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겉절이

김장

꿈낭구 2011. 11. 26. 21:04

 

 

김장야그에 왠 바다냐굽쇼?

ㅎㅎㅎ 사연인즉슨...시방 김장배추를 뽑으러 가는 길이랑게라.

울큰형님 교회서 성전건축기금 마련차

올가을 김장거리를 심어 해수로 간절여서 판매를 하신다기에

시골교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가까운곳 놔두고 거기에 예약을 했었구만요.

아니...그란디 시골이라서 도회지인들이 사줘야잖우.

시골사람들은 거의 자급자족 허닝게로...

김장배추를 심기도 전부터 울형님께서 홍보를 허셔서

큰도움은 안 되야도 글두 그러마고 약속을 했었는디

울형님 배추농사가 무쟈게 잘 되야서 차고도 넘친다고

기냥 가져다 먹으라시네여.

예약한건 어쩐다지?

여차저차 서울사는 언니들헌티 내대신 배추조까 주문허믄 안 되긋냐고...

신심좋은 울언니 시골교회의 어려운 형편 생각혀서

가까운곳에서 하려던걸 흔쾌히 헌금도 헐란지라 기왕이면 이렇게라도 도와얀다고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소개를 혀서

오히려 더 많은 양을 소화하게 되얏구만요.

그랴서 이날 오후 추워지기 전에 무우를 뽑아얀다고 해서

시방 울형님댁으로 쏜살로 달려가는 참인디

참새가 방앗간을 걍 지나칠 수 있나요?

 

 

밀물인가 워따매 뭔 바람소리 파도소리가 이케도 엄청나다요잉?

변산반도의 멋진 바다를 기냥 지나칠 수 없어

그 바쁜 와중에도 잠시 차를 멈추고...ㅋㅋㅋ

 

 

물이 쏜살로 달려와 금세 이렇게 남실댑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밀물과 썰물도 그저 이렇게 신기허기만 합니다.

여기서 이제 조금만 더 가믄 울형님댁인데

바닷바람이 너무 차가웠나 고만 손이 꽁꽁 얼어서

형님댁에 다 가도록 으달달달...

진저리를 치는 저를 보고 울신랑은 재밌어 죽갓는모냥입니다.

 

 

울형님 이미 무우를 죄다 뽑아 놓으시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이렇게 손질을 하고 계시더이다.

그란디 워매 무신 무우가 이렇코롬 요상시런 모냥이다요?

신기하고 재밌어하는 저를 보고 울형님은 더 재밌어라 하십니다.

 

 

'갖고가고 싶은만침 어여 챙겨 이사람아...'

몇개만 있음 된대두 손이 크신 울형님은 이렇게나 많이 담으라십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다 근사헌 무우청을 말릴 요런 공간을 아주버님 친구분께서 만들어 주셨다공...

아닌게 아니라 이렇게 말리면 아주 십상이겠더라구여.

 

 

저도 돕는다고 칼을 달라고 했등만 시래기나 널으라고...

우리몫의 무우에서 무청을 가져오려다가

요기다가 말리믄 좋겠더라구여.

그랴서 울신랑보구 얼릉 한 칸 더 이어서 맹글어달라고 혔구만요.

 

 

'형님...요기서 요기꺼정은 우리꺼라구요잉?

낭중에 가져갈팅게 누구주심 안되여라잉?'

ㅎㅎㅎ 요걸루 울신랑 좋아허는 우거지탕도 끓일거구요

봄날에 민물새우 넣고 새우탕도 끓일거니까...와! 신난당.

 

 

울형님네 밭은 워찌나 걸은지 알타리무우가 이렇게나 커버렸답니다.

요것도 뽑아주십니다.

쬐끔만 달래두 자꾸 뽑고 또 뽑으시네요.

 

 

애초에 열 포기만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왕따시만헌 배추를 20포기나 뽑아주셨어요.

아파트에서는 처치곤란이라고 겉잎을 모두 다듬어서

곧바로 간절여도 되게 손질해서 넣어주셨어요.

 

 

저는 그 옆에서 때아닌 냉이를 발견하고서 냉이 캐느라 정신 없습니당.ㅎㅎㅎ

산골의 냉이맛을 워찌 비교헌다요잉.

김장은 뒷전이고 냉이에 정신 팔려서리...

 

 

요번엔 또 이렇게 생강까지 주십니다요.

김장도 허고 생강차도 끓여 먹으라시며...

