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송구영신

꿈낭구 2021. 1. 2. 06:25

2020년 12월 31일

올해는 우리에게는 참 특별한 한해였다.

우리의 인생 제2막을 전원생활로 시작하게 된 것이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이벤트.

이사왔던 시기에 떠오르던 아침해의 각도가

어느새 이렇게 달라져있다.

이제는 서서히 다시 반대쪽으로 각도가 달라질거라니

그것 또한 신기하고 잼난 일이다.

창밖엔 아직 눈이 남아있지만

울집 거실은 녹색식물들로 싱그럽다.

오늘 팀장님이 방문하신다는데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왼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들어서

병원에 가봐야하나 해서 심란하던 참이었다.

예전에 캐나다 여행후 나타났던 증상과 매우 흡사해서

마음이 울적해졌다.

목디스크 증상으로 오는 현상이 아닌가 싶은데

여기에서는 병원에 매일 다니는것도 어렵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은 공사 이후 이곳저곳 하자가 발생한 부분을 손봐야하는게

우선인지라 병원 가는걸 미루고 팀장님과의 미팅을 하기로 했댜.

손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니 

당분간 다시 남푠이 주방을 접수하겠단다.

그리하야 남푠 손에 얻어먹게 된 볶음짜장.

정말 오래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더니

이렇게 불맛을 내보려던 야심작이 드라이한 짜장으로...ㅋㅋ

반신욕기에 앉은 나에게로 배달된 볶음짜장.

이렇게 둘둘 감아서 먹으랜다.ㅎㅎ

면을 삶은 국물을 너무 적게 남긴게 실패의 원인인것 같다공...

하지만 정성이 담긴 식사를 둘이서 나란히 앉아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는 눈을 남겨두었다는 옥상 데크로 올라가봤다.

소복하게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지만

그런대로 겨울의 정취는 느낄 수 있었다.

반신욕 덕분인지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여져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침실 창을 통해 해가 기우는 모습이 찬란하다.

태양광 발전이 요즘엔 신통치가 않다며 금일 발전량을 보고

아쉬워라 하는데

눈이 잦으니 그것도 마음이 쓰이긴 한다.

옆집 지붕위의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보며

그래도 이 동네 태양광 집열판의 눈이 

우리집 만큼 빨리 녹은집이 없더래나? 

ㅎㅎ어느새 그걸 또 확인했나보다.

빨래 걷으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올해 마지막 해넘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해넘이며 해돋이를 계획했던 많은 이들이

여행을 취소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인데

우리는 이렇게 집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

사진으로 담아서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보내줘야징...

어둠이 내리면서 다시 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송구영신예배를 집에서 드리기는 처음이다.

해마다 함께 송년모임을 가졌던 가족들과도

올해엔 각자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 와중에도 수시로 확진자 발생 소식이 

우리 마음을 어지럽힌다.

올 한해 감사했던 일들을 꼽아본다.

뭐니뭐니해도 첫째는 이곳으로 이사한것.

그리고 둘째는 딸랑구가 이쪽으로 발령나서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고

근무여건도 한결 좋아져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것이고

그리고 세 번째로는 지난 봄 남푠의 신장결석의 위급한 상황이

잘 치료된것으로 꼽을 수 있겠다.

감사한것이야 너무나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꼽으라면 이 세 가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사의 제목이다.

다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가계부를 정리하며

조용히 송구영신을 준비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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