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막바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여름별궁

꿈낭구 2020. 9. 20. 04:05

2020년 9월 18일 금요일

날씨가 청명해서 여름살이들을 세탁하느라

오전 한나절이 금세 지났다.

침대 커버에서부터 시작한 세탁이

커텐에 이르기 까지 어디에 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아서

보면대 두 개를 적정거리를 두고 높여서 세운 다음

침대시트를 널고

싸이클 위도 졸지에 빨래건조대가 되었다.ㅎㅎ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는

층층으로 나뉜 구름이 재빨리 흘러가는 모습이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것일까?

너무 재밌다.

거의 말라갈 무렵 갑자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져

비상사태에 돌입.

베란다 밖으로 내널은 인견 홑이불이 젖을뻔 했다.

다행히 금세 다시 해가 나고 바람이 불어 쾌청해졌지만

실내로 들여다 널어둔 세탁물들을 그대로 두고

하늘의 뭉게뭉게 구름이 하도 이뻐서 

오랜만에 맑게 갠 청명한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을 날려보냈다.

오후에 여름별궁의 공사가 궁금해서 아이스커피 캔을 사들고 찾았더니

네 시가 넘어선지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다.

대문이 완성되었다.

지난 태풍 때문에 마무리를 못한 상태에서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용접부분이 망가져서

문을 지그려놓고 다녀야해서 속상했는데

이젠 말끔하게 도색까지 끝난 온전한 모습을 보니

마음의 근심을 한 시름 덜었다.

데크에 오일스텐을 발랐는지 냄새가 아주 심하고

아직 덜 말라서인지 현관문 앞쪽으로 디딜 수 있는

널빤지가 놓여있었다.

앞쪽 아랫부분이 칠하다 만 것으로 보아

아마 소나기가 내려서 중단된 모양이었다.

뒷쪽으로 돌아가 보니 다용도실 아래 수납공간에

위로 열리는 여닫이 문이 만들어져 있다.

오후 햇살에 미니사과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동안 요 아래 데크가 냥이들의 놀이터이자 

낮잠자는 침상이 되곤 했었는데

이제 미 문이 완성되면 냥이들이 아쉬워할것 같다.ㅎㅎ

베란다가 없는 단독주택에서는 여러가지 물건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창고 같은 부속건물이 필요한데

다용도실을 주방 높이로 만든 덕분에 아래 공간을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팀장님께서 아이디어를 내주셨다.

소쿠리나 채반이나 농기구 등등...

그런것들을 보관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 이렇게 완성되었다.

며칠 사이에 텃밭의 항암배추와 무우가 엄청 푸르고 싱싱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오후 햇살을 받은 김장채소들이

이 순간 만큼은 예술작품 처럼 보인다.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텃밭에서는

쪽파가 한창 키재기를 하고 래디시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원래 이 계단에는 양 옆으로 편백을 붙이기로 했었는데

하얀 페인트처럼 보이는 실크벽지로 도배가 되어있어서

넓고 환하고 깔끔해 보이기는 했는데

오르내리며 아무래도 생길 수 밖에 없는 얼룩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서

재시공을 부탁했더니 편백은 아니지만 이렇게 한 쪽 면에만 

시공을 해주셨다.

맨 처음 계획에는 잡고 오를 수 있는 손잡이용 바를

왼쪽편에 시공해주시기로 했었는데

그 부분은 아무래도 폭이 좁아지면 답답해 보일것 같아서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공간이었기에

또한 시공후 가장 속상했던 부분인 주방.

아일랜드식탁도 우리 냉장고가 너무 커서

공간 협소를 이유로 포기하게 되었는데

나의 로망 디귿자형 주방은 이미 물 건너 갔으니

씽크대라도 좀 맘에 들었으면 했는데

처음엔 달랑 선반 하나 달아둔 상태인데다가

요즘 스타일인 서랍형도 아니라서

정말정말 이 씽크대를 시공하고 나서는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한동안 이곳에 오고싶지가 않았었다.

견적을 낼때 좀더 자세히 했어야했는데 후회스러워서

큰 기대에 못미친 이 공간을 생각할때마다

뜯어내고 재시공을 하고싶은 심정이었다.

그 모든게 서로의 불찰이기도 하지만 이런식의 씽크대가 될줄이야...

나의 불만을 접수하시고 행주걸이와 선반과 수저통 등등

주방 씽크대 악세서리 몇 개를 시공해주셨다.

인덕션 하부장 쪽에도 가운데 선반을 제거하고

레일식 양념장으로 재시공을 해주셨다.

다용도실에 보조주방 개념으로 가스대와 작은 씽크대를 시공하기로 했었는데

공사가 너무 늦어져서 촉박하기도 하거니와

거기에 따르기에는 가스배관도 그렇고

이미 벽지로 도배를 끝낸 상태라서

물을 쓰거나 음식을 끓이거나 볶거나 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관계로

과감히 포기하고 그 대신 키큰 수납장을 시공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서 고민하던중

팀장님께서 조율해주셔서 처음 보다 많이 다운된 가격으로 

이렇게 시공을 해주셨다.

