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가을비

꿈낭구 2020. 11. 2. 23:52

2020년 11월 1일 일요일

이곳으로 이사 온 이후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지난봄부터 공사하는 여름 동안에

그토록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가을로 접어들면서 한 번도 내리지 않은 탓에

김장채소들이며 정원의 꽃들도 가뭄에 시달리던 차에

단비가 내려 촉촉이 적셔주니 다행이다.

장미꽃과 잎에 빗방울이 구슬처럼 방울방울...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밖에 있는 화분들을 들여놓아야 할 텐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직사광선인 이곳 데크로 옮겨져

강한 햇볕에 화분들이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던 차에

챠리는 이렇게 꽃까지 피웠다.

방울토마토도 아주 열심히 열매를 맺고 있어서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다.

탱글탱글한 방울이들에게 빗방울이 조롱조롱 매달린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황금 회화나무가 가을이 되면서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제법 많이 자라서 기특하다.

내년쯤에는 제 자리를 찾아서 옮겨 심어줘야겠다.

황금빛 잎과 줄기가 단연 돋보이는 멋진 나무다.

서리가 내린 듯 백묘국이 백묘국 다워지는 계절이다.

하얗게 눈이 내린듯 잎이 하얀 눈꽃처럼 

예쁜 옷을 입고 치장을 하는 중이다.

공사하느라 많이 시달렸을 텐데도

씩씩하게 잘 견뎌준 것이 고맙다.

소국도 가을비에 흠씬 젖었다.

고고한 자태가 기품 있어 보여 좋다.

데크 아래로 민트가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 듯

빼곡하게 초록으로 물들인 모습이 싱그럽다.

알파파를 심어서 새싹을 샐러드에 넣어 먹으려고 했는데

수경재배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빨랐을 것 같다.

싹도 더디 나오더니 자라는 것도 워째 부진하다.

그래도 잘 자라 주리라 믿어보기로 했다.

11월 2일 월요일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에는 그친 듯한데

안개가 자욱하다.

비에 젖은 종려나무 잎들에 빗방울이 영롱하다.

예전에 이곳에서 살 적에도 

가을이면 안개가 참 많았었다.

이곳에서 정원을 바라보면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는데

안개 자욱한 아침이면 곱게 단풍 든 감나무가

퍽 운치 있고 좋았었다.

감나무가 지금까지 있었더라면 고목이 되었겠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화분 분갈이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냉해를 입기 전에 실내로 들여놓아얄듯.

단풍나무와 산수유나무가 발그레하다.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이렇게 내려다보는 것도 참 좋다.

딸랑구 출근길이 좀 걱정이 되긴 하다.

앞뜰보다는 뒤뜰은 안개가 더 짙어져서

울타리 뒤로는 거의 아무것도 안 보인다.

출근하는 아이에게 조심조심 안전하게 운전하라고 당부하는데

겨울철 출근길이 걱정이다.

안개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아침 먹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멀리 건너편 마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 탓인지 새들의 군무도 보이지 않고

작은 참새들만 분주하게 식사를 하는 듯

바삐 가지를 옮겨 다닌다.

안개가 점점 걷히면서

감나무에 매달린 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건너편 추수가 끝난 논에서는 김이 나듯 모락모락...

옥상에 올망졸망 옮겨다 놓은 다육이들이

추위에 잘 견딜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데크가 말라가니 수확해서 말리던 팥이나 널어야겠다.

'인생2막 전원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리가 하얗게 내렸어요.  (0) 2020.11.05
간편하고 소박한 즘심식사  (0) 2020.11.03
깊어가는 가을 아침  (0) 2020.10.26
냥3이의 숨바꼭질 놀이  (0) 2020.10.22
차 한 잔의 여유  (0) 202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