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추억의 털신

꿈낭구 2020. 12. 15. 15:00

이게 얼마만의 외출인가...

나에게는 거의 한 달 정도 된것 같은데...

그동안 몇 번의 외출로 콧바람을 쐰 남푠은

너무 오래 차를 세워둬서 방전될지 모른다면서

함께 털신을 사러 나가잔다.

ㅎㅎ갑자기 매섭게 추워진 날씨탓이기도 하고

머지않아 동지가 돌아오는데 팥죽을 쑤려면

찹쌀가루가 필요해서 겸사겸사 나들이에 동참을 하게 되얏다.

미리 조수석 시트에 군불꺼징 때놨단디

우와~! 집 밖의 상황은 내겐 충격적인 추위였다.

작년에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하고 지나갔던

외투를 입었기에 망정이지...

쨍한 추위에 햇볕도 놀란듯.

저 멀리 우리가 즐겨 오르던 산 능선이 보이고

간만의 대처 나들이에 슬슬 신바람이 일었다.ㅋㅋ

털신을 사기 위해서 시장의 신발가게를 찾았다.

예전에 깜장곰신을 사다가 그림을 그려서

온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선물을 했던것도 바로 이 가게였었고

곤충 모니터링 한다고 이삔 꽃장화를 산 것도

바로 이 집이었다.

와따미~!

신발로 탑을 쌓은게 증말 흥미로웠다.

알록달록 신발 색깔도 다양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겁나 재미지다.

할매들 신는 코가 뾰족한 털신도 있고 

핑크핑크 발등 시렵지 않게

발목꺼징 깊게 들어가는 슬리퍼도 있고

복슬복슬헌 털 달린 굽 높은 슬리퍼에서부터 시작해서

야릇헌 컬러의 골드 슬리퍼에

화려한 장식이 붙은 신발들까징

너무 많아서 귀경허는것만도 재미났다.

어린 아이들 앙징신발도 미소짓게 만들고

주인 아저씨께서는 어떤 신발을 찾느냐기에

털신을 사러 왔다니까

핑크빛 가짜 밍크털이 신발등상에 소복헌

굽 높은 신발을 신어보라며 권하신다.

그래서 그런거 말고 털신임을 재차 강조하자

그제서야 이 털신을 꺼내오셨다.

요즘에는 TV에서 스님들이나 신는 옛추억 물씬 나는 털신.

바로 우리가 찾던 털신이다.

ㅋㅋㅋ 한 켤레에 만 원이란다.

눈비에 젖을일도 없고 따뜻한데다 미끄럽지 않아서

겨울나기 신발로는 최고라고...

냉큼 세트루다 샀다.

런닝머신용 남푠의 운동화도 한 켤레 사들고

신바람이 났다.

어젯밤에 물에 불려두었던 찹쌀을

소쿠리에 건져서 물기를 빼서 비닐봉투에 넣어

이사오기 전에 아파트 가까운 곳의 방앗간에 갔더니

할머니들이 짜란허니 보따리 보따리 앞에 두고 기다리고 계신다.

참기름 들기름 들깻가루 등등...

시골에서 농사지으신 것으로 자식들에게 보내주려는 것이리라.

왠지 시큰했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빻아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마트에서 장보기를 했다.

찹쌀 2kg을 불려서 가져갔는데 3,000원이란다.

가져와서 적당히 소분해서 냉동실에 들여보냈다.

조만간 찹쌀부침개도 부치고

팥죽도 끓여서 맛있는 동치미랑 먹어야징.ㅎㅎ

집에 돌아오자마자 털신부터 꺼냈다.

ㅎㅎ이 갈색의 보드라운 털이 넘나 재밌다.

아침에 서리가 내리면 데크가 어찌나 미끄러운지

위험해서 슬리퍼 대신 이 털신을 신으려고 샀는데

발시렵지도 않고 미끄럽지도 않으니

우리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등산양말을 신고 신어봐도 내게는 좀 크다.

235짜리를 권해서 대충 신어보고 샀는데

딸랑구랑 여차허믄 같이 신으려고 넉넉한 사이즈를 사왔더니

앞으로 남고 뒤로도 남고

심지어는 옆으로도 남는다.

