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별미밥

냄비밥

꿈낭구 2021. 10. 11. 11:39

오랜만에 냄비밥을 지었다.

엊저녁에 불려둔 쌀로

1Qt 냄비에 혼합콩과 말린 강황을 넣고.

바포밸브가 울리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기만 하면 되니

냄비 뚜껑 한 번 열지 않고도

이렇게 밥물이 넘치지도 않고

얌전히 냄비밥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원래는 강황가루를 넣어 노랗게 물든

강황밥을 지을 생각이었는데

지난번까지 분명히 보았던 강황분말이

대체 어디로 숨어들었나 찾을 수 없어서

저며 썰어서 말려둔 것을 이용했더니

어정쩡한 밥이 되었다.

딸랑구는 이미 아침식사로 선식을 먹었다기에

둘이서 조촐하게 아침식사를 하다가 문득

함민복 시인의 시 '긍정적인 밥'이 떠올랐어요.

 

긍정적인 밥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원래는 이 누룽지가 내몫이었는데

차질이 생겼다.

점심에 끓여서 누룽지로 먹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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