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시골 장터구경

꿈낭구 2021. 2. 9. 15:03

좀더 크고 볼거리가 많은 구례장으로 

장터귀경을 가려고 했는데

마무리 공사를 한다하여 포기해서 몹시 아쉬워라 하던 남푠이

진안 장날이니 거기라도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면 어떻겠느냐기에

서둘러 길을 떴쓰요.

얼마만에 콧바람을 쐬는지 가물가물 하더라구요.

지난 추석에도 성묘를 못하고 

이번에도 코로나 때문에 

설명절에 가족들이 모일 수 없게 되어서

가는 길에 가족묘지에 잠깐 들려서

성묘하려구요.

다리 수술하고 나서 처음으로 찾은 산소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더 휑해 보이네요.

시부모님과 시댁 어르신들

그리고 시동생과 큰아주버님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심란하던 시기에 소천하신

작은아버님 묘소까지 성묘하고

그사이에 주변이 많이 달라졌네요.

못보던 아파트도 생기고...

저 멀리 마이산이 우뚝 솟아 보입니다.

우리의 목적지인 장터를 찾았어요.

눈이 즐거운 잼난 물건들이 즐비해서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어요.

무엇에 소용되는 물건인지 용도를 모르겠는 것들도 많고

장터 초입부터 버섯좌판을 벌이시는 아저씨의 분주한 손놀림이랑

산골마을 장터에서는 귀한 생선전은

온갖 생선들이 다 모였네여.

산골장터이니만큼 더덕이나 도라지를 빼놓을 수 없긋쥬?

벌써 장담글 메주도 들고 나오셨네요.

생표고버섯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품목.

만원어치 샀더니 다섯 개를 덤으로 더 넣어주십니다.

오마낭~~!!

이 몽당빗자루좀 보셔라.

넘나 짜리몽땅하고 귀여운 수수빗자루여라.

어릴적에 부엌에서 이 빗자루로 가마솥 아궁이에

지푸라기를 쓸어넣으시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너무나 정겨웠어요.

산골마을 답게 온갖 말린 나물들이며

콩이며 땅콩이며 잡곡들까지...

늙은호박고지를 보니 찰떡에 듬성듬성 팥과 함께 들어있던

노오란 호박이 생각났어요.

올망졸망 싸들고 나오신 어르신께서

자꾸만 붙드시네여.

더덕 만 원어치와 도라지 오천 원어치에다

할머니께서 직접 만들어오셨다는 엿기름도 샀어요.

한 바퀴 둘러보는것도 재미났어요.

오늘 장보기 품목 1순위였던 더덕과 도라지를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두부랑 청국장도 직접 만드신 거라셔서 

또 지갑을 열었쥬.

오늘의 장보기는 여기까지.

온누리상품권 다섯 장을 들고 갔다가

호두과자 한 봉지 사먹고 나니...ㅎㅎㅎ

집에 돌아와서 껌정봉다리 봉다리...

뭣이가 솔찬시 많구먼유.

이 두부 너무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한 모에 오천 원인데 

매끈헌 두부만 보다가 이걸 보니

안 살 수 있어야쥬. 이것두 냉큼~!

집에 돌아오니 냥2는 꽃나무 보온용으로 깔아준

왕겨 위에서 세상 모르고 잠에 빠졌네요.

어떻게 이렇게 희한한 포즈로 잠이 들었을까요? ㅋㅋ

머리는 왜 저리 꼬구서뤼.

월동대책으로 치자나무와 로즈마리를 비닐로 감싸주었는데

양지바른 이곳이 어느곳 보다 따뜻하고 좋은가봅니다.

얼씨구...얘를 워쪼믄 좋우.

발라당 뒤집어져서 손발을 이렇게 들고

태평스럽게도 잠에 빠져있어요.

너무 웃겨서 큰소리로 웃었더니

그제서야 일어나서 시치미를 똬악~!

이쪽저쪽으로 엥간히 뒹굴었나 털에 왕겨가 덕지덕지...

어쭈구리 냥3이는 점잖게 빨래건조대 밑에서

우아헌 자태루다가 터를 잡았네여.

돌아오자마자 청국장찌개로 점심을 먹자네여.

냄새 때문에 앞쪽 데크에서 끓이는게 좋겠다기에

이렇게 뚝배기에 김치 안 넣은 무우와 두부만 넣은

청국장찌개를 끓여야 청국장맛을 가늠해볼 수 있다하여...

잠깐 밥 챙겨들고 나가려고 들어온 사이에

한눈을 팔았던지 부르르 끓어 넘쳐서 난리부르스...

냄새 나니까 밖에서 먹자기에 

김치만 꺼내들고 나갔지요.

ㅎㅎ글두 오늘은 양지바른곳은 포근한 봄기운이 느껴지네요.

청국장찌개에는 김치가 역시 들어가얀다공...

끓어넘쳐서 뚝배기 가장자리가 더덕더덕 한것도 그렇고

에구구...냥이들이 곁에서 채쓰고 앉아있어서 

ㅎㅎ소풍 같은 점심은 커녕...

글두 오늘 겁나 재미나긴 했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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