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스파게티

아련한 추억의 팥칼국수

꿈낭구 2020. 6. 29. 08:28

어제 저녁은 오래간만에 팥칼국수를 끓였어요.

작년에 울여름별궁에 심어서 수확한 팥이랍니다.

풋팥으로 냉동실에 넣어두고

밥에 넣어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말려서 보관해뒀는데

커다란 패트병으로 하나 가득입니다.

수확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거든요.

처음에는 너무 일찍 심어서 키가 웃자라서 실패했는데

작년에는 적기에 심었는데

제가 수술하는 바람에 수확기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패트병 가득 그래도 수확을 했는데

그 중에서 1/3쯤 덜어서 압력솥에 삶았어요.

팥빙수용으로 쓰려고 통팥으로 조금 덜어두었구요

나머지는 믹서에 갈아서 팥앙금의 상태로 보관했어요.

이것만 있으면 어느때건 손쉽게 팥국수를 만들 수 있답니다.

중력분 밀가루를 최근에 분명히 보긴 봤는데

못찾아서 결국 생면을 마트에서 사왔네요.

쫀득쫀득한 식감으로 칼국수를 만들고 싶었는뎅...

먼저 냄비에 물을 적당량 넣고 끓이다가

생면을 넣고 끓이면서 팥앙금으로 농도를 맞추면 되는데

저는 직접 반죽한 칼국수면이 아니라서

시판용 칼국수생면을 찬물에 한 번 살짝 헹궈서 넣었어요.

칼국수면이 익으면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입니다.

새콤하게 익은 열무물김치 한 보시기만 있음

다른 반찬은 필요도 없지요.

이렇게 한가득 팥칼국수를 담았네요.

어렸을적에 여름날 저녁에 울엄마는 이렇게 팥칼국수를

솥단지 한가득 끓이시곤 했었지요.

너무너무 맛있는데 배가 불러서 더 먹을 수 없어

아쉽기만 했었는데

자고 일어나 아침에 보면 

퉁퉁 불어있던 칼국수를 

언니들이랑 수저로 떠먹던 생각이 납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로 저녁 식탁은 무르익었지요.

어린 시절 나무는 울창하게 자랐더라구요.

선인장 화분이 쪼르르 놓여있던 토방위엔

이른 봄 채소를 가꾸시는지 요렇게 놓여있고

새장이 매달려있던 처마도 그대로였어요.

아직도 그리운 어린시절 고향집이 눈에 선합니다.

열무물김치를 깊고 깊은 우물 속에 끈에 매달아 두고

꺼내먹던 천연냉장고 이야기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신기하다며 재밌어라 하더군요.

놀랍게도 몇 년 전 언니들과 고향집을 찾았을적엔

펌프 대신 수도로만 바뀐 그 우물의 지붕이랑 

이렇게 그대로 있었는데...

울언니랑 제 소꿉친구들이랑 풀장으로 쓰이던

우물가 시멘트 물탱크에는 꽃이 심겨져 있더라구요.

이 우물가 가장자리 턱에

언니들이랑 쪼르르~쪼그리고 앉아서

달챙이 놋숟가락으로 감자 껍질을 벗기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고

닭을 손질하는것을 보며 생기다 만 노란 알을 신기해하던 생각도 나고

그러다가 발에 물이라도 튀믄 울던 생각도 나서

엊저녁 울집 식탁은 추억의 도가니에 빠졌드랬쥬.

제게는 역시 팥국수는 아련한 추억의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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