이쯤되니 너무나 황송시러워서 몸둘바를 모르것습디다.

 

 

낑낑~~ 울신랑 밭에서 차에 싣느라고

오늘 힘깨나 씁니다용.

언제 이런 힘을 생전 써봤어야징...

배추는 거의 질질 끄는 수준으루다가...고것은 차마 못찍고.ㅋㅋㅋ

 

 

손수 농사지으신 들깨도 듬뿍 담아주시며

해다가는데 밥도 안 먹고 가믄 우짜냐고 이거라도 가면서 먹으라고

기어이 뒷자리에 낑겨 넣으십니다.

아고...울형님...

이쯤되믄 저는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친정엄마가 딸에게 바리바리 싸주시듯 울형님이 제겐 늘 이렇게 넘치게 베푸십니다.

 

 

형님네서 가져온 야채들을 다듬느라

밤 늦도록 둘이 마주앉아...

 

 

이거 예상외로 대대적인 김장을 허게 되능게뷰.

생강 껍질 벗기는 대사업을 울신랑이 굳이 자기가 책임지긋다공...

해주는건 좋은디 두 번 손 안 가게 해주십사...ㅎㅎㅎ

 

 

배추 20포기가 어찌나 많은지 이런게 세 개나 된다구요.

간 절이느라고 낑낑댔등만 아침에 얼굴이 부어서 보름달이 되얏구만요.

이거 씻느라고 션찮은 허리로 힘을 썼더니만

오늘 아침 씻어서 건져놓고는 너무 아파서 옥장판 켜놓고 끙끙 앓았구먼요.

울신랑 안타깝고 애처로워서

내년부턴 기냥 간 절여진걸로 해야지 당최 안 되긋당만요.

 

 

부실헌 아내가 이 산더미같은 일더미에 파묻힐까봐

오늘 하루 기꺼이 돌쇠가 되것노라며

'무얼 도와드릴깝쇼? 말씸만 허랑게요.'허더니만

내가 당근 채써는걸 가로채서 으쌰으쌰... 

 

 

난장판을 맹글었씨유.

생각처럼 쉽지 않은 모냥이지라잉?

당근 하나 갖고 워찌케나 몸부딤을 혔든지...

 

 

국수가닥을 맹글었쟈뉴.

그려두 그 마음이 고마워서 고만 감동을 허지 않을 수 있남유?

 

 

이제는 이거까장 도전장을~

어찌나 심각헌지...

아무리 생각혀두 지가 날짜 한 번 지대루 잘 잡었네뷰.

여태 김장 끝나면 김치통이나 들어주던 냥반이

올해는 노후안심보험 차원인가...

혼자 이 많은걸 어떻게 하냐믄서 말려도 소용없었당게라.

딸랑구를 불러 이 역사적인 사업을 길이길이 기념혀얀다고

사진을 박으랍니당.ㅎㅎㅎ

 

 

와따매...그 많은걸 언제허나 혔등만

둘이서 재미나게 허다봉게 어느새 끝났어요.

 

 

각자 이름표를 붙였어요.

남푠의 야심작인디 울성님들 오믄 소문을 내줘얄것 아닌게뵤.ㅋㅋㅋ

 

저녁에 보쌈은 미수에 그쳤구만요.

지가 뒷정리를 하고 넘 고단혀서 고꾸라졌거덩요.

저녁먹으며 '근데...김치가 좀 싱거운거 아뉴?'

짠거보다는 싱거운게 차라리 낫다며

한사코 안 싱겁다고...

아무래도 좀 싱거워서 소금을 뿌려얄까...혔등마는

딸랑구와 합세혀서  '안 싱겁다'에서 '이파리는 짜다'로

그렇게도 강경하게 빡빡 우기더니만

갑자기 꼬리를 내리더니 소금을 넣고 싶으면 넣으라네여.

왜 갑자기 변심혔느냥게로 낭중에 책임질 일이 살짝 걱정돼서 그런대나요?

2:1이니 올해는 두 사람의 입맛에 맡길랍니다요.

남푠의 야심작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있어야죵.

ㅎㅎㅎ 우리집 김장사업이 이렇게 마무리 되얏구만요.

그나저나 김치가 맛있게 익으면

울형님과 아주버님 따스헌 발열내의라도 한 벌 사들고 댕겨와얄까봐요.

다가오는 생신에 감동선물을 생각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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