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호우경보 물난리

꿈낭구 2020. 8. 12. 21:42

2020년 8월 8일 아침 8시

한 달 가까이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어

지긋지긋한 날씨로 곳곳에서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밤새 어찌나 요란하게 비가 쏟아지던지

홈통을 통해 내려가는 빗소리에 잠을 설치고

몸도 마음도 불편하기 짝이 없던 아침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데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했다.

 

걱정이 되어 내려다보던 순간

예사롭지 않은 사태를 목격했다.

주차장이 빗물에 잠기고 있었다.

남편이 놀라서 키를 들고 뛰어나가고

불과 얼마되지 않아

뒷쪽 주차장까지 빗물에 차가 잠기고 있는게 아닌가.

딸랑구의 차가 주차된 곳 역시 엄청난 기세로 

밀물처럼 빗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바로 딸아이도 키를 들고 내려가고

순식간에 바퀴 절반을 넘게 차오르는 빗물.

그래도 빨리 내려갔던 남편은

앞쪽 주차장에서 황급히 보다 안전한 쪽으로

차를 옮긴 모양이다.

차가 보이지 않는걸 보니...

뒷쪽 주차장을 향해 뛰어나간 딸랑구는

이미 무릎 넘게 차오르는 빗물에 겁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고

아빠가 발견한 때는 이미 늦었다.

황급히 차를 이동시키려는 주민들로 주차장은 수라장이 되고

주차장 화단이 물에 잠겨 흔적이 없어졌다.

주말 아침이라서 아직 이런 상황인줄 모르고 있던 주민들이

뒤늦게서야 뛰쳐나와 침수되고 있는 차들을 이동시키느라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파트 주차장은 이미 강물이 되었고

물이 역류되어 빗물이 빠져나가기는 커녕

하수구에서 엄청난 물이 솟구쳐오르고 있었다.

손가락 만큼이나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뒤늦게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나온 주민들이

차를 이동시키느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빗물이 빠져나가야 할 하수구에서는

황톳물이 솟구쳐오르고 있고

낙엽들과 부유물들로 더욱 심란한 상황이었다.

아이의 차를 이동시키던중에

시동이 꺼져서 애를 먹다가 겨우 시동이 걸려서

안전한 장소로 옮기려고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쪽으로 가는데

이미 도로는 강이 되었고

높은 지대에서 쏟아져내리는 빗물은 계곡의 폭포수처럼

무서운 기세로 아래쪽으로 흘러내려서

모두들 당황해서 어쩔줄 몰랐단다.

천변쪽과 가까운 우리 동과는 달리

그래도 옆동은 바퀴까지 잠기는 정도로 보이고

잽싸게 자전거 주차장 위로 차를 옮겨놓은 주민들이 많았다.

 

점점 차오르는 빗물에 안타깝게 발만 동동거리는 주민들

위에서 내려다보며 아직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급히 나가느라 휴대폰도 두고 내려가서

연락할 길도 없는데 

집 근처 홈플러스로 가져다 두려고 갔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도로가 막혀서 옴싹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닐까?

발을 동동 구르며 하염없는 기다림이 시작된지

한 시간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어 불안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주말이라서 집에 있던 남자분들이 

뛰쳐나와 힘을 모아 물 위로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줍고

부유물로 막힌 하수구 뚜껑을 들어올리고

화단에서 흘러내린 흙과 나뭇가지들을 주워내고

하수구를 찾느라 모두가 힘을 모았다.

여름철이 되면서 하수관 뚜껑을 덮어둔 1층의 주민들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진듯...

20년이 넘도록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너무나 무서웠다.

살짝 희미하게 주차장의 화살표 표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뚜껑을 들어올리고 부유물들을 건져내면서

점차로 차오른 물이 서서히 줄어드는듯 보였다.

지대가 높은곳에서부터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 보이는가 싶더니

한 쪽에서부터 주차라인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들어낸 맨홀뚜껑 덕분에

빗물과 나뭇잎들이 소용돌이치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아파트 앞쪽 도로는 복개된 곳인데

이 강물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역류된 모양이었다.

산책로도  운동기구도 삼켜버린 천변의 모습인데

하류쪽은 이미 하천이 범람하기 시작했다고...

한 달 넘도록 줄기차게 내리던 장맛비로

이미 온갖 쓰레기들과 스티로폼들이 어마어마하게 떠내려오고

강변의 나무들이 뽑혀서 쓰러져 눕고

언더패스 도로는 모두 통제되어 

하루종일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도로상황.

잠깐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서

마트에 다녀오기로 했다.

비상식량이라도 사둬얄것 같기에...

마트는 이미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인산인해.

옮기면서 도중에 시동이 꺼졌던 딸랑구의 차가

별 탈이 없어얄텐데 걱정이다.

그렇게 주말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너무나 지쳐서 식사준비를 할 기력이 없어서

가래떡을 구워서 식사를 대신하기로 했는데

너무나 무섭고 놀란 탓인지 

이 가래떡을 그렇게나 좋아하던 울집 부녀가

이 구운 가래떡을 이렇게나 남겼다.

비는 여전히 하염없이 쏟아져내리고 있으니

이러다가 정말로 대피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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