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엉뚱깽뚱헌 장난

꿈낭구 2021. 9. 30. 18:10

보통은 5시에 일어나서 아이방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런닝머신 소리에 잠이 깨지만

요즘엔 해 뜨는 시각이 늦어지면서

창밖이 컴컴하니 더 버티고 다시 잠을 청합니다.

그 시간 이미 남푠은 서재에서 QT중이니

혼자서 뒹굴뒹굴 하다가

아이 샤워 소리에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지요.

그런데 요즘엔 일어나기가 쉽지 않네요.ㅠㅠ

일어나서 보니 침실의 달력이 넘겨져서 10월.

우잉??

화장대 위의 것을 10월1일로 넘기면서

아니...어떻게 된거지?

오늘이 9월의 마지막 날이 아니었던가??

이거 클났넹.

날짜 가는줄도 모르고 내가 왜 이러지?

일단 아침준비를 해야해서 주방으로 서둘러 출근을 했드랬쥬.

주방의 식탁옆 창가에 놓인 이 말씀이 적힌 달력은

식사 기도 전에 한 목소리로 읽고 나서야

남푠의 기도가 시작되는데

이곳으로 이사오면서부터는 제 위치에서는 

창밖에서 비치는 햇살도 햇살이지만

글씨가 작게 느껴지더니 언제부턴가는 

종이재질이 빤작여서 빛에 반사되어 잘 보이지 않다가

이제는 안경이 없이는 거의 암송해야 하는 수준이 되었기에

이 말씀카드를 묵상하면서도 9/30 이란 것을 못봤네요.

 

아침 일과가 시작되면서도 어째서 나의 하루가 도망을 갔을까

내내 심각하게 생각하며 이러다가 바보가 되는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아이가 출근하고 나서

단둘이 있게되어서야

남푠에게 오늘이 10월1일이 맞냐고 용기내어 물었더니

아니래여. 9월30일이라고...

그런데 왜 침실의 달력이 10월로 넘겨져있고

화장대 위의 말씀카드도 10월이냐고 이상하다니까

자기가 미리 넘겨놓았다는거 아뉴.

아니...이 무신 황당 시츄에이션이다요잉?

눈을 호꿉뜨고 거세게 항의를 혔등마는 슬슬 웃어가믄서

그냥 하루 남아서 미리 넘겨뒀단디 

무신 그런 수가 있다요?

것도 모르고 혼자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던게 넘나 억울해서

눈을 흘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더니

재미나 죽갓는 모냥여라.

워디 두고 보시라요.

언젠가는 '그대는 뉘슈?

뉘신디 왜 자꼬 날 보구 아는척을 헌다요?' 

이 냥반을 놀려줄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구만요. 

근디...가만 생각해보니 절대로 이런 장난은 허믄 안 되긋어라.

아무리 장난이라 해도 울신랑 심장 덜컹 내려앉는 소리를

어케 감당헐것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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