글두...발이 쑤욱 들어가고

벗기에도 편해서 이 정도면 괜찮지 싶기도 하다.ㅋㅋ

가게 아저씨께서 이 털신이 메이카 있는거라시더니

ㅎㅎㅎ말표 털신이다.

우리 어릴적에 엄마들 흰고무신 바닥에 그려져있던

말 그림 그대로다.

어린 시절 겨울철 신발은 바로 이 털신이었는데

내 동생것은 단추도 달려있었던 기억이 난다.

양말을 두 켤레씩 신고 학교에 다녔던 생각도 나고

이 털신 덕분에 추억이 새롭다.

내 동생은 언제나 털신이라고 하지 않고

털털신이라고 불렀었지.ㅋㅋㅋ

아직까지도 이런 털신이 있다니 넘나 신기했다.

시골에서는 여전히 이 털신이 인기있다신다.

가게 아저씨께서 우리의 전원생활을 응원하시면서

어디로 이사했느냐시기에 이야기 하다보니

오메낭~! 

바로 아저씨의 고향마을이라시며 넘나 반가워하셨다.

그래서 신발을 깎아주셔서 더더욱 신이 났다.

남푠도 들어오자마자 털신을 꺼내신고 워킹~!

둘이서 털신을 신고 거실 바닥을 런웨이 삼아 워킹을 하고

이렇게 짜란허니 발도 맞추고

마주보고 서서 넘나 즐겁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내 털신은 뽀대가 안 난다.

이렇게나 옆부분이 커서 눈이 오면 눈 들어가면 워쩐다지?

딸랑구 주고 내 털신을 새로 사올끄낭?

가볍고 미끄럼방지 밑창이라는 남푠의 런닝머신 전용 운동화.

남푠 클쑤마쑤 선물루다 퉁칠까부다.ㅋㅋ

그동안 막신이 없어서 딸랑구 크*스 신발을 즐겨 신었었는데

이렇게 중문 앞에 짜란허니 놓여진 신발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딸랑구가 퇴근허고 오믄 맨 먼저 보게될텐데

뭐라그럴까?

아이의 반응을 생각만해도 재밌다.

아이는 이런 신발을 처음 볼테니까 말이다.

털신 사러 시내 나간댔으니 틀림없이 아이 나름대로

우리의 털신이란 요러저러헌 디자인이려니 하고 생각하고 있을텐데

이 깜짝 등장헌 털신에 대한 반응이 어떨것인가는

안 봐두 비디오다.ㅍㅎㅎ

이제는 치사허게 니 신발 안 신을거다.

너도 이 신발 잠깐씩이라도 빌려 신으려거덩

내 헌티 잘 뵈야야혀. 흐흠!

때도 아닌 크*스는 인자 이별여.

따뜻헌 털신도 샀긋다 기분 좋은 발걸음을 붙든게 있었으니

이 커다란 삽은 바로 눈 치우는 전용 눈삽이렷다.

데크 위 눈을 치우려면 이게 필수니께...

우리 어릴적엔 나무로 만든 것으로

어린 우리들에게는 너무 버거웠었다.

눈삽은 모양과 기능성을 보완하여 이렇게 날렵하고 가벼워졌다.

히히...이걸루다 옥상 데크랑 

앞쪽과 옆쪽 데크랑

대문까지 가는 마당이랑

아니지...울 집앞의 주차장꺼징 신나게 눈을 치워야징.

멋쟁이 털신을 신고 코피리를 불며 눈장난을 칠 상상만 해도

넘나 신나고 즐거워서

마음이 둥둥~~~하늘을 난다.

ㅋㅋㅋ아이 퇴근하여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박장대소~!

무슨 이런 신발을 다 신느냐믄서 해도 너무 했다공...

야가 뭘 모르는 소리를 허구 그랴.

이 신발 맛들리믄 이거 신고 출근도 허게 될지 몰라야. ㅎㅎㅎ

아이 뒤로 넘어갑디당.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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