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좌충우돌

꿈낭구 2021. 6. 26. 15:17

밤새 안녕이란다더니...

오늘 아침에 거실 탁자를 닦다가
탁자 바닥 모서리에 발 안쪽 복사뼈를 부딪혔는데
별이 보일 정도로 아득한 통증으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고 말았어요.
복사뼈 부위의 혈관이 부풀고 파랗게 솟아오르더니
순간 복사뼈 전체가 피멍이 든듯 검푸르게 변했어요.

놀라서 달려온 남푠이 환부에 약을 바르고
하필 요즘 손님이 연이어 오는 바람에
얼음이 바닥이 난 상태라서 압박붕대로 감싼 뒤

김치냉장고 속의 냉매를 올리고 수건으로 감쌌는데

정신이 아득한 통증 속에서도

이 현실이 믿겨지지가 않더이다.

이럴때 어떻게 처치를 해얄지 몰라

언니와 통화를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발이 자줏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네요.
남푠이 병원에 가얀다며 서둘렀어요.

고양이세수를 하고 모자만 눌러쓰고

이사올때 버릴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가져왔던 목발을
남푠이 꺼내와서 짚고

이렇게 발을 올리고 병원에 가는 중인데

남푠이 어젯밤 팥국수 먹다가 국물이 튄 하얀 티셔츠를
입은게 눈에 띄었어요. 그 와중에 넘 웃음이 났는데

황망히 응급실에 가는 사람이 그러련해야지
뭔 그런데 신경을 쓰냐네여.ㅋㅋ

주말이라 그런지 왠 환자들이 그렇게도 많던지
욱신거리는 다리를 의자 위에 올리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쥬.
사진을 찍었는데 다행히 뼈까지 다친것 같진 않지만
이런 경우 2~3일 후에야 실금이 보이기도 한다며
반깁스를 해얀다공...

졸지에 앉은뱅이 신세가 되얏어요.

울딸랑구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왔네여.

본의 아니게 휴업을 하게 되얏구만요.
면목없게 됐네요. 엊그제도 다용도실 정리하다가
윗쪽 문이 열린걸 깜빡하고 벌떡 일어서다가
문 모서리에 머리를 찧어서 혹이 생겨 아직도 아픈데...

속상한 남푠이 절 보구 움직이는 위험물이래여.ㅠㅠ
어쩌다가 제가 이렇게 남푠에게
움직이는 위험물이 되었나 몰긋어라.
갑갑해서 벗어버리고 싶은걸 꾹 참고 있는데
이만하기 다행이라 여기며 잘 견뎌볼라구요.

이 와중에도 아수구루무는 겁나 맛나구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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