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푹푹 삶는 날씨네여.
밤새 더위에 지쳐서 잠도 제대로 못이루고
아침이면 비몽사몽 출근시켜야허는 아이 때문에
식사준비를 시간 맞춰서 해야하니
쉽지않은 여름생활입니다.
담백한 노각나물을 만들었어요.
여름별궁의 토종 청주오이는 제대로 먹기 보다는
이렇게 노각이 되도록 방치해서
계륵이 되어갑니다.
눈 크게 뜨고 찾아보래두 남푠은 언제나 다 찾아서 땄다는데도
미심쩍어서 살펴보면 이렇게 노각이 된 오이가 수두룩 합니다.
하여간 무얼 찾는데는 젬병입니다.
노각껍따구 벗기는 일은
스위스에서 사온 필러가 아주 십상입니다.
가볍기도 하거니와 쓰기에 이것만한게 읎다니께여.
껍질 벗겨서 길게 반으로 갈라 수저로 씨를 파내고
이렇게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가
꼬들꼬들하게 수분을 짜내는게 가장 중요한데
손에 힘이 없는 제게는 너무나도 에론 일이라서
언제나 남푠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럴때마다 항상 주방용 짤순이를 사야허나...
두부를 짜거나 오이지를 짤때마다
남푠의 도움을 받곤 하는데 어찌나 열심히(?) 짜는지
면보가 찢어지기 일쑤라니깐요.ㅋㅋ
남푠이 있는 힘을 다해서 짜준 오이를
센 불에서 오일에 볶으면서
이 수고로운 일을 하지 않으려믄
남푠 용돈으로 짤순이를 마련허도록 정보를 줬건마는...
ㅋㅋ엉뚱헌 생각을 허다가 고만 밑에 있는 부분이 눌고 말았쓰요.
마늘과 파를 넣고 감추기 위해서 통깨와 흑임자로 스리슬쩍~!
무슨 오이를 볶느냐는 아이에게
여기에 소고기만 넣으면 궁중요리가 된다고
큰소리 빵빵치믄서 맛만 보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디
남푠의 장바구니에 주방용 짤순이를 담는데꺼정은 성공~!
ㅋㅋㅋ깝깝헌 사람이 사게 된당게여.
귀헌 토종오이니까 씨를 받아얀다고
이렇게 말리긋대여.
작년에 씨가 떨어진 자리에서 토종오이가 났거든요.
이 청주오이가 아주 작달막허믄서도 얼마나 맛나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