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냄비밥을 지었다.
엊저녁에 불려둔 쌀로
1Qt 냄비에 혼합콩과 말린 강황을 넣고.
바포밸브가 울리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기만 하면 되니
냄비 뚜껑 한 번 열지 않고도
이렇게 밥물이 넘치지도 않고
얌전히 냄비밥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원래는 강황가루를 넣어 노랗게 물든
강황밥을 지을 생각이었는데
지난번까지 분명히 보았던 강황분말이
대체 어디로 숨어들었나 찾을 수 없어서
저며 썰어서 말려둔 것을 이용했더니
어정쩡한 밥이 되었다.
딸랑구는 이미 아침식사로 선식을 먹었다기에
둘이서 조촐하게 아침식사를 하다가 문득
함민복 시인의 시 '긍정적인 밥'이 떠올랐어요.
긍정적인 밥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원래는 이 누룽지가 내몫이었는데
차질이 생겼다.
점심에 끓여서 누룽지로 먹어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