 날아온 건지 어린뽕나무들이 자라고 있어서 뽑아내던중에

얘를 발견했어요.

왠일일까요?

이렇게 뒤집어져서 죽었나 하고 살펴보니 

앞발을 움직이네요.

다시 자세가 바뀌네요.

그러더니 몸을 뒤집는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날개 뒷쪽을 들어올리는게 이상해서

살펴보기로 했어요.

머리를 땅을 향해 들이밀며 안간힘을 쓰네요.

꽁지 부분이 들린것도 같고

그런데 흙을 머리로 들어올리고 있어요.

제법 커다란 흙덩이 속으로 머리를 디밀고 들어가려나 봅니다.

흙을 제법 파서 올리기 시작하는데

너무 힘들어 보여서 도와줄까 하다가

그냥 지켜보기로 했어요.

돌멩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니

두 돌 사이에 있던 흙더미가 애 등 위로 떨어져 내립니다.

그러나 아랑곳없이 계속 땅 속을 향하여 들어가고 있어요.

아무래도 땅 속에 알을 낳으려는게 아닐까 싶네요.

엄마는 위대하다더니

이 풍뎅이 역시도 참으로 눈물겨운 모습으로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돌멩이까지도 들어올리네요.

알 낳을 공간확보를 위해서 애를 쓰는것 같아요.

한시도 쉬지않고 꼼지락 꼼지락 

참 열심히도 새끼들을 위한 노동을 하는 모습이

눈물겨워요.

다시 후퇴하는듯 나오더니 

다시 방향을 바꾸어 땅굴을 파고 있어요.

출산이 임박한듯 꽁무니가 잔뜩 부풀어있네요.

어둡고 좁은 땅 속을 향하여 들어가는가 싶더니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금쯤 어두운 땅 속에서 산란을 하고 있겠지요?

그 작은 몸집으로 이 돌멩이들을 이렇게 움직이다니

믿기지 않네요.

한참후 돌틈바구니 사이로 모습이 나타났어요.

들어갈때와 달리 후진을 하려나 봅니다.

부풀어 올랐던 꽁무니는 흔적도 없어요.

지켜보던 내내 신비롭고 놀라웠어요.

돌틈에서 마지막 단도리를 하는지

한동안 머물다가 

기진맥진 탈진한 모습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하나 봅니다.

애썼다고

장하다고 박수를 쳐줬더니

다시 힘을 내서 몸을 가다듬네요.

아~ 이렇게 한 생을 마감하나 봅니다.

전 과정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어

얼마나 안타깝고 조마조마했던지요.

새끼들이 언제쯤 이 땅속에서 나올까요?

 

'울시골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의 여름별궁 소풍  (0) 2020.07.01
  (0) 2020.06.30
꽃놀이2  (0) 2020.06.24
냥이들  (0) 2020.06.24
백일홍과 꽃놀이  (0) 2020.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