오후 햇살이 비치는 다용도실에 화이트 컬러의 붙박이장이 

캔버스가 되었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새로운 그림들을 그려내겠지?

원래는 중간 부분에 콘센트가 있어서

상부장과 하부장으로 나누어서 만들까 했었는데

콘센트 위치는 옮겨주실 수 있다하여 그냥 통으로 길게

이렇게 깊고 널찍한 수납공간이 만들어졌다.

아이의 원룸살림살이 짐도 만만치가 않은데다

결혼 혼수로 미리 준비해둔 샐러드마스타가

제법 부피가 커서 이곳에 보관해두기가 좋을것 같다.

천정에서부터 바닥까지 시공된거라서 왠만한 짐들을 수납하기에도

크게 어려움이 없을듯...

하나를 포기하니 하나의 근심이 덜어졌다.ㅎㅎ

아랫쪽에는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안성맞춤일듯...

오후 햇살이 깊게 들어와서 다용도실에 블라인드를 설치하는게 필수.

일단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 문을 죄다 열어두고 

바로 옆 공간은 세탁기가 놓여질 예정이다.

배수를 보일러실 배수구를 이용할거라서

최대한 거리를 짧게 하는게 좋을것 같아

선택의 여지가 없으나 다행히 세탁기 뚜껑을 열지 않으면

주방 창문 아래에 놓여지기 때문에 불편하진 않을것 같다.

다시 2층의 다락방으로 올라가 보니

건물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대로 살려둘 수밖에 없었던

중앙 부분의 이 공간에 나무로 깔끔하게 덧씌워 마무리를 해주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락방이 두 공간으로 나뉘어지게 되었고

앞 쪽은 나만의 공간으로

 

                                            뒷 쪽은 남푠의 공간으로 이미 정해졌다.ㅋㅋ

앞쪽인 나의 공간이 창문이 있어서 시야가 환하고

앞집의 뒷뜰 정원의 잔디밭이며 

우리집 앞뜰의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반면

여름에는 햇볕이 강렬하게 들어와서 아무래도 

남푠의 이 공간 보다는 더울것 같다.

하지만 남푠의 공간인 이 공간은 오후가 되면 계단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예술인데다

바람도 시원하게 들어오고 너른 들녘이 내려다 보여 좋은 점이 있다.

물론 바닥 온돌판넬 시공도 따로따로라서

각자 필요할때만 난방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다시 내려와서 거실을 지나 

현관의 신발장에 거울이 붙여졌다.

중문을 만드느라고 현관이 예전보다 좁아진게 흠이지만

글두 우리 세 식구에겐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것 같다.

겨울철의 난방이나 여름날의 냉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므로 기꺼이 감수하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충분한 수납공간인 신발장도 있으니 더 바랄게 없다.

현관문을 나오면 이렇게 데크가 있는데

맨 아랫단을 오르기에 내가 조금 불편함을 배려해주시고

디딤대를 맨 아래에 하나 더 만들어주셨다.

히히...이젠 팔십 넘도록 살아도 정원에 드나들기에 끄덕 없긋당.

다소 엉성해 보이던 대문도 단장을 마치니

깔끔해졌다.

이젠 열쇠를 가지고 다녀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지만

정원과 텃밭을 소유하고 누리려면

그쯤의 불편함은 감수할만 하지 않나 싶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녁나절의 익숙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의 인생중 황금기를 이 도시에서 보냈다면

이제 인생 제2막을 새로운 전원생활로 시작하게 된다는

기대와 설렘이 있음에도

익숙해서 이렇게나 좋은줄 몰랐던 도시의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막상 떠난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천변을 걷다가 저 다리를 건너서 집으로 돌아가던 생각이 난다.

집에서 나오면 바로 천변이니 운동이나 산책하기에도 그만이었다.

특히나 해질 무렵의 강물에 비친 아름다운 풍경을

이제는 누릴 수 없구나 생각하니 아쉬움이 커진다.

바로 집 앞에 영화관이며 대형마트와

병원과 편의시설들이 즐비한 도시생활에 익숙해져서

시골살이가 답답해지면 어쩌나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새벽마다 이 천변을 뛰는 딸랑구는

이미 접이식 런닝머신을 해외직구했다 한다. 

출퇴근이 편안한 대신 도시의 안락함을 포기해야하는 청춘이 아닌가.

혼자 아파트에서 지내며 주말에나 오라고 했더니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나 집이 커서 무서울것 같단다.ㅎㅎ

그 보다는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세탁해서 다려주는 옷 입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사람이 있는게 더 좋을뿐더러

저축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지난번 폭우에 침수되었던 불안불안해진 차를 앞당겨 바꿀 수 있을것 같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듯...

 

저 멀리 구름 사이로 수술하기 전까지 즐겨 오르던 산이 보인다.

아~! 이젠 십여분이면 갈 수 있었던 산이 많이 그립겠구나.

막상 떠나려니 아쉬움과 미련이 많은것 같은데

막상 시골살이에 맛들리면 

그곳에서의 삶이 더 풍성하고 윤택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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