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난이 꽃을 활짝 피웠어요.
이사오면서 많이 시달려서
위태위태 했었는데
시름시름 앓던 때가 언제였나 싶게
기운을 차리더니 이렇게 화사한 꽃을 선물하네요.
서재 창가의 양지바른 원탁 위에 화분을 올려두고
이 고고한 자태를 탐닉하려구요.
다 실내로 들여올 수 없어서
대부분은 꽃밭에 심고 비닐을 씌워두었는데
얘는 어찌보면 가장 연약해서 선택받은 아이지요.
그런데...노랑나비가 엊저녁에 거실에서
팔랑팔랑 힘든 몸짓으로 날아다니기에
태어났던 서재로 데려다 주려고 찾았는데 안 보여서 애를 태우더니
아뿔싸~!!
화분 물받이에 고인 물에 빠져서 익사 직전인것을
뒤늦게서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데려다가
이 난 화분위에 올려주었더니
간밤에 난 잎에 기대어 잠을 자더니
아침에 보니 이렇게 테이블 위에 자리를 잡았네요.
물에 젖은 날개도 보송보송하게 다 마른것 같고
조금은 기력을 되찾은듯 보여서 다행입니다.
잠시 이 공간을 노랑나비에게 양보하고
조용히 물러났네요.
우화한지 오늘로 8일째.
노랑나비의 수명으로는 너무나도 짧은 생이 애처로워서
차마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볼 수 없을것 같아서요.
호랑나비는 좀더 오래 산다던데
이 노랑나비는 세상에 나와 바깥 세상 구경도 못하고
때이른 우화로 이쁜 색씨 만나 장가도 못가보고
생을 마치게 될 것을 생각하니 참 